나의 한국현대사 - 1959-2014, 55년의 기록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14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1987년 겨울 있었던 대통령 선거쯤에 중학생이었던 나는 친한 친구의 누나를 통해 내가 알던 대한민국 사회에 대해 다른 이면들을 접하게 되었다. 그 이면은 당시 너무나도 생경한 느낌으로 다가와 어린 나의 사고체계에서 소화되지 못하고 나의 의식 세계 한쪽에 자리잡혔다가 점점 잊혀져 가고 있었다. 5년뒤 역시 겨울에 있었던 대통령 선거를 대학생 신분으로 바라보았다면 나의 대학생활은 사뭇 다르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당시 나는 대학 입시 재수생으로 공부에 허덕이고 있느라 평생을 군사독재에 대항해 싸워왔던 정치인이 그 군사독재 정권과 야합하여 대통령이 되어가고 있는 과정을 아무런 감정없이 받아들이고 있었다. 1997년의 겨울의 대통령 선거는 한때 치열했다가 식어가던 나의 올바른 사회에 대한 열정을 홀가분한 마음으로 정리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2002년의 대통령 선거에서 나는 우리 사회가 이루어낸 기적을 바라보면서 비로소 암울하고 지난한 어둠의 터널을 뚫고 나온 희망찬 대한민국의 미래를 보았다.


그 희망과 식어가는 열정은 나에게 현실의 문제에 집중할 수 있는 여유를 주었다. 먹고사는 세상살이가 만만치 않다는 것을 깨닫고 떠나온 미국에서 바라본 2007년 대통령 선거 결과는 대한민국에 대해 내가 많은 오해를 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하였다. 2012년 대통령 선거의 결과는 어떻게 해석해야할지 조차도 모를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그 충격은 미국이라는 타국에서 생활하는 나의 관심과 신경을 잠재우기 충분하였다. 2016년 겨울까지는... 2017년 새로운 대통령을 바라보면서 나는 그의 친구였던 2002년의 대통령을 떠올린다. 그리고 대한민국이 따랐던 2002년을 출발점으로 하는 궤적이 2017년의 그것과 다르기를 기대했다. 그리고 미국에 살기는 해도 내 안에 도사리고 있는 대한민국에 특히 그 현대사에 강렬한 갈증과 같은 관심이 도사리고 있음을 인식하게 된다. 그 관심의 시점이 심히 감정적임을 깨닫고, 그 감정의 근원들을 관조해보기로 했다. ​


그런 관점에서 이 책은 내가 감정들을 잠잠히 들여다보는데 도움을 주었다. 학생 운동시절부터 현실 정치까지 적잖은 열정과 감정으로 살아왔던 유시민 작가의 관점에서 바라보여지는 한국 현대사의 면면들을 보면서 내가 나의 감정을 억누를 수 있는 것은 작가가 인내하는 감정의 흐름을 읽을 수 있어서리라. 해방이후 2012년의 대통령까지의 현대사를 바라보면서 어찌 그가 감정에 동요가 없을 수 있겠는가? 모두가 아는 정답이듯이 그것을 다스리며, 솔직하게 서술하는 한국 현대사의 모습들을 하나씩 바라보는것 만으로도 가치가있는 책인 것 같다. 책을 다 읽고 난 지금 이 책에 드러난 사관과 사건들을 일일이 평가하는 것이 그리 중요하지 않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다른 감동이 내 마음 안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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