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 - 정보라 연작소설집
정보라 지음 / 래빗홀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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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부커상 최종 후보까지 오른 '저주 토끼' 작가의 신작이라는 소개에 솔깃하여 서평단을 신청하였고 운좋게도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남들보다 한 발 앞서 좋은 작품을 만날 수 있었다.

('저주 토끼'는 부커상 후보로 선정되기 훨씬 전에 구입했는데 아직도 못읽고 책장에 있음 ㅡ_ㅡ)

책의 내용을 간단히 소개하자면 주인공 '나'와 위원장님(이후 주인공의 남편)의 외계 해양 생물체들과의 우연한 접촉과 만남으로 인해 벌어지는 여러 에피소드들을 담은 코믹 SF 연작 소설이다. 문어, 대게, 상어, 개복치, 해파리, 고래 등 우리에게 친숙한 해양 생물들을 소재로 활용하여 우리 (지구)사회의 노동, 장애, 환경 오염과 기후 위기, 방사능 오염수 방류와 생태계 파괴 등 다양한 문제들을 자연스럽게 이야기한다. 이렇듯 가볍지 않은 주제들을 무겁지 않게, 유쾌하게 풀어내고 있다는 점이 가장 인상깊다. 또한 주인공 '나'와 위원장님의 이야기는 단순한 픽션이 아니라 작가의 실제 자전적 이야기를 담았다는 점에서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좀 더 마음에 와 닿으며 단순한 공상과학 소설이 아닌 우리의 삶에 대한 이야기로서의 무게감을 더해준다. 사랑과 평화, 소통과 연대,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위해서 우리는 항상 깨어 있어야 하며 우리 사회, 더 나아가 지구라는 생명 공동체를 위해 행동하는 지구인이 되어야 함을...

#지구생명체는항복하라 #정보라 # 래빗홀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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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퓨테이션: 명예 1
세라 본 지음, 신솔잎 옮김 / 미디어창비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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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출신으로 포츠머스 지역의 하원 의원인 엠마 웹스터는 여성 인권 문제를 지적하며 정치권에서 한창 주목받는 여성 정치인이다. 전남편 데이비드와 이혼 후 하나뿐인 딸 플로라와는 주말에 시간을 함께 보내지만 늘 바쁜 일정에 쫓겨 지낸다. 어느 날 엠마는 자신의 지역구 주민들과의 면담 과정에서 남성 인권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고 항의하는 사이먼 벡스터와의 작은 소동이 발생한다. 이후 플로라가 친구의 나체 사진을 다른 친구에게 유포하는 사건까지 이어지며 엠마는 곤혹스러워 한다. 그러던 중 엠마의 모든 일상을 무너뜨리는 큰 사건이 발생하게 되는데...

 

어떤 일이든 하루아침에 갑자기 발생하는 일은 좀처럼 없다.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한 채 우리의 일상의 작은 부분들이 하나씩 어긋나고 조금씩 뒤틀리며 뒤에 올 일들의 바탕이 된다. 이 이야기도 이러한 간단한 인생의 진리에서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당신은 명예를 지키기 위해 무엇까지 할 수 있습니까?”라는 책의 홍보 문구에서 엠마가 정치인이자 한 아이의 엄마로서 자신과 가족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들이 앞으로 이어질 것임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받은 가제본에는 해당 사건에 대한 내용과 정보가 제한적으로만 주어진 채 바로 끝나서 본격적인 작품의 내용은 정식 출간본으로 확인해야 할 듯하다. 다만, 작가가 작품 곳곳에 숨겨놓은 여러 가지 요소들을 통해 예상하지 못한 사건의 진행과 놀라운 반전이 있을 것 같아서 기대가 매우 크다.

 

#레퓨테이션 #새라본 #넷플릭스 #창비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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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간을 어루만지면 창비청소년문학 123
박영란 지음 / 창비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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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갑작스러운 귀향 선언과 고향인 장원으로의 이사 후 주인공 는 동생 ’, 엄마와 함께 입시 문제를 핑계 삼아 도시에 남게 되었고, 허름한 단독 주택 2층으로 이사를 하게 되었다. 새로운 집과 그 집을 둘러싼 묘한 분위기 속에서 낯설어하던 주인공 는 집에서 희미한 종소리를 듣게 되고 어느 순간부터 집에 주인공의 가족 외에 다른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1층에 몰래 숨어 살던 서백자할머니와 그녀의 손자 자작종려를 만나게 된다. 과연 이 집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그들은 왜 이 집에 몰래 숨어서 살고 있는 걸까?

 

그때라는 시간과 이라는 공간 속에서 저마다 아픔과 상처를 가진 사람들이 우연히 만나 서로를 보듬어 주고 서로에게 작은 버팀목이 되어준다. 이를 통해 성냥갑 같은 아파트들로 꽉꽉 채워지며 사람들로 가득한 도시지만 정작 자기 주변 이웃의 얼굴조차 모른 채 살아가는 삭막한 곳에서 사람과 사람 간의 소통과 교류, 작은 친절과 배려가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 한번 깨닫는 기회가 된다. 또한 저마다 가지고 있는 상처와 아픔을 치유하고 다시 일어서서 한 걸음씩 나아가는 모습을 통해 좀 더 나은 미래를 그려본다,

 

p.157

오래된 이곳은 누군가가 살던 자리였다. 그리고 누군가의 삶이 무너진 자리였다. 그 자리에서 다른 누군가는 다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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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있는 요일 (양장) 소설Y
박소영 지음 / 창비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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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명의 사람이 하나의 신체를 공유하며 일주일 중 단 하루만 오프라인에서 신체를 가지고 살아가고 나머지 6일은 가상 세계인 낙원에서 살아가는 ‘7부제에 묶인 사람들과 이러한 7부제에 종속되지 않고 공유 신체가 아닌 자신의 신체를 가지고 가상 현실과 오프라인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선택권을 가진 ‘365’로 구성된 미래 사회의 이야기이다. 부모를 잃고 보육원에서 지내던 울림은 엄마의 친구이자 낙원의 대표인 강세영과 함께 살게 되면서 그녀의 딸 강지나와의 악연이 시작된다. 17세가 되면 7부제에 묶일 울림과 달리 ‘365’로서의 삶이 예정된 강지나는 울림을 한 마리의 반려견처럼 생각하며 울림의 모든 것을 자신이 통제하고자 하지만 울림이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자 서서히 사이가 틀어지게 된다. 게다가 강지나의 아버지 강형운 교수가 연구소에서 이룬을 데리고 오면서 이들의 관계는 더욱 복잡해진다. 울림은 과연 강지나에게서 벗어날 수 있을까? 그리고 울림과 강지나, 이룬 이 세 사람에게는 어떤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까?

 

인간 개체수를 적정하게 유지하여 환경 파괴와 식량 부족 등의 지구적 문제를 해결하고 인류의 공멸을 막기 위해 도입된 인간 7부제라는 가상의 사회 시스템을 배경으로 이 이야기는 시작된다. 과학 기술의 발달로 인간의 신체와 정신(영혼)이 분리될 수 있다는 설정은 여러 책에서 등장하여 식상할 수 있으나 하나의 신체를 여러 명이 요일별로 공유하는 시스템은 꽤 참신하고 재미있다. 게다가 개인의 경제력에 따라 이런 공유 시스템에서 벗어나 자신의 신체로 살아갈 수 있는 계층의 존재는 또 다른 계급 사회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러한 불평등한 사회 시스템을 거부하는 또 다른 사람들의 존재까지. 결국 이 작품의 이러한 기본 구성은 현재 사회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p.61

노력은 쉽게 틀어지고 간절한 바람은 가볍게 짓밟힌다.

그 무엇도 영원하지 않으며 아름다운 것은 찰나의 순간, 사랑하는 것에도 반드시 끝은 있다.

 

p.355

네가 나을 기억하는 것보다 훨씬 오랜 시간 내가 너를 기억 할 수 있기를 바랐다.

나의 고장 난 뇌가 강이룬은 잊어도 현울림은 기억할 수 있기를 소망했다.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네가있는요일 #박소영 #창비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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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또 내일 또 내일
개브리얼 제빈 지음, 엄일녀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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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앨리스의 투병으로 언제나 가족의 관심과 돌봄의 결핍을 느끼는 세이디와 교통사고로 엄마를 잃고 수차례의 수술과 고통 속에서 지내던 샘은 병원에서 우연히 만나 게임을 통해 서로에게 작은 위안이 되어주었다. 그러나 어떤 일을 계기로 샘은 세이디에게 크게 실망하고 둘은 오랫동안 멀어지게 된다. 몇 년 후 대학생이 된 샘은 지하철역에서 세이디를 다시 만나게 되고 어릴 때 둘이서 함께 게임을 했던 추억을 떠올리며 세이디와 함께 게임을 만들기로 마음먹고 세이디를 설득한다. 이후 샘의 룸메이트인 마크스까지 합류하며 셋은 게임 제작에 돌입하게 되고, 그들이 만든 게임 이치고는 전세계적으로 흥행을 하며 이들은 언페어 게임이라는 회사를 설립하며 본격적으로 게임 제작에 나서게 된다. 언페어는 뛰어난 스토리와 게임 구성, 환상적인 그래픽 등으로 탄탄한 매니아층을 만들며 계속 성장해 나가지만 샘과 세이디의 관계는 자꾸 어긋나기만 하는데... 과연 샘과 세이디, 그리고 언페어 앞에는 어떤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까?

 

이 작품은 미국으로 이주한 한인 1세대와 그들의 자녀인 2·3세대, 동양인과 서양인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인, 몸이 불편한 장애인, 게임에 빠져있는 괴짜 등 사회적 소수자에 해당하는 다양한 이들이 어떻게 미국이라는 사회에서 각자 살아가고 있는지 따뜻한 시선으로 담고 있다. 특히 주인공 샘과 세이디를 통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오는 갈등과 오해, 고통과 상처, 사랑과 이별, 우정 등을 그들의 일과 삶에서의 성공과 실패, 좌절에서 그려낸다. 그러면서도 결국 모두가 저마다의 상처를 극복하고 실패를 딛고 일어서며 내일 또 내일 또 내일의 희망을 이야기한다.

 

p.329

실패를 온몸에 뒤집어쓴 느낌이었고, 그게 딴사람들 눈에 보이고 냄새가 날 거라고 확신했다. 실패는 재를 뒤집어쓴 것과 같았다. 다만 실패는 피부만 덮지 않는다. 그것은 콧속에, 입안에, 폐 속에, 세포 속에 들어가 세이디의 일부가 되었다. 앞으로 영원히 제거할 수 없을 것이다.

 

p.540

게임이 뭐겠어?” 마크스가 말했다. “내일 또 내일 또 내일이잖아. 무한한 부활과 무한한 구원의 가능성. 계속 플레이하다보면 언젠가는 이길 수 있다는 개념. 그 어떤 죽음도 영원하지 않아, 왜냐하면 그 어떤 것도 영원하지 않으니까.”

 

#내일또내일또내일 #개브리얼제빈 #문학동네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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