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퍼민트 (양장)
백온유 지음 / 창비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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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 전 유행했던 전염병 프록시모는 시안의 가족을 지옥으로 떨어뜨렸다. 감염 후유증으로 식물인간이 된 엄마를 시안과 아빠는 둘이서 몇년 째 묵묵히 돌보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시안은 아무런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그저 답답하고 이렇게 된 자신의 처지에 화가 날 뿐이다. 그리고 그 화살은 프록시모를 시안의 가족에게 전염시키고 감쪽같이 사라진 해원의 가족에게 향한다.

해원의 가족은 프록시모 슈퍼 전파자로 온갖 사회적 비난을 받게 되자 어느 날 흔적도없이 사라졌고, 몇년 간 숨어살다가 서서희 일상을 회복했다. 특히 해원은 이름까지 바꾸고 자신을 아는 사람들로부터 숨어 지냈다. 그러던 어느날, 해원의 쌍둥이 오빠 해일이 시안을 우연히 만나게 되면서 해원의 앞에 시안이 나타난다. 시안의 가족에게 마음의 빚이 있던 해원은 시안을 피하고 싶어하지만 서서히 예전의 행복했던 추억들이 떠오르며 시안을 믿고 의지하기 시작한다. 과거의 행복했던 기억과 현재의 고통 속에서 괴로워하던 시안은 어느날 해원에게 자신의 현실을 알리고, 자신을 위해 한 가지 일을 해달라고 부탁을 하는데..... 과연 해원의 선택은?


시안은 인사 한마디, 사과 한마디없이 사라진 해원의 가족에게 모든 책임을 묻고 싶었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해원의 앞에 등장하지만 해원을 통해 그동언 누리지 못하는 평범한 삶을 경험하고 옛추억을 나누며 마음은 점점 더 복잡해진다. 현실에 좌절하고 모든것을 포기한 자신과 상대적으로 모든것을 누리며 행복한 삶을 사는것 같은 해원을 바라보며 시안은 어떻게든 자신이 처한 현실에서 점점 벗어나고 싶어진다. 그리고 해원을 자신의 세계로 들이게 된다.

해원은 세상 사람들이 자신을 알아볼까봐 언제나 노심초사이다. 시안을 만났을때도 반갑기보다는 자신의 과거가 드러날까봐 그리고 자신의 가족이 시안의 가족에게 했던 행동 때문에 그저 피하고만 싶었다. 그러면서도 시안과의 연락을 이어가며 점점 시안에 대해 복잡한 감정을 가지게 된다.

이런 시안과 해원을 바라보면서 우리는 상처와 용서, 화해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그리고 시안이 해원에게 한 마지막 부탁의 의미와 그로 인해 시안과 해원의 삶이 어떻게 될지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볼 뿐이다.

절망과 좌절, 포기. 그럼에도 작은 불씨 하나, 조각 하나를 찾아가는 우리의 삶을 시안과 해원, '페퍼민트'에서도 찾아보자.^^


p.121-122

엄마는 고여 있는 것 같다가도 우리 삶으로 자꾸 흘러넘친다. 우리는 이렇게 축축해지고 한번 젖으면 좀처럼 마르지 않는다. 우리는 햇볕과 바람을 제때 받지 못해서 냄새가 나고 곰팡이가 필 것이다. 우리는 썩을 것이다. 아빠가 썩든 내가 썩든 누구 한 명이 썩기 시작하면 금방 두 사람 다 썩을 것이다. 오염된 물질들은 멀쩡한 것들까지 금세 전염시키니까.


p.191-192

“너무 슬퍼하지 마. 모두 결국에는 누군가를 간병하게 돼. 한평생 혼자 살지 않는 이상, 결국 누구 한 명은 우리 손으로 돌보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야. 우리도 누군가의 간병을 받게 될 거야. 사람은 다 늙고, 늙으면 아프니까. 스스로 자기를 지키지 못하게 되니까. 너는 조금 일찍 하게 된 거라고 생각해 봐.”


p.226

아프면 위로받아야 하는 거지, 보살핌을 받아야 하고. 그 말이 해원의 입 안에서 맴돌았다. 하지만 누가 그렇게 해 주지?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아도 누군가가 나를 돌봐 줄 거라는 확신이 있어야 편히 아플 수 있다는 것을 해원은 깨달았다.

 

◆ 서평단 이벤트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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