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스루피파 > 우울증에서 살아 돌아온 사람이 우울증을 말하다.
보이는 어둠 - 우울증에 대한 회고
윌리엄 스타이런 지음, 임옥희 옮김 / 문학동네 / 2002년 9월
평점 :
품절


  '우울증'은 그 병을 겪어 본 사람만이 알 수가 있는 병이다. 그럼 다른 사람들은 이렇게 반문을 할지도 모른다. '암', '에이즈', '류마티스 관절염', '알러지'의 '자가 면역성 질환'도 그 병에 직접 걸려 본 사람만이 알 수가 있는 것이 아니겠냐? 라고 또, 감기에 걸려본 사람이 감기의 고통을 알고 자상, 총상을 당해 본 사람 만이 그 고통, 동통을 아는 것이 아니겠냐? 는 반문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정신 질환'은 앞서 나열한 병들과는 차원이 틀린 문제이다. '정신 질환'을 겪어 본 적이 없는 사람은 그 병에 대해서 공감을 하기가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 그  '정신 질환'이라는 것은 정상적인 인간의 몸 체계가 아닌, 신경 내분비 체계가 교란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병의 경중에 따라서 뉴로시스니 사이코시스니 구분을 하지만 결과적으로 경미한 뉴로시스가 아닌, 이외의 정신병을 겪고 있는 사람들은 거의 다가 체내 신경 전달 화학 물질이나 호르몬, 시냅스, 뉴런, 내분비 체계, 충추 신경계, 자율 신경계에 본질적으로, 뇌의 생화학적 대사 등에 문제, 장애가 발생했다고, 혹은 있었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리하여 그 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보통 정상인이 느끼는 것과는 다르게 지각하고, 다르게 느끼고, 다르게 사고를 하게 되며 다르게 행동을 인출하는 메커니즘을 몸 자체가 형성하게 된다. 이 것은 진화 심리학적인 거시적 관점에서는 한 개체의 '생존적 전략', 혹은 '적응적 행동', '극복적 책약'이 될 수도 있다. 바로 급격한 내, 외부적 변화에 '부적응한 개체'를 지키기 위한 '유기체의 극단적 후퇴 반응'이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병은 복잡한 인간이란 존재가 몸과 마음의 생존적 어려움에 처하게 될 때 자신의 목숨을 지키기 위한 수단일 수도 있으나 또한 '유전적 소인'의 작용을 배제 시킬 수는 없다. 결과적으로 이 늪에 빠져버린 사람들은 '인지적', '정서적', '행동적' 결함을 갖게 된다. 바로 사회적 생활을 영위하는 도시적인 정상적 인간들이 '그들'은 어딘가 정상인들과는 이상하고 다르게 행동한다고 말하며 정신병이라 진단 내리며 편견을 갖고서 바라보게 하는 결과를 갖게 한다. '서구적'이며 '근대적'인 관점에서 이 병을 서술 한 것이며, 앞으로 전개할 내용들도 같은 관점을 따를 것이다. 원시 생활을 하는 부족에서는 '자폐증'의 개념이 없다고 한다. 과거 동양에서도 '기인'이니, 좀 '별스럽다.'는 표현들로 여러 다양한 사람들에 대해서 표현하고 썼을 뿐! 서구적으로 근대화된 현대 사회는 끊임없이 병을 개발하고 분류하여 사람들을 나누고, 정리 중에 있다.  

  심각한 '우울증', '우울병'에 빠져있는 사람은 그가 느끼는 감각과 내용들이 사람마다 제각각 차이가 있고 천자만별 이겠으나 대부분은 병에 대해서 '언어'로 '딱히 이거다'라고 설명을 할 수가 없다고 한다. "왜! 그럴까?!" 그 것에 대한 증상을 정확히 남들에게 설명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자신의 일생에서 처음으로 그러한 상태에 빠져 보는 것을 경험하기 때문일 수도 있고, 인지적 기능의 대표적 작용인 '언어', '말'로서는 표현이 불가해한 너무나 복합적인 양상으로 '몸'과 '행동', '마음', '심리', '정신', '영혼'에 그 병이 물밀듯이 다가오기 때문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한 마디로 설명이 불가능하지만 대략 그 병을 심각하게 앓고 있는 사람들은 이런 식으로 자신을 표현한다.  '닮고 달아서 감정이 없어 무디어진 듯한 상태', '살아서 걸어 다니는 시체', '몸과 마음이 좋아하는 것이나 싫어하는 것이 없어진 상태', '좀비와 똑같아진 상태', '죽지 못해서 마지, 못해서 숨이 붙어 있는 상태', '살아있는 죽음',  '살아있는 지옥', '흐느적 흐느적 걸어 다니며 부유하듯이, 아무런 느낌이 없는 진공 상태에서 떠다니는 기분', '죽어서 나의 존재가 이 세상에서 없어지는 것 조차 무가치해지는 상태', '희망 없음', '의욕 없음', '무가치, 무의미', '낮과 밤의 구별이 무의미 해진 상태', '평온과 안식이 없는 마음', '무의식이 의식을 점유해서 무의식 속에서 사는 생활들', '멍해지고 흐릿해지고 안개처름 뿌해져서 사고와 정서가 둔화된 상태', '우울이라는 필름이 나의 몸과 모든 것들을 감싼 상태', '웃기는 애기 같지만 불안 속에 있기 때문에 자신이 불안한지 공포스러운지 자신의 상황을 전체적으로 올바로 통찰, insight 할 수 없는 상태', '집중력이 없어져서 시야가 좁아지고 정상적인 판단이 끊임없이 유보되는 상태', '병을 앓고 있는 이상한 병적 자기와 그를 관찰하는 본질적 관찰자적 자기가 동시에 공존하는 상태' 등등이다.   

  적어도 이 책을 쓴 사람은 정신병 질환자, 우울증 환자를 너무나도 많이 임상에서 보아온 정신과 의사이거나 임상 전문가 아님, 본인이 직접 심각한 상태의 우울증을 경험해 본 사람 이거나... 둘 중에 하나 만을 택해야 할 경우에 있어서 이 책을 쓴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를 평가해 본다면... 만일에 이 책을 쓴 사람이 정신과 의사라 가정을 한다면... 정신과 의사는 이런 류의 책을 쓰지는 않을 것이다. 자신의 개인적, 의사들의 집단적 이익과 이 책은 서로 상반될 수 있을 가능성이 더 많기 때문이다. 이 책을 쓴 사람은 자신이 심각한 '우울증 상태'에 빠져 본 경험이 있으며, 그 것의 상태의 본질이 어떤 것인가를 포착해 내기 위해서 '언어적 노력'을 그 것에 밀접히 근접시켰다. 그러나 긍극적으로는 '우울증이 무엇이다!'라고 딱히 표현해 낼 방법, 언어는 존재하지 않을 지도 모른다. 언어라는 로고스는 단지 그 자체로 뇌의 인지적인 표상일 뿐, '우울증'이라는 병은 그 인지적인 뇌의 일부분적 과정보다도 더 근본적인 뇌 전체와 몸의 여러가지 변화들에 이미 영향을 미치는 '존재', '병', '질환'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주인공, 저자는 자신에게 있었던 에피소드들을 자세히 설명을 하는데, 오히려 그런 예들이 이 병의 본질을 더욱더 잘 말해 줄 수 있다. '부정적인 사고'가 자동으로 인출되어서 많은 사람들 앞에서 결례를 범하는 경우 등이 바로 그 것이다. 그러나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그런 심각한, 이상한  행동을 한 자기 자신은 단지 자연스럽게 그 순간에 자신의 몸에서 나온 그대로 행동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 책을 쓴 사람은 정신과 의사가 아니라 바로 '심각한 우울증'에서 살아 돌아온 '작가' 그 '자신'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지금까지 시중에 출판되어 있는 그 어떤 책들보다도 이 책은 '우울증이 어떤 것인가?'에 대해서 그 병을 앓아보지 않은 일반인들에게 그 병을 자세히 설명해 주는 것에 성공한 책이라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병을 앓는 사람마다 증상의 스펙트럼이 제 각각인 병을 '딱히 이거다.' 꼬집어서 간단히 요약해 말 할 수는 없지만 이 책은 그 중에서도 가장 밀도있게 '우울증의 상태'에 근접해 들어간 책이라 평가하고 싶다. 우울증 관련 서적을 많이 읽어 보았지만 그 중 여러모로 제일 괜찮은 책이라 평가 할 만하다. 크기도 적당해서 읽기도 편하고 하드 커버로 만들어져 있어 휴대, 보관도 용이하다. 

  나는 이 책을 직접 구입하지 않았다. 나의 누나가 이 책을 번역하신 '임옥희 선생님'과 같은 연구소에 있기 때문에 이 책의 번역자인 '임옥희 선생님'이 주신 책을 직접 소장할 기회를 갖게 되었다. 기분 좋은 일이다. 

  '감기'는 신체의 전체적인 컨디션이 나빠지고 있음을 알려주는 고마운 '시그널'이다. 감기 기운, 몸살 기운이 있을 때는 편안하게 내 몸을 뉘일 수 있는 '여유'와 '공간'을 내 몸에게 배려, 마련해 주어야만 한다. 왜냐하면 '몸이 그 것을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찬 가지로 '우울'은 마음의, 정신의 '감기 증상'이다. 정신과 마음에 문제가 발생했음을 알려주는 '대표적인 시그널'은 '우울감'이다.

   '우울감'은 진화에서 소실되지 않은 '인간의 감정', '인간이 느끼는 기분'이다. 진화의 과정 속에서 없어지지 않고 살아 남아 있는 것들은 '생존적 의미', '생존적 가치'가 담겨있는 기제라 볼 수 있다. 바로 이 '우울감'이 삶을 진지하게 만들고 반성과 사유의 시간, 성찰을 갖게 해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도를 벗어난 '증상'은 더 이상 '낭만'이 아니다!!' 

  하버드 의대에서 조사, 연구,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21세기 인류를 위협 할 3대 질병으로 손꼽은 인간의 질환들이 있는데 그 질병을 나열해 보면 다음과 같다.  '에이즈' 그리고 '암'이다. 마지막 한가지 질환이 빠졌는데, 그 병이 바로 "우울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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