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위기 - 스웨덴 출산율 대반전을 이끈 뮈르달 부부의 인구문제 해법
알바 뮈르달.군나르 뮈르달외 지음, 홍재웅.최정애 옮김 / 문예출판사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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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으로서 서적을 제공받은 글입니다.)


1930년대에 스웨덴에서 나온 책으로, 우리에게 지금은 매우 익숙한 인구 절벽/저출산 문제를 처음으로 국가가 마주해야 할 위기로 강력하게 지적한 책이자, 마찬가지로 꽤나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복지국가에 대한 구상을 제시한 책이기도 하다. 이렇게만 말하면 매우 진보적이고 긍정적인 이미지로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니다. 백 년 사이의 간극은 어떤 곳에서는 매우 좁고, 어떤 곳에서는 또 매우 넓다. 저출산 위기의 원인과 그 대처 방법-복지국가로서 국가가 해야 할 일 등을 이야기하는 곳에서는 매우 좁다. 반대로, 부적격자들의 중절수술 등의 우생학적 접근에서는 매우 넓다. 그런 점들을 감안해가며 이 책에 대해 정리하는 겸, 현재의 관련 연구를 찾아본 것을 정리해보려고 한다.



먼저, 당시 1930년대 스웨덴은 대공황으로 인한 실업률 폭등과 신멜서스주의적 인구 변화 속에 있었다. 가정은 해체되고, 실직자들은 이민을 꿈꾸거나 반대로 해외에서 이민을 오려는 사람들을 막고자 하였고, 피임과 낙태는 뜨거운 감자로서 법적으로 금지되거나 규탄 받으며 멜서스적 인구 구조는 그가 의도한 보수주의적이고 도덕적인 어조와는 정반대 방향에서 실현되고 있었다. 2차 대전 이후 유럽이 사람들에게 국가를 사랑해야 할 이유를 만들어주기 위해 복지국가 기획을 시작했던 것과는 조금 다른 방향에서, 스웨덴은 유럽 내 최악의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돌파구로서 이 급격한 변화로 인한 피해를 줄이고자 하였다. 사회는 변화하는 가정 형태에서 아이를 양육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했고, 마찬가지로 최대한 불평등을 줄이며 애매한 부적격자들이 사회에서 낙오되어 우울증에 시달리거나 반사회적인 행동을 보이는 것을 막고자 하였다.



이런 정책적 전환은 당시 스웨덴의 여러 문화가 반영된 것으로, 사회민주주의적인 접근-복지국가는 급진적인 제도 개혁을 막음으로서 오히려 불평등의 구조를 그대로 고착화한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과 우생학적인 접근-국가는 물론 낙오된 자들이 그대로 최악의 길로 떨어지는 것을 막고자 하지만, 애초에 그럴 가망이 없는 이들은 '단절'시켜야 한다-을 동시에 포함하고 있다. 그런 점들을 제외한다면, 사실 한국은 생각보다는 이 <인구 위기>에서 지적하는 문제들을 상당수 해결한 국가다. 한국은-사실 동북아 국가들이 대체로 그렇지만-정말 심각할 정도로 사회적인 국가로, 모두의 삶은 어떤 식으로든 국가의 제도 내에 포섭되어 있으며 보육 시설 및 의료 복지, 교육 시설 등의 문제는 최저한도 이상으로 유지되고 있다. 이런 점을 생각하며 <인구 위기>를 보면, 현 상황에서 예상되는 문제 예견과 그 해결책이 꽤나 맞아 떨어져 오히려 약간 놀라울 정도다. 그렇다면 왜 한국은 반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을까?



최근까지의 사회경제적 분석들을 보면, 결국 문제는 전혀 다른 영역에 있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인구 위기>는 이 모든 변화를 결코 막거나 변경할 수 없는 상수로 보며, 이를 전제로 뒀을 때 최대한 피해를 막는 방법으로서 상술한 해결책들을 제시한다. 그 변화의 핵심은, 결국 사람들이 더 이상 결혼을 원치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은 00년대부터 저출산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정책들을 시행해왔으며, 이는 유배우(기혼) 출산율을 유지시키는 데에 상당한 효력을 보였다. 그러나 정작 유배우 비율에는 어떠한 영향도 주지 못했다. <인구 위기>에서 말했듯, 자신의 생활 형편을 떨어뜨리는 결혼과 출산을 원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이것은 비교적 윤택한 생활을 하는 고학력/고소득 인구에서도 관찰할 수 있는 문제인데, 저학력/저소득 인구의 결혼 및 출산율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근현대 변화 과정과는 별개로, 이상의 정책들이 저들에게 어떤 인센티브도 주지 못했다.



마찬가지로 이민의 문제도 주목할 만하다. 이따금 한국의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문제로 해외 인력을 수입하는 이야기가 자주 들리곤 하는데, 이민의 효과는 대중적으로는 정반대 효과를 줄 확률이 높다. <인구 위기>에서 지적하듯 국내의 노동자들은 자신의 노동 경쟁력을 낮출 해외 이민자들을 최대한 막고자 하는 경향이 있는데, 실제 연구 결과는 이민 배출국에서는 일반적 불평등이 감소하고 노동 경쟁력이 상승한 반면, 이민 수용국에서는 그 반대 현상이 나타났다. 저출산 및 인구 절벽이 '무엇 때문에' 문제가 되는가를 생각하면, 사실 이 해결책은 오히려 국민 입장에서는 최대한 막고 나서야 할 최악의 방향인 셈이다. 이것은 이 문제가 단순히 정량적인 차원에서는 해결하기 어려운, 무언가 보다 추상적인 해결책이 필요한 문제라는 걸 역설하는 듯싶다.



스웨덴이 이 상황을 극복한 것은 사실 제도 자체의 효과는 꼭 아닐지도 모른다. 그보다는 이 제도들을 통하여 국가가 제시하는 어떤 긍정적인 전망, 이 나라의 국민으로서 느끼는 어떤 고양감이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생활의 안정감이 그것에 기여하였을 수는 있지만, 안정감을 주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는 것이 90년대에서 현재까지의 흐름을 통해 엿보인다. (아무리 우리의 생활 형편이 상대적으로 악화되고 있다고 하더라도, IMF 외환 위기의 상황과 비교해 현재가 더 살기 힘들다고 말하는 건 어불성설이다-이것은 매우 심리적인 문제에 가까울 것이다) 복지국가라는 기획 자체가 약간 회의적으로 수용되는 지금, 이 책이 나왔다는 것은 오히려 이 책을 단순히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비판적인 토대로 바라보는 기회를 준다. 한국은 아마 이 기획의 장점을 최대한 유지하는 한에서, 그 이상의 새로운 국가 비전을 제시해야 할 테다. 그런 것이 만약 존재하지 않는다면, 아마 천천히 악화되는 생활 형편 속에서 그것보다는 덜하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유지할 만한 빈국의 비전 속에서 안정점을 찾겠지만. 어느 쪽이든 지금보다는 나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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