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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하는 이상한 사람들 - 지금껏 말할 수 없었던 가족에 관한 진심 ㅣ 삐(BB) 시리즈
김별아 지음 / 니들북 / 2021년 3월
평점 :
가족이란 단어를 오랫동안 싫어했다. ‘가족이라서’, ‘가족이니까’ 따위의 말들은 어떤 사안의 논리적 공백을 메우기 위한 핑계라고 생각해왔다. 가족이란 단어가 품고 있는 따뜻함보다는 가족을 유지하기 위한 온갖 쩨쩨한 고군분투가 더 와닿았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가족을 사랑했다. 아니, 사실 ‘가족’이라는 단어보다도 구체적인 개인을 사랑했다. 엄마와 아빠, 사촌과 외할머니, 외할아버지를 사랑했다. 가족에게 많이 기댔고, 가족 특유의 애정을 많이 먹고 자랐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는 가족에 대한 ‘애’와 ‘증’의 감정이 혼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 또한 이 책을 읽으면서 가족에 대한 상반되는 감정에 허우적거렸던, 솟구치는 감정들을 버거워했던 유년시절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많은 이들에게 가닿을 수 있을 것 같다. 책을 읽자마자 한없이 기쁘고, 처절하게 슬프고, 강렬하게 분노했고, 쓸쓸하게 아련했던 에피소드와 경험담이 새록새록 쏟아져나오는 책. 단 하나의 색깔로만 채색되지 않는 풍부한 감정의 풍경화를 세밀하게 그려낸 책이다. 유년 시절의 경험부터 새로운 둥지를 꾸리면서 느낀 점까지 저자가 풀어놓은 가족에 대한 단상은 유쾌하면서도 진지하다.
‘정상가족’의 허구성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사회과학 서적을 읽을 때는 통쾌함과 어딘지 모를 찜찜함을 함께 느꼈었다. 논리와 이성으로 조목조목 분석해내는 명쾌함이 마음에 드는 한편 언어로 해명할 수 없는 여러 감정의 뒤엉킴과 지리멸렬함은 생략해버리는 책의 태도가 찝찝했다. 하나의 측면만을 비대하게 부각시켜 ‘가족’이라는 거대하고 복잡한 개념을 납작하게 만드려는 시도.
이 책은 내가 봤던 가족 관련 책 중 가장 균형 잡힌 책이다. 사회과학 서적의 시도와 다르게 저자가 느낀 감정의 기록들, 경험에서 우러나온 통찰, 심리학 이론과 여타 문학/영화와의 접목 등이 듬뿍 담겨있다. 그만큼 생생하고 현실적이다. 그러면서도 ‘정상가족’의 무거운 부담과 가정 내에서의 여성혐오적 시선, 결혼의 사회적 맥락을 간과하지 않는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족이 함축하는 ‘종합의무세트’에 짓눌리지 않으면서도 가족 나름의 끈끈한 공동체는 잘 꾸려가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애’와 ‘증’, 경험과 이론, 사회과학과 에세이를 넘나들며 가족에 대해 세심하고 추적해 들어가는 책! 출근길 지하철에서 다 읽을만큼 흥미진진한 에피소드와 예리한 시선이 돋보이는 책이다!
*이 글은 니들북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