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틀러의 장군들 1 - 만슈타인 평전 히틀러의 장군들 1
브누아 르메이 지음, 정주용 옮김 / 좋은땅 / 2017년 5월
평점 :
절판


한 때 인터넷에서 다소 유행(?)했던 밈 중에서 공부하지 않고 특정 분야에 대하여 잘 아는 척하는 요령이라는 것이 있었다. 그 중 대표적인 방법이 그 분야에서 널리 알려진 사람을 거품이라고 비판하면서, 잘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만 알려진 사람을 높게 평가한다는 것이었는데, 2차대전 당시의 독일군을 대상으로 하면 롬멜과 만슈타인이 이에 해당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 두 사람은 난공불락이라고 여겨졌던 적지(토브룩 항구와 크림 반도)를 함락하는 공적으로 비슷한 시기에 원수로 승진했다는 점 이외에는 공통점이 거의 없을 정도로 대조적이다. 즉 롬멜이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나 장군참모 경력도 없이 비주류로 지내다가 히틀러의 총애 덕분에 이례적으로 발탁되어 승승장구했음에도 대전 말에는 히틀러 암살에 동조한 반면, 만슈타인은 프로이센의 군인 가문에서 태어나 독일 참모제도가 낳은 최고의 인물이라는 평가를 들으며 엘리트 코스를 밟다가 히틀러가 군부를 장악하는 과정에 밀려났고 이후 자신의 실력으로 재평가받았음에도 끝까지 히틀러 암살과는 거리를 두었다.

 

이와 같이 국내에는 충분히 알려지지 않은 만슈타인에 대한 평전이, 만슈타인의 회고록을 번역하여 자비출판한 역자분께서 다시 한 번 애써주신 덕분에 국내에 선보이게 되었다. 본서는 무엇보다 그 동안의 만슈타인에 대한 연구결과를 최대한 반영하였다는 점에서 가치가 높다고 생각된다.

 

즉 2차대전 애호가라면 만슈타인이라는 이름에서 바로 떠올릴 수 있는 '낫질 작전'은 물론, 양대 논쟁이라고 할 수 있는 '겨울폭풍 작전'(스탈린그라드 구출작전)과 '성채 작전'(쿠르스크 전역) 등 만슈타인이 관여한 작전들에서 만슈타인의 역할과 결단 및 그 타당성에 대하여 심도깊게 논의하고 있다.

 

회고록에서는 충분히 다룰 수 없었던 상대방이나 다른 장군들의 입장이나, 만슈타인의 결단이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가 등에 대하여도 충분히 상세한 내용을 알 수 있는바, 같은 부분을 다룬 회고록과 나란히 읽는다면 더욱 재미있을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만슈타인이 직접 관여하지 않았지만 프랑스 전역이 끝난 이후 독일군의 향후 방침에 대한 만슈타인의 입장이 소개된 것은, 어떠한 뚜렷한 정답도 없던 이 시기에 천재적인 장군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만족스러웠다(다만 저자가 충분한 근거 없이 해군이 주장한 '지중해 루트'가 가장 유망하다고 주장한 것은 다소 거슬렸다).

 

또한 국내에도 널리 퍼져있던 '깨끗한 국방군'이라는 신화를 철저히 부정하였다는 점 또한 본서의 다른 장점인 객관성을 보여준다. 2차대전사에 대하여 가치중립적인 입장이 대다수인 본인을 포함한 국내 애호가들에게는 다소 거북한 내용일 수도 있겠으나, 냉전이 종식되고 그간의 편향적인 연구결과가 뒤집힌 것을 널리 알린다는 점에서 이는 충분히 가치있는 일이라고 생각된다.

 

한편 저자는 만슈타인이 이러한 전쟁범죄에 어느 정도 관여하였던 점 및 히틀러와 군사적인 문제에 대한 의견을 달리하면서도 끝내 히틀러에 대해 반기를 드는 것은 거부하였던 점 등에 대해서 만슈타인이 히틀러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여 자신이 실질적인 총사령관이 되겠다는 야심을 포기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러한 저자의 주장이 타당한지를 생각해보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라고 생각된다.

 

이상과 같이, 본서는 2차대전사에 관심이 있는 애호가라면 충분히 흥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되는바, 특히 개설서를 넘어서 좀더 심도있는 내용을 알고 싶은 사람에게 적극적으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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