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컨 네이처
마이클 폴란 지음, 이순우 옮김 / 황소자리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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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정원을 가꾸고 텃밭을 꾸려나가면서 여러 시행착오를 통해 정립한 정원에 관한 철학서.  

정원에서 키우는 자신의 식물들과 그로 인해 생기는 잡초와 동물들을 대하면서 자신의 생각과 판단기준을 정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저자의 시각이 부럽다. 거의 처음 부분부터 책을 덮을 때까지 저자가 펼치는 논리는 이미 우리나라에는 실현되었던 정신이라는 생각이 내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보면 자연과 인공의 행복한 조화라는 부제로 소개된 소쇄원이 있다. 그리고 수많은 우리의 전통적 정원은 자연과의 조화를 놓치지 않고 있는데, 현대인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그 정신이 정리된 책을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책을 중간에 덮으려고도 했지만, 마지막 그의 결론이 궁금했다. 저자는 미국의 역사 안에서 정원 뿐 아니라 인간이 자연을 대해왔던 방법에 대해 실례와 다른 이들의 저서를 통해서 고찰하고 있다. 그는 우연이라는 요소를 제시한다. (최근 과학에서 우연성의 중요한 역할에 대해 규명하고 있다고 한다) 자연의 역사에 발생하는 우연과 우발성이 자연의 모습을 어떤 방향으로 바꿔나간다면 인간의 희망과 염원-예를 들면 아름다운 공원 조성 같은-우연의 요소에서 제외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인간의 개입을 온전히 거부하는 소로 이후의 자연주의자들이나 자연을 무자비하게 개발하는 자들 모두 자연과 인간을 완전 분리해서 바라보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개발을 남용해서도 안되지만 전혀 개입하지 않는다면 우발적 사건으로 황폐된 자연은 꼴불견이라는 것이다. 자연과 인간이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가꾼 정원이야말로 좋은 대안이라고 말한다.  

 인간은 자연 밖의 존재자가 아니라는 저자의 주장은 이미 오랜 시간 동안 전해 내려온 동양의 사고방식이다. 솔직히 말하면 서양의 학문이 더 나은 것으로 생각했던 때가 있었는데, 이것을 이제서야 깨닫는 미국인들이 솔직히 대단치 않게 보인다.
그러나 나는 부끄러워졌다. 우리의 철학이나 사고를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저자처럼 일목요연하게 말하지도 못한다. 그래서 한국의 정원에 대한 책을 찾아 읽고 싶어졌다.

 (이책의 미국 원판은 20여년 전에 출판된 것 같다. 1989년의 상황을 '요근래'라고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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