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야생중독
이종렬 지음 / 글로연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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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를 잊지못해 결국은 아프리카 탄자니아로 떠난 그, 이종렬. 그의 결단력이 부러울 뿐이다. 그에게 있어 아프리카 자연은 50-60년대의 한국에 대한 향수가 아니라, 소중하게 가지고 살아야 할 동경이기에 서울에서 가지고 있던 모든것들을 미련 없이 버릴 수 있었다. 탄자니아의 세렝게티는 말그대로 동물의 왕국이다.

 

[ 바람에 출렁이며 따스한 숨을 쉬게 해주는 푸른 나무, 생명의 신비를 일깨워주는 작고 이름 없는 풀들, 비릿한 풀냄새가 섞여 마음까지 씻어주는 바람, 보기만해도 시원한 킬리만자로의 작은 개울, 그리고 두꺼운 입술 사이로 허연 이를 드러내며 웃는 아프리카 아이들의 싱그러운 웃음까지, 이 모두를 느끼고 함께하는 시간은 세상의 성공과는 다른 행복이 존재함을 알게 해주었다. ( 머리말 中 ) ]

 

짧은 영광 긴 슬픔을 간직하는 수사자는 힘이 떨어지거나 새로운 경쟁자가 나타나면 암사자들에게 쫓겨나 초원을 떠돌게 된다. 과거의 영광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버리고 쓸쓸한 삶만이 남아있는 늙은 수사자의 모습에서 '화무십일홍' 이 절실히 느껴진다.

 

[ 시력이 나쁜 코뿔소는 눈 앞에 낯선 물체만 보여도 무조건 달려드는 성질이 있다. 사람들이 상처를 치료해주려 해도 코뿔소는 시속 50km에 육박하는 속도로 달려드니 함부로 가까이 갈 수도 없다. 작은 상처가 치료시기를 놓쳐 점점 커지고 결국에는 죽음에 이르게되기도 한다. 대부분의 다른 동물들도 암컷을 두고 사랑의 쟁탈전을 벌이긴 하지만 대개는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고 물러난다. 적당한 힘겨루기, 적당한 액션, 적당한 타협으로 한쪽이 물러서기 때문에 상처를 덜 받는다. 하지만 코뿔소는 사랑에 목숨을 건다. 제 죽을 줄 모르는 눈이 먼 번식본능인 것이다. ( p.90 ) ]

 

타협할 줄 모르는 코뿔소의 본능이 왜 이렇게 안타까운 것일까. 결국엔 자기의 몸을 다치게 하는 타협할 줄 모르는 코뿔소의 본능이 무식해보이기까지 한다. 낯선사물에 달려드는 모습에서도 타협할줄 모르는 코뿔소의 본능이 느껴지는것같았다.

 

[ 오늘은 어미 치타가 새끼 치타를 위해서 태어난 지 일주일 밖에 안 된 새끼 톰슨가젤을 사냥했다. 하지만 바로 물어죽이지 않고 뒷다리를 살짝 물어 다치게 한 뒤 자기 새끼에게 내어준다. 사냥교육을 시키는 것이다.
이들로부터 조금 떨어진 곳에서는 어미 톰슨가젤이 큰 눈을 껌벅이며 죽어가는 새끼를 지켜보고 있다. 그러다가 조금 후에는 이내 고개를 돌려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풀을 뜯어먹는다. 어쩌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초원에서 가장 연약하고 순한 동물인 톰슨가젤에게 이처럼 빠른 '망각'이 있다는 것은. ( p.167 ) ]

 

누구의 잘못도 없다. 치타는 새끼치타의 생존을 위해 사냥교육을 시키는 것이고 새끼잃은 어미톰슨가젤은 자신의 생존을 위해 '망각'을 하는 것이다. 어쩌면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자연은 훨씬 더 잔인하고 쓸쓸하고 외로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책에 실려있는 사진들 하나하나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사진들이 나를 웃음을 짓게하고, 쓸쓸하게 하고, 놀랍게 만들어 주었다.
작가 이종렬처럼 나도 야생에 '중독'된것임에 분명하다. 소장가치가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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