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체 이렌 네미롭스키 선집 3
이렌 네미롭스키 지음, 이상해 옮김 / 레모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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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나치독일의 프랑스 점령 속 가냘픈 손으로 소설을 써나갔을 이렌네미롭스키의 암울한 세계는 2023년 현재도 바뀌지 않았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에티오피아, 이스라엘과 하마스, 가봉의 사태. 국가와 종교를 넘어 벌어지는 참상은 개인의 선택으로 벌어진 것은 아닐 것이다. 집단 속 개인, 사회화된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 몸을 내던진 흐름이 집단간 갈등. 그 집단 속 개인을 집단과 동일시 여기며 인정을 거두고 적으로 대하게 된 것이리라.

독일군이 흘러들어온 마을, 독일 장교들이 묵을 집이 배정되고 그 집의 안주인들은 증오와 연민이 혼재된 상황 속에 머물게 된다. 독일군도 고향을 떠나 머무는 프랑스의 가정집에서 잊고 있던 고향의 가족을 떠올리며 괴로워한다.
집단으로 독일은 적이지만 남자로서 매력을 느끼는 여자, 집안의 재산을 빼앗아 간 적이지만, 한편으론 또 다른 재산을 훔치는 프랑스인을 감시해주기에 독일군이 때로 고마운 프랑스인. 맛난거를 주기에 그냥 고마운 외국인으로 느끼는 프랑스 아이들.

유대인이었던 작가의 일생은 비극이었지만, 작가는 독일인 개개인에게는 온정을 주고있다. 생전에 계획한 5부작이 모두 온정이 가득한 내용이진 않았더라도, 2부 ‘돌체’를 통해 작가의 온정과 집단 속 개인의 어쩔 수 없음에 대한 회의주의를 짚을 수 있다.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제목처럼 정의의 기준은 시대에 따라 다를 것이다. 그 시대를 살아가는 개개인의 정의도 당연히 사회화를 통해 달라질 것이다. 이렌 네미롭스키의 돌체 속 인물들은 새롭게 ‘정의’되가는 사회의 변곡점을 통과하며 방황하던 작가의 이야기이자 그녀가 만나지 못한 2023년 독자들의 이야기로 남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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