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소 뱃속으로 들어간 도깨비

황소와 도깨비 ㅣ 우리 작가 그림책 (다림) 1
이상 글, 한병호 그림 / 다림 / 1999년 11월

 
천재작가로 그 꿈과 실력을 채 펼치기도 전에 일제강점기라는 시대적인 상황으로 인해 몇 작품 남기고 세상과 이별을 해야만 했던 이상의 단 하나뿐인 동화를 손에 쥐었다는 것은 소중한 보물, 세기의 유산을 얻은 느낌이었습니다.

날개, 오감도, 건축무한육면각체 등 라는 다소는 독특하면서도 훌륭한 작품을 썼던 천재작가 이상....

그가 쓴 황소와 도깨비를 한번 볼가요?

 

 

천애 고아 돌쇠는 오로지 멋진 황소 한마리에 의지해 살고 있습니다. 아직 어리지만 튼튼한 황소는 자신의 모든 재산을 털어산 소중한 보물인 것이지요. 그런 황소와 나무를 해서 팔아 사는 돌쇠.

어느 진눈깨비 내리는 겨울날 밤. 숲속을 지나가고 있는데 갑자기 나타난 산오뚝이.

도깨비 새끼인데 사냥개에게 꼬리를 물렸답니다.

도깨비에게 꼬리는 아주 소중해, 꼬리를 잘려 재주도 부릴수 없고 집으로 갈 수도 없게된 상황이네요.

그래서 두달동안만 황소뱃속에 들어가게 해달라고 하는거에요. 대신 황소의 힘을 지금보다 열배나 세게 해주는 조건으로....

 

고민고민하다가 산오뚝이가 황소 뱃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허락한 돌쇠.

그러고부터는 힘이 세어져 나무를 잔뜩 싣고도 하루에 세번이상 나무를 팔 수 있게된 돌쇠.

그 재미가 좋아 열심히 해서 돈을 많이 벌게 되었죠.

그러다보니 두달이 거의 다되어가는데, 아 글쎄, 황소 배가 점점 불러오네요...아마도 도깨비때문이겠죠?

어쩌나어쩌나......

 

어느날 새벽 배가 엄청 아파 괴로워 하고 있는 황소.

그 뱃속에서 도깨비는 너무 편해서 살이 많이 쪄 나갈수가 없다고 하네요. 나갈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소가 하품을 하는 것이라고 하는데....

그런데 소가 하품을 하게 하는 방법 아세요?

찔러보고 간지르고 쓰다듬어도 하품은 안하고 재채기만 할뿐...이러다가 황소배가 터지는거 아닐까?

돌쇠는 황소를 슬픈 눈으로 쳐다보다가, 소가 하품하는 방법을 알아내느라 피곤했는지 하품을 하네요...그러자 그걸 보고 황소가 따라서 하품을 하네요.

때는 이때다. 새끼 도깨비 깡충 뛰어나왔어요.

 

 

그러고는 넙죽 절하고 꼬리를 휘저으며 두어번 재주를 넘더니 어디론가 사라지고 만 새끼 도깨비...

그러고부터는 백배나 힘이 세어진 황소.

"도깨비 아니라 귀신이라도 불쌍하거든 살려 주어야 해"라며 중얼거리는 돌쇠...ㅎㅎ

이제부터는 돌쇠와 황소 더 열심히 일해서 돈 더 많이 벌고 성실하면서 착하게 살겠죠?!!!

 

여기까지에요..ㅎㅎ

재미있죠? 그림도 거칠면서도 구수하고, 내용도 재미있고.

독특한 작품세계로 일부에서는 광인이라는 평을 받기도 하였지만,

이 책을 읽고 보니 이상 역시 아이를 사랑하는 작가라는 생각이 드네요.

조용히 안아주세요~

나도 다 알아요 -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는 할머니의 죽음
멜라니 플로리안 지음, 이희정 옮김 / 예꿈 / 2008년 11월

이 책보다는 예꿈이라는 출판사를 먼저 접했었습니다.

숨어있는 월리를 찾노라면 눈이 핑핑 돌면서도 다시 책을 잡게 되는 중독성을 가진 월리를 찾아라, 배추드레스를 뽐내지만 결국은 진정한 아름다움을 알게되는 배추부인 뽐세라와 애벌레 친구들. 뉴욕에서 가장 화려하고 또 유명한 플라자 호텔에 살고 있는 뉴욕커 엘로이지에 관한 얘기들. 등등 아이들의 꿈과 사랑을 위한 책을 펴내는 출판사로 알고 있었습니다.
그 출판사에서 펴낸 책으로 다음에 접한 것이 나도 다 알아요였습니다.

지난 7월 돌아가신 친정아버지를 생각하며 읽게 되었네요. 지금 4살인 우리딸을 무척이나 예뻐하셨어요. 직장을 가진 저를 대신하여 친정엄마와 함께 우리딸을 안아주고 먹여주고 호호 불며 키워주셨죠. 우리딸 그런 사랑을 알지만, 죽음으로 인한 이별에 대해서는 이해를 못하는지라, 한동안은 그냥저냥 넘어가더니 4개월이 지난 요즘은 부쩍 할아버지를 찾네요. 병원만 보면 할아버지 병원이라고 할아버지한테 가야 한다고 하고 새옷만 보면 할아버지가 사주셨다고 자랑하고, 뭐 먹을거 있으면 할아버지 줘야한다면서 살짝 챙겨두고... 납골당에 모신 할아버지 뵙고 나오는길에는 주차장에서 집에 안가고 할아버지한테 간다며 울고불고 난리쳤답니다. 할아버지 하늘에 계시고 햇님이랑 같이 예림이 보고 있다고 해도 막무가내라 한참 애 먹었답니다. 그래서 수지 이야기를 접하게 되었어요.

자그마한 키에 뽀글뽀글 귀여운 머리, 오동통 동그란 뒷자태를 가진 아이...수지. 어찌보면 울딸이랑 비슷한 이미지이네요. 그래서인지 이 책을 보면 울딸은 자기라고 한답니다. ㅎㅎ 그러면 할아버지의 죽음에 대해 좀더 이해시키지 쉽지 않을까하는 바램으로 읽어주었습니다.

수지를 조각이불이라고 부르며 귀여워해주시던 할머니께서 요새는 침대에 누워계시기만 하네요. 그러다 어느날인가 할아버지, 엄마, 아빠 모두 아무말도 없이 울음을 참고 있는거 같아요. 그러자 수지는 엄마를 조용히 안아주네요. 다음부분은 직접 읽어보세요~ 제가 다 얘기하면 재미없겠죠?!!!

이 책을 읽고보니 아이는 죽음에 대해 무조건 이해 못한다는 어른들의 잘못된 생각이 아이들이 더 죽음에 대해 이해 못하게 하지 않나 싶었어요. 조금씩 차근차근 죽음에 대해 이해하고 받아들이게끔 해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이 책을 읽고는 울딸 조용히 안아주었답니다. 옆에서 듣던 울아들도 물론 안아주었고요. 그냥 조용히 안아줌으로해서 슬픔을 공감하는 시간을 가지게 해준 좋은 책이었습니다.

도서관이나 서점에서 두리번거리게 만드는 책..ㅎㅎ

책 읽는 도깨비 ㅣ 책귀신 1
이상배 글, 백명식 그림 / 처음주니어 / 2008년 10월

책 읽는 도깨비라...ㅎㅎ

도깨비라 하면 보통 장난치고 골탕먹이는 단순하면서도 익살스러운 도깨비를 떠올리게 되는데, 책읽는 도깨비라고 하니 쉽게 상상이 가지 않았어요...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요. 그러나 이 책을 덮는 순간 도서관이나 서점을 가게 되면 살짝 귀 기울이게 될겁니다.

고리짝이 오래되어 도깨비로 변하면 고리짝 도깨비가 된답니다.

뭔가 음산하고 쾌쾌묵은 듯한 냄새가 나죠?

돈을 좋아하는 고리짝도깨비가 공책도깨비랑 빗자루 도깨비랑 살짝 훔친 돈으로 땅을 사서 자기들만의 편안한 집을 짓고자 합니다. 돈도 있고, 장난을 쳐서 자기들만의 명당을 차지하게 되지만 선비를 만나면서부터 변하게 되네요. 땅을 걸고 내기를 하는 도깨비와 선비. 분명 가진 것 없는 선비보다는 영물인 도깨비가 분명히 이길듯한 내기이지만, 책 앞에서는 어떤 마술이나 영험함도 이길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게 하는 내기이네요. ㅎㅎ 여기서 내기에 대해 자세히 언급하면 책 보는 재미가 없겠죠? 살짝 힌트를 드린다면 무덤속의 세종대왕이 나타난다는 것..ㅋㅋ

결국 돈이 있으면서도 땅을 내주게 된 도깨비는 선비를 도와 명당에 도서관까지 짓게 되네요...우와~

조용한 도서관에서 사람이 없는 자리에서도 책 넘기는 소리가 들리거나 책이 재미있어 쿡쿡 웃는 소리가 들린다면 그건 도깨비랍니다...ㅎㅎ

요새 장난감에 빠져 책에 좀 등한시 하는 아들을 위해 선택한 책이었습니다. 하지만 글밥이 좀 많더라구요. 그래서 밤에 애들 재워두고 혼자서 살짝 읽으면서 얼마나 쿡쿡 웃었는지. 혹시 이 책을 따라 도깨비가 따라오지는 않았나 싶기도 하구 말이에요. 1학년 아들에게는 조금 많은 글밥이라 하루에 몇장씩 조금씩 읽어주어야 겠어요. 도깨비 이야기나 전래동화를 좋아하는 아들이라 하루에 몇장씩이라고 정해두면 아마 감칠맛 나겠죠...ㅎㅎ 좋은 책을 읽고난 느낌은 언제나 상쾌하고 즐거움이 오래 가더라구요. 이 책 역시 덮고 나서 즐거움이 길었던 책이랍니다.

이번 겨울방학과 함께 할 책~~~

마주 보는 한국사 교실 1 - 우리 역사의 새벽이 열리다 (45억 년 전~300년) ㅣ 마주 보는 한국사 교실 시리즈 1
오강원 지음, 김종민.서영아 그림 / 웅진주니어 / 2008년 9월

김훈의 칼의노래, 현의노래, 남한산성, 바람의 화원, 황진이, 조선왕독살사건 등등의 역사소설을 읽어가며,

역사를 소설로 쉽게 받아들이기도 하지만 소설적 요소를 가미하지 않은 원래의 역사를 알고싶어졌습니다.

그러던 중 만나게 된 책이 마주보는 한국사 교실입니다.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읽히고 언급되는 시대는 아니지만, 우리역사의 가장 기초가 되는 시대를 다룬 책이었습니다.

 

돌로 만든 무기로 들짐승을 잡고 고기는 양식을 하고 가죽은 옷을 만들어 입고, 동굴에서 살며 그 동굴의 벽에 벽화를 그리는 사람들의 이야기.

어찌 보면 우리와 너무 동떨어지고 원시적인 삶이라 이해가 쉽게 되지 않는 부분이 많을텐데, 이책에서는 그러한 부분을 사진과 그림을 통하여 쉽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예를들어 사냥기술과 도구에 대한 설명을 하면서 초원이 펼쳐진 사진에 도구를 들고 사냥을 하는 원시인을 그려놓아 이해를 돕는다거나, 청동기시대의 농기구를 설명하면서 41가지의 농기구 사진을 삽입하여 좀더 자세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춤과 놀이를 즐긴 우리민족이라는 코너에서는 고조선의 제사장이 사용한 의식용 장신구와 그 아래 제사장과 보조가 실제 제사를 지내는 그림을 넣었으며 다음장에 2002년 월드컵때의 붉은악마의 활약상 사진을 넣고 또한 북에서 출토된 곡예사 조각 장식품까지 넣어 과거와 현재, 남과 북을 연결하는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200여페이지의 분량에 46억년전~300년을 담고있네요. 그러나,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최대한 쉽고 자세하게 시각적 자료를 충분히 넣어 설명하고 있네요.

마지막의 부록. '나만의 한국사 정리 노트'는 문제를 통해 다시한번 내용을 정리해 보고 연대표를 통해 역사의 흐름을 인식시키고 있네요.

 

다 읽고 나니 제법 오래 걸렸지만, 다시 2권, 3권을 읽고 싶게 하는 책입니다.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에게는 분량에서나 이해면에서 조금 어렵게 다가 오겠지만 초등 저학년부터 중학생 아이들을 위한 좋은 책입니다.

이제 곧 겨울방학인데요, 이번 겨울방학 테마를 마주보는 한국사교실과 함께 역사 즐기기로 정해보는건 어떨까요?!!!

수수께끼 놀이 해볼까? 백화점 놀이 해볼까?

까미는 꼬마 마녀 - 자녀를 위한 보물상자 상상문고
후치 마치코 지음, 고향옥 옮김, 유치 미에코 그림 / 보물상자 / 2008년 10월

수수께끼 1 : "밤에 노랗게 빛나는 게 뭘까?"   (1) 달   (2) 검은 고양이랑 올빼미랑 박쥐의 눈

수수께끼 2 : " 언제나 창문에 붙어서 너풀너풀한 건 뭘까?"   (1) 커튼    (2) 거미줄

수수께끼 3 : "가느다란 막대기가 줄지어 있고 두드리면 '땡'소리가 나는 것은 뭘까?" (1) 실로폰   (2) 해골

수수께끼 4 : "코가 아주 긴 것은 뭘까?"  (1) 코끼리   (2) 마녀 할머니랑 마녀 증조할머니

 

지금까지의 수수께끼 4개중 (1)번의 답보다 (2)번의 답을 하신 분은 아마 창문을 열고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빗자루에 앉아 날고 있는 까미를 보실 수 있을거에요...ㅎㅎ

 

길고 부스스한 머리가 태어나서 한 번도 자르거나 빗은 적이 없어 보이고, 옷은 온통 새까맣고, 까만 고깔모자에 까만 치마, 어깨에는 검고 긴 망토가 팔락거리는 꼬마 마녀 까미...

한 밤중에 경찰서에 가서 경찰관이랑 저런 수수께끼를 하는 꼬마 마녀 까미.

 

백화점에 까미가 가면 옷이나 장난감 매장이 아니라

2층에 엘리베이터가 도착하면 별로 만든 목걸이, 귀고리가 잔뜩 있는 별 매장이 나타나고,

3층에 엘리베이터가 도착하면 초록빛 양탄자에 산들바람과 제비꽃 빛깔 하늘과 알록달록한 꽃밭을 한조각씩 파는 봄 매장이 나타나고,

4층에 엘리베이터가 도착하면 하늘빛 양탄자 위에 몽글몽글한 양구름, 토끼 구름이 가득한 흰구름 매장이 나타나고

5층에 엘리베이터가 도착하면 금빛 실 같은 햇살, 조개와 해적의 보물을 파는 바다 매장이 나타나고

.......

8층에 엘리베이터가 도착하면 반짝반짝 빛나는 일곱 빛깔 무지개가 가득한 무지개 세일 매장이 나타난답니다.

까만 옷을 입은 꼬마 마녀와 같이 엘리베이터를 타면 조심하세요,,,,가지고 싶은 장난감이 아니라 무지개를 사고 나올지도 모르니까요..ㅎㅎ

 

이젠 까미가 병원에 갔어요. 그 이름도 유명한 "새하얀 병원"

배가 아파 어쩔줄 모르는 까미, 마법의 말을 삼켰다네요.

마법의 말?!!!

청진기를 대보면 "짤랑 딸랑 똘랑 짜라랑" 엑스레이를 찍으면 "생선뼈, 공룡뼈, 고양이 뼈, 고래뼈" ㅎㅎ

위세척을 하였더니 은빛소리로 "아 부 도 라 레 루 파" 뱃속이 텅.

마법의 말들이 다 빠져나왔대요...

쥬스를 마셨는데 배가 아프면 청진기를 가만히 배에 대 보세요. 어쩌면 짤랑거릴지도 모르니까요...ㅎㅎ

 

이번엔 까미가 모자가게에 갔어요.

마술사들이 흔히 쓰는 실크해트를 귀에 대 보았더니, 깊고 푸른 바다 속 하얀 바위 위 아름다운 인어가 눈앞에 보일 듯 한 인어의 나라 소리가 들려요.

하얀 실크해트에서는 얼음처럼 차갑고 희미한 노랫소리가 들려요. 눈의 여왕이 사는 나라래요.

새빨간 실크해트에서는 사사삭하는 꽃의 요정의 소리가 들려요. 따스하고 그윽한 향기도 나고요.

마법의 나라는 진보랏빛 실크해트를 통해 갈 수 있답니다.

 

우리 아이들과 이 책을 읽고는 수수께끼 놀이는 물론, 백화점 엘리베이터 놀이, 병원놀이, 모자가게 놀이를 하였답니다.

백화점에서 "손님 3층입니다. 멀리 서울까지 가실수 있는 빗자루를 파는 매장입니다. 폭탄세일 중입니다. 선착순 판매하오니 어서어서 서둘러 구입하십시오"라고 놀고,

음료수 병뚜껑에 줄을 매어 단추를 달아 만든 청진기로 진찰을 합니다. "음, 마법의 감기에 걸리셨군요. 주사를 놓아줄테니 엉덩이를 대십시오."라고 놀고,

집에 있는 진한 청모자를 귀에 대고는 피자를 맛있게 먹는 소리가 들린데요. 자기들도 피자가 먹고 싶대요...ㅎㅎ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며 놀이도 같이 하고 상상도 맘껏 할 수 있는 재미있는 책이었답니다.

아이들에게 주위의 친구들을 잘 살펴보라고 했어요. 머리가 지저분하고 까만 옷을 입고 다니는 친구가 있다면 혹시 까미의 친구일지도 모른다고 말이죠...ㅎㅎ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해준 고마운 책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