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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세상의 모든 딸들 1~2 세트 - 전2권
엘리자베스 마셜 토마스 지음, 이나경 옮김 / 홍익 / 2019년 1월
평점 :
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페미니즘 소설로 알고 읽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기존 읽어 보았던 국내 페미니즘 소설 및 에세이와는 전혀 차원이 다르다.
한 소녀의 성장소설이기도 하고, 구석기 시대 배경의 휴머니즘 소설이기도 하고, 동물이 많이 나오는 자연친화적인 소설이기도 하다. 그리고 구석기 시대를 약간이라도 맛 볼 수 있는 역사소설이라고도 부를 수 있을 것 같다.
책 시작과 동시에 가족도가 나온다.
후반에 가면 안보게 되지만, 워낙 많은 인물들이 나오고, 그리고 그들이 가족관계로 이어져 있기 때문에 관계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이 가족도를 여러 번 보게 된다.
극 초반에는 가족도 신경 쓰지말고 읽는 것아 좋다. 가족도를 먼저 보면 주인공 야난의 남편을 스포당하게 된다~!!
이야기는 주인공 야난을 중심으로 하여 2가지의 시점에서(야난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 하나는 어렸을 시절부터 살아생전 성장해가는 시점과, 죽어서 영혼이 된 후 산 사람들을 지켜보는 시점으로 구분된다. 초반에 갑지가 이야기 전개 중간에 죽어서 영혼이되고, 또 늑대모습을 하고 뛰어다니고 샤먼에 의해 제사를 받고 해서 당황했는데 소설의 구성 자체가 시점을 두개로 나뉘어 이야기가 전개되는 방식이어서 그런 것 같다.
처음에는 시작하자마자 주인공이 죽어서 무슨 이야기가 전개되나 했는데, 바로 살아생전이야기는 살아생전 이야기대로 흘러간다.
이 가족도의 중심은 그래이랙이지만(가족도 상 야난의 큰고모부 정도 되시겠다. 아, 나중에는 시아버지이다...) 이야기의 중심은 야난을 중심으로 하기 때문에, 그래이랙의 역할이 크게 중요하진 않다.
1권 내용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야난의 모험이다. 가족( 원두막에 함께 거주하는 모든 식구 구성원을 가족이라고 칭하는 것이 편하겠다)의 결정에 의해 타 지역에 있는 다른 친척들을 만나러 가고, 매머드 사냥을 하러 가고, 중간에 몇 몇 에피소드들을 거치면서 너무나도 빠르게 어머니를 잃고, 곧바로 아버지까지 잃는다.
어린 동생 메리를 챙겨서 다니면서 늑대와의 동거도 있었고 결국에는 원래 원두막 식구들을 만나게 된다.
그 과정이 정말 힘겹고 눈물겹다. 어머니가 여자로써 출산을 하면서 죽는 장면과, 어렵사리 만난 가족들과의 재회 이후 바로 정혼이 약속되어 있기 때문에 여자로써 거절할 수 없는 운명, 그리고 성인식을 치루고 본인은 싫다고 강조하지만 어쩔 수 없이 아이를 갖게 된다는 사실... 이러한 부분들이 페미니즘 소설의 요소들 - 여자로써 격는 어려움과 불합리한 점-이라고 애써 숨겨 표현하는 부분이지 않아 싶다.
야난의 성인식으로 1권은 마무리가 된다.
2권에서는 1권의 마지막 내용에 이어서 사건이 전개가 된다. 책 표지가 1권 보다 더 이쁜 것 같다~
1권에서는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들 - 혼인, 성관계, 출산 등등- 에 대항 혹은 반감정도를 표현했다고 하면, 2권에서는 주인공이 직접 출산의 고통을 겪게 되고 그로 인해 안타깝게도 사망하게 된다.
이야기의 끝이 야난의 죽음으로 마무리 되는데, 그 과정까지가 너무나도 눈물 겹다.
어떻게 보면 깊게 생각하지 못하고 흥분하여 일을 그르친 상황이 종종 있는데, 그 결과는 너무나도 아프고 나쁜 결과로 돌아오게 된다.
시작은 마치 여동생을 거래하듯이 정혼하는 것을 보고 야난이 반감에 일을 그르친 것으로 그려지지만 이는 충분히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된다. 나중에 틸에 의해 왜 그러한 결정을 내렸는지 차분히 설명이 되지만 그 당시에 야난의 귀에는 전혀 들어오지 않았을 터... 비슷하지는 않지만 여러 사건들에서 야난의 자존심과 성급함이 일을 점점 어렵게, 크게 만들고 스스로를 힘들게 한다.
충분히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을 먼저 돌봤더라면 어땠을까...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에는 같은 혈통의 같은 여성의 말이라도 조금 더 귀기울여 들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결말을 보면 정말이지 아쉬운 대목이다.
남자가 고기를 지배하고 오두막을 지배해서 여자보다 월등 위대한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남자가 위대하다면 여자는 거룩하다. 왜냐하면 세상의 모든 딸들은 이 세상 모든 사람의 어머니니까 !
이 말은 야난의 어머니가 야난이 어렸을 적 해준 말인데, 말미에 다시한번 야난의 상상으로 나오게 된다. 야난도 그리고 책을 읽고 있는 나 역시 그 말 뜻을 한번 듣고는 이해하지 못하였다.
하지만 야난이 그 어려운 고난을 겪고 출산의 고통을 겪으면서... 그리고 나는 이 책의 말미까지 읽고나서 그 의미를 알겠다.
자존심으로 저질렀던 오만은 결국 큰 아픔으로 다가오게 된다.
한 사람의 어머니로써 부끄럽지 않은 삶이야 말로 여자에게 가장 소중한 가치임을 알아야 했고,
남자들의 독단을 욕하기 전에 여자의 삶이라 해서 결코 비루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야 옳았다.
책을 덮고나면 이 말이 절로 떠오른다. 이 세상 모든 어머니들은 위대하다. 책을 다 읽으면 그 말이 거룩하다로 바뀔지도... 여성 스스로가 자신을 낮추지 말고 더욱 더 자신을 사랑하라는 것이 이 책의 메시지이지 않아 싶다.
30년이 지난 소설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그리고 현재 우리나라에 많은 여성들 뿐만 아니라 남성들에게도 읽혀졌으면 하는 소설이다. 내 주변에 무조건 추천할 만한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