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축제
강영숙 지음 / 창비 / 200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강영숙은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1998년에 서울신문 신춘문예에서 <8월의 식사>로 등단했다. 2006년 제39회 한국일보문학상, 2010년 제4회 백신애문학상, 2010년 제5회 김유정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주요 작품으로 <회색문헌>, <라이팅 클럽>, <리나>, <날마다 축제> 등이 있다.

<날마다 축제>의 주인공은 출산한 경험이 있는 한 여성이다. 도시에서 날마다 펼쳐지는 축제에 참가하고 여관에 돌아온 후 자신의 아이와 보낸 삶을 회상한다. 길을 걷다가 담이 없는 오두막집을 발견한다. 거기에서 아이를 기르는 가족의 모습을 목격한다. 하지만 그녀에게 아이가 없다. 다리 밑에서 만난 남자와 술을 마시고 여관에서 툭툭거리다가 젖몸살이 생긴다. 다음 날 집중호우로 도시가 큰 타격을 입었는데 오두막집은 멀쩡하다. 그녀는 오두막집에 들어와서 아이에게 젖을 물린다.

<날마다 축제>는 제목만 보면 밝고 즐거운 작품 같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분위기는 밝지도 어둡지도 않다. 흐릿흐릿하게 구름이 잔뜩 낀 우울한 날씨 같기도 하고 물 먹은 휴지 같은 먹먹한 정서가 흐른다. 여성의 육체에 대한 표현이 특징적인데 에로티시즘이 전혀 묻어나지 않았고 타인을 위한 도구처럼 표현되었다. 여성의 몸이 아닌 엄마의 몸을 그렸다는 느낌이다. 왜냐하면 주인공 는 홀로 지내는 사람이다. 아이를 기르는 평화로운 가족을 보면서 고독감을, 아이를 낳고 쭈글쭈글한 배를 쓰다듬으며 잃어버린 아이에 대한 상실감을 느낀다. 과거에는 제왕절개를 해서 아이를 낳은 끔찍한 기억이 있다. 하지만 나는 아이를 끔찍이 사랑한다. 유독 양육에 연관된 젖가슴을 강조하며 아이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제왕절개의 고통도 사랑으로 안을 만큼 모성애가 강력하다. 그녀의 모습은 인간보다는 도시라는 야생에서 방황하는 한 마리의 암컷 짐승 같다. 아이 낳고 잘 기르려면 암컷과 수컷, 새끼로 이루어진 무리를 형성시키는 게 안전하다. 그래서 무리를 형성한 가족에게 부러움을 느끼고 자신도 똑같이 가족을 형성하려고 마음을 먹었을 것이다. 그녀에게는 오로지 새끼를 낳고 양육하는 본능만이 남아있다. 남의 자식에게도 젖을 물리는 여성이다. 아이를 생각하다가 젖이 팽창하는 장면에서 볼 수 있듯이 육체는 번식을 위해 충실히 작동하는 기계에 불과하다. 나는 낯선 남자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고 친하지도 않는 둘이 나중에 같이 술을 먹는다. 그리고 남자에게 강간당하는 것에 거부하지 않으려 한다. 상식적으로 낯선 남자를 경계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그녀는 남자에게 다가간다. 그녀의 입장에서 남자는 감정적 교류의 대상이 아닌 정자 제공자에 불과하고 그와 관계를 가져서 아이를 낳으려고 한다. 이렇듯 여성을 짐승처럼 표현하는 강도가 세서 나도 거부감이 느껴지는데 여성 독자에게 불편하게 읽히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든다. 요즘은 자신의 삶을 더 생각하는 추세라 일부러 아이를 안 낳으려고 하고 있고 관계를 가질 때는 피임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런 시각에서 이정도로 지독히 모성애를 보이는 여성은 정신병자라고 생각할 것 같다. 지금이 과거보다 모성애가 떨어졌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출산하면 일과 경제력에 타격을 입는 현사회상과 부족한 복지제도, 정부의 효과 없는 대책 등의 많은 문제들로 인해 출산율 저하를 초래했다. 남자라서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지금의 모성애와 과거의 모성애의 의미차이가 분명히 있다. 과거의 남성중심사회에서 자식의 출산과 양육은 여성의 의무였다. 부성애에 대한 인식이 미비했고 여성이 출산능력이 있고 모성애를 가지고 있으니 응당히 의무를 맡아야 한다고 당시의 사람들은 생각했었다. 모성애는 생물학적으로 프로그래밍 되어 있는 건가 아니면 대대로 관습으로 굳어져서 모성애에 대해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모성애란 무엇인가.

나는 도시에 펼쳐지는 축제에 위안을 받는다. 축제는 많은 사람들이 어울려서 함께 즐기는 잔치다. 나는 다른 사람과 어울리지는 않지만 그 안에 있는 것만으로도 인간은 소속감을 느낀다. 내가 아이에게 보이는 집착은 어쩌면 아이를 원했던 게 아니라 자신과 함께 해줄 사람에 대한 소망이 아닐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