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과 편견 1 (미니북)
제인 오스틴 지음 / 자화상 / 2018년 8월
평점 :
절판


 

요즘 젊은 사람들에겐 연인, 때론 썸이며 남사친,여사친등 남녀간의 다양한 관계가 존재한다. 그것이 연인으로 발전될 수도, 또는 그냥 어영부영 끝나버릴 수도 있지만 그런것에 크게 괘념치 않는 듯 하다. 많은 관계속에서 어떤 형태로든 이어지고 끊어지며 그렇게 인연은 만들어 지니 말이다. 어떤 시대를 살아가고 있던 사랑은 언제나 우리 인생의 중심을 차지한다. 하지만 이미 결혼한 나에게 간질간질한 연애세포는 의미가 없고, 새로운 사랑의 설레임 또한 느낄 수 없다. 한때 울고 웃게 만들던 연애의 기억을 회상하는 것 말고는 없지만, 그럼에도 가끔 만나게 되는 로맨스 소설은 마음을 일렁이게 한다. 그 중에서도 지금과는 너무나 다른 시대의 사랑 이야기지만 수백년이 지나도 우리를 설레게 하는 <오만과 편견>은 읽고 또 읽어도 가슴 두근거리게 만드는 걸작이라는 생각이 든다. 



누구든 자유롭게 사랑을 시작할 수는 있어. 처음에 약간의 호감만으로도 충분히 사랑을 싹틔울 수는 있지. 하지만 애정이 더 커지도록 하지 않고 내버려뒀는데 상대방이 애정을 적극적으로 표현해오기를 바랄 수는 없어.


 

영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소설가 중의 한명인 제인 오스틴은 영국의 국민작가라고도 할 수 있다. 목사 아버지를 두고 6남2녀중 일곱째 딸로 태어난 그녀는 문학 작품을 즐겨 읽던 집안 분위기 덕분에 당대의 유명한 희곡 작품뿐만 아니라 낭만주의 작품, 계몽주의 작품, 수많은 시편을 접하며 그녀의 나이 열 네살 때부터 단편을 쓰기 시작해 스물한 살때 첫 장편을 완성하게 된다. <오만과 편견>은 처음 익명으로 출간하였는데 친한 사람들에게 조차 이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고 한다. 또한 그녀는 한평생을 독신으로 살았다. 물론 그녀에게도 사랑의 아픔은 있었지만 사랑 없는 결혼을 선택하지는 않았다. 제인 오스틴이 문학에 몰두할 수 있었던 것도 아마 독신이기에 가능했던 일일 것이다. <오만과 편견>으로 작가로서 인정을 받고 그 이후로도 많은 작품을 발표했지만 그 당시에는 지금과 같은 엄청난 인기를 얻지는 못했다고 한다. 그러다 19세기 후반부터 많은 비평가들의 힘으로 제인 오스틴의 작품은 명작의 반열에 들게 되고 대중적으로도 큰 인기를 얻게 된다. 

 

 

 

이야기는 5명의 딸을 가진 베넷 집안의 이웃인 네더필드로 많은 재산을 가진 미혼 남자 빙리가 이사오며 시작된다. 베넷집안의 5딸은 모두 미혼이다. 돈 많은 이웃 총각에게 딸을 시집보내기 위해 혈안이 된 베넷여사는 첫째인 아름다운 미모를 가진 제인과 빙리를 이어주기 위해 노력한다. 한편 빙리의 친구인 다아시 역시 엄청난 재산과 큰키에 수려한 외모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만 오만하고 까다로운 성격으로 인해 그의 인기는 시들해진다. 베넷 집안의 둘째인 엘리자베스는 파티에서 자신의 외모를 비하하는 다아시의 말을 우연히 듣게 되고 처음부터 그에 대한 좋지 않은 편견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장난기 많은 활달한 성격에 다른 자매들과 달리 교양과 지식을 갖춘 엘리자베스에게 다아시는 점점 빠지게 된다. 그러나 교양없는 어머니와 게으르고 장교뒤만 쫓아다니는 동생들로 인해 제인과 엘리자베스의 평판 또한 나빠지게 된다. 결국 서로 사랑하지만 멀어지게 된 제인과 빙리, 그리고 다아시에 대한 오해와 편견으로 쉽게 이어지지 않는 엘리자베스와 다아시. 게다가 다아시에 대한 오해가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다아시의 청혼을 거절한 엘리자베스는 그뒤 서서히 모든 사실을 알게 되며 다아시에 대한 애정이 점점 커지게 된다. 서로 대립되는 세계와 가치관을 가진 두 사람이 서로에게 보이는 오만과 자만심, 그리고 그것을 더욱 뿌리깊게 만드는 편견. 그 모든 것을 초월하고 과연 둘은 같은 접점에서 마주할 수 있을까. 



이제 그녀는 자기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게 되었다. 모든 사랑이 물거품이 되어 버릴 수밖에 없는 이 순간에, 그녀는 자기가 그 사람을 사랑했더라면 얼마나 좋았겠는가라는 생각만 들었다.


 

 

 

결혼이 가지는 의미가 많이 바뀌었고 우리는 사랑이냐, 경제적 풍요로움이냐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선택을 할 수 있는 사회가 되었지만 이 소설이 쓰인 시대는 여성이 그런 선택조차 할 수 없는 분위기였다. 그럼에도 소설속 엘리자베스는 어머니가 바라고 집안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청혼을 단칼에 거절한다. 그 후폭풍을 감당하긴 해야 했지만, 어쨋든 자신의 마음이 가지 않는 사람의 청혼을 그렇게 거절한 것만으로도 대담한 선택이었다는 것이다. 지금의 우리에겐 더 많은 선택지가 있지만 아직도 결혼 앞에서 사랑이냐 경제적 부유함이냐를 두고 고민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래서 엘리자베스의 사랑과 결혼에 대한 가치관이 지금 우리에게도 많은 공감대를 불러일으키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단순한 로맨스소설이라고 보기엔 오만과 편견은 그 속에 많은 것을 담고 있다. 그 당시의 시대상을 그녀만의 시선으로 풍자하고 소설 속 인물들의 감정을 광장히 세밀하게 표현한다. 특히 다이시의 오만함과 엘리자베스의 그에 대한 편견이 어떻게 쌓이고 또 그것이 어떻게 풀어지고 섞여지는지의 과정속에 그 당시의 시대상이 가장 잘 담겨져 있어, 나는 비록 그 시대를 살아보지 못했지만 그 속에 함께 동화되는 생생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무관심하지만 유머와 센스있는 베넷, 허영심이 가득한 베넷부인과 어린 동생들, 팔랑귀 빙리와 갈등을 야기하는 빙리의 동생 캐롤라인과 다아시의 이모 캐서린여사까지 정말 다양한 캐릭터들이 합쳐져 훨씬 더 이야기 속에 몰입할 수 있게 해준다는 생각도 들었다. 당당한 엘리자베스가 쟁취해 나가는 자신만의 사랑과 인생에 대한 가치관은 그 당시를 살아가는 보수적인 여성들에게는 신선한 충격을 주었겠지만 지금 우리에겐 동질감과 함께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 또 우리에게 스스로의 삶을 선택하고 이끌어나가라는 것을 다시금 떠올리게 해주는 그녀, 엘리자베스는 멋진 여성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전 그런 말씀은 드리지 않았습니다. 저는 다만 여사님이건 누구건 저와 전혀 관계없는 사람들의 생각에 휘둘리지 않고 제 행복을 위한 길을 제 생각에 따라 선택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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