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소리꾼의 죽음 해미시 맥베스 순경 시리즈 11
M. C. 비턴 지음, 문은실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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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추리소설이나 범죄소설을 자주 읽진 않지만 얼마전 영국의 드라마 ‘셜록’ 시리즈를 굉장히 재밌게 봤던터라 영국이라는 나라가 가지는 이미지에 대한 동경이 어느정도는 자리잡고 있던 터였다. 게다가 해미시 맥베스 시리즈는 비록 나는 몰랐으나 1985년 첫 소설 ‘험담꾼의 죽음’ 이후 30여년 동안 영미권을 넘어 세계 여러 나라에서 사랑받은 시리즈라니 이제서야 알게 된 것이 의아하게 생각될 정도였다. ‘잔소리꾼의 죽음’은 시리즈의 11번째 책이다. 앞의 시리즈를 읽지 못해 선뜻 읽기가 걱정되기도 했지만 사실 추리소설은 순서대로 보지 않고 단편으로 봐도 각자의 스토리를 가진 별개의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기에 부담이 없어 좋다. 


저자는 영국의 대표적인 대중작가로 꼽히며 로맨스와 추리소설 분야에서 다수의 작품을 발표하며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본명인 매리언 채스니로 100편 이상의 역사 로맨스를 발표했고 여러 필명을 쓰며 이 책의 M.C.비턴은 추리소설 작품에 쓰는 필명이라고 한다. 스코틀랜드의 최북단 서덜랜드를 여행하며 처음 해미시 시리즈를 떠올린 그녀는 현재 33권까지 시리즈를 집필했고 텔레비전 드라마로도 제작되었다니 시리즈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는 바다. 


해미시는 스코틀랜드의 가상 도시인 로흐두 마을의 순경이다. 전편에서 실수로 인해 강등되는 아픔과 약혼녀인 프리실라와의 파혼을 겪으며 로흐두 마을의 공공의 적이자 논란의 중심이 된 해미시는 그 상황에서 벗어나고자 휴가를 얻어 스코틀랜드의 아름다운 해변 마을인 스캐그로 떠난다. 하지만 기대를 안고 간 민박집은 싸구려 여인숙에 가깝고 함께 투숙하는 투숙객중 심각한 잔소리꾼인 밥 해리스로 인해 불편한 상황이 만들어진다. 밥 해리스는 아내인 도리스를 끊임없이 들볶고 다른 투숙객과도 트러블을 일으키며 모두가 밥 해리스를 죽여버리자는 진담 같은 농담을 말하곤 한다. 해미시는 오롯이 휴가를 즐기고 싶지만 늦은밤 밥이 도리스를 구타하는 소리를 듣게 되고, 그와 실랑이를 벌이던 중 그의 코를 가격하게 된다. 하지만 다음날 방파제를 거닐던 해미시는 물에 떠있는 밥의 시체를 가장 먼저 발견하게 되고 전날 밥과 충돌이 있었던 해미시는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다. 그는 경찰의 신분을 숨기고 있었지만 살인사건으로 인해 그의 정체가 밝혀지고 그 역시 스캐그의 경찰들과 함께 범인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같은 민박집에 묶었던 사람들의 비밀이 하나둘씩 밝혀지는데...



넌지시 그들을 보던 해미시는 불편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재앙을 불러 모으는 재료를 눈앞에서 바라보고 있는 느낌이었다. 잔뜩 짓밟힌 아내, 고약한 남편, 다정하고 괜찮은 남자, 이 모든 것을 섞으면 무엇이 나오겠는가? 살인, 머릿속의 목소리가 말했다. 


 

추리소설은 역시 범인이 누구일지 예상해 보며 보는 재미가 가장 크다. 하지만 이때까지 읽었던 추리소설은 대부분 등장인물을 파악하는 것만도 버거울때가 많았고 얽히고 설킨 복잡한 관계나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사건들에 정신을 못차리는 경우가 많았다. 게다가 주인공이 너무 천재스럽다거나 현실에선 절대 만날 수 없을 가공의 인물처럼 느껴지면 이야기에 집중하기도 힘들다. 하지만 해미시는 추리소설 주인공이 가지는 냉철함이나 히스테릭한면보단 어떻게 보면 태평해 보이기도 하고 허술한 면도 있는 것 같은 평범한 순경처럼 느껴져 훨씬 친숙하게 다가왔다. 그전 시리즈는 읽어보지 못했지만 ‘잔소리꾼의 죽음’은 복잡하거나 잔인한 살인사건이라기 보단 인과관계가 느껴지는 단순하지만 깊이 공감되는, 현실에서 충분히 일어날 법한 이야기이기에 부담 없이 술술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대놓고 범인이 짐작되는 것도 시시하지만 베일에 쌓여 범인을 짐작조차 할 수 없는 것 역시 재미없다. 그런면에서 ‘잔소리꾼의 죽음’은 그 중간 지점의 가장 재밌고 흥미로운 정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항상 추리 소설의 주인공들은 살인의 기운을 몰고 다니기에 해미시 역시 수많은 시리즈에서 매번 마주하게 되는 살인사건을 어떤식으로 풀어나가는지 또다른 이야기들도 몹시 궁금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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