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를 적다 민음의 시 280
홍일표 지음 / 민음사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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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너머로 성 바오로 성당이 보인다. 횡단보드에 쳐 놓은 밑줄을 바라보면서 나 또한 시집에 밑줄을 쳐가면서 <중세를 적다>를 읽는다.
 머나먼 길을 걸어와 조용히 누운 낱말 부스러기들을 헤적여 본다(숯 너머 동백), 밤을 오래 독대한 자의 얼굴에는 극약을 삼킨 그믐달의 최후가 있지요(가릉빈가),금요일을 안고 금요일이 사라진다(금요일), 집이 갇혔다(열쇠), 사나운 욕설처럼 소나기가 내린다 오래 참다 구름이 내뱉은 말들(암각화), 그래, 그리하여 희망 따위에게 묻곤 한다 오늘의 중세는 언제까지냐고 뭇 생령들을 고문하는 당신의 판타지가 지겹지 않느냐고(중세) ...
그 날이 그 날인 재미없는 일상에서 좋은 시집을 읽는 일은 참 행복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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