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서울 - 수많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로컬 에세이 프로젝트 1
콰야 외 지음 / 방 / 2021년 6월
평점 :
품절


[P.26]
당인동에서 지내면서 생각하지 못했던, 어쩌다 찾아오는 감사한 순간들이 많이 있었다. 창밖에서 음악소리가 들려와 나가봤더니 바로 앞에서 버스킹 공연을 하고 있어 잠옷차림으로 좋은 공연을 보고 돌아왔을 때나 작업실 뒷길이 분홍빛 벚꽃으로 물들어 어쩌다 오랜만에 밖에 나갔는데 화사하게 펼처진 거리를 저벅저벅 걸었을 때, 길고양이를 발견해 편의점에서 캔 사료를 부랴부랴 사서 돌아왔을 때 길고양이가 그대로 있어 밥을 나눠줄 수 있었을 때, 피곤한 상태로 작업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창밖으로 솜 같은 눈이 거리를 덮을 때, 정말 갑자기 찾아와 더 감사하게 느껴진 순간들이었다.

 

[P.49]
공원 벤치에 앉아 흩날리는 복숭아꽃을 떠올리는 것으로, 아무 일 없지만 아무렇지 않지는 않은 여름밤들을 그럭저럭 날 수 있었다. 기분이 분홍분홍해지곤 했다. 그것은 거창하지 않은, 지름을 알 수 없는 옅고 수수한 감정들이었다.

 

[P.85]
인간을 바꾸는 방법은 세 가지뿐이다. 시간을 달리 쓰는 것, 사는 곳을 바꾸는 것, 새로운 사람을 사귀는 것. 이렇게 세 가지 방법이 아니면 인간은 바뀌지 않는다.

 

[Review]
개인적으로 사람들이 붐비고 북적대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쏟아질 듯이 많은 사람들과 삶이 치열해보이는 서울은 그래서 선호하지 않는다. 아니나다를까, 이 책 속에서 그려진 서울의 삶들의 공통점은 하루하루 치열하다는 것, 끊임없이 경쟁하고 있다. 그런 삶 속에 서울은 있다. 당인동, 도화동, 봉천동, 성수동, 연희동, 청량리는 그런 서울 속에 있지만 그 치열함과 북적됨을 넘어서는 매력들이 있다. 그런 매력들이 서울을 말하고 나쁘지 않다는 감정들을 주고 있는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서울을 싫어하는 나도 한 번쯤 가보고 싶고, 그런 감정들을 느껴보고 싶다.

군 생활을 삼청동에서 했었는데, 사격 마치고 콤비버스를 타고 부대로 복귀했던 때가 생각난다. 화려했던 삼청동의 카페 골목, 그리고 카페를 배경으로 촬영하고 있는 피팅 모델들, 데이트하는 사람들을 버스 창 너머로 지나치면서 바라봤던 게 생각이 난다. 치열했던 군생활이었는데 그런 감정들을 좋게 남은 것처럼 서울이란 도시의 매력이 이런 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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