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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의 밤 산책자 - 나만 알고 싶은 이 비밀한 장소들
이다혜 지음 / 한겨레출판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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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다음주면 떠날 교토 여행을 앞두고 표지에서부터 나를 사로잡은 이 책을 만났다.

<교토의 밤 산책자>라는 제목에 내 마음을 홀딱 빼앗긴 기분.

여러 번 방문한 교토지만, 일본의 다른 여행지와 다르게 교토는 늘 아쉬움과 아련함이 남았다.

니시키 시장과 그 주변, 조용한 거리에 자리한 샵들을 구경하고 초저녁쯤,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는 그 순간도 좋았다.

나와 친구는 하염없이 버스를 기다리고, 날은 어둑어둑해지고, 뒤로는 교복 입은 학생들이 지나가고...

그리고 초여름의 시원한 바람이 불었다.

나는 단지 이 며칠이어서 아쉽다, 또 오고 싶다, 또 와서 못 둘러본 주택단지와 상가 골목 곳곳을 돌아보고 싶다,

그런 생각이 가득했다.

 

그렇게 아련함과 보고픔에 계획한 4월의 교토 여행.

벚꽃이 흩날리는 이 예쁜 책이 교토에 빨리 달려가고 싶은 내 마음을 조금 달래주는 듯하다. ㅎㅎ

글이 참 좋고, 작가가 추천하는 장소들 중에서 이번에 꼭 방문하고 싶은 곳들이 많다.

 

특히 이 책을 읽고 나의 여행 계획을 수정하게 된 장소는 료안지, 오하라, 시센도!

여행을 가면 꼭 공원이나 정원을 방문하는, 정원 마니아인 나로서는 '꽃과 계절' '정원과 산책로'를 모아놓은 이 파트가 정말이지 사랑스럽다. (취향저격)

교토만 방문하는 만큼, 꼭 하루 정도는 오하라에 온전히 쓰고, 다른 날에는 료안지와 시센도에 시간을 내서 방문할 예정이다.

 

어디서 보아도 자갈 정원에 놓인 열다섯 개의 돌을 한 번에 볼 수는 없다. (어떤 지점에 서도 안 보이는 돌이 반드 시 있다.) 이러한 점 때문에 가레산스이는 더 신비롭다. 깨달은 자만이 열다섯 개의 돌을 전부 볼 수 있다고 하는데, 나는 깨닫지 못한 인간임을 스스로 잘 알아 굳이 열다섯 개의 돌을 한눈에 보고자 애쓴 적이 없다. 하지만 갈 때마다 돌이 전부 보이는 위치를 찾아보려고 요란하게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는 사람들을 항상 발견하기 마련. 이봐, 그러지 않아야 깨닫는 거라고. 열다섯 개의 돌을 한 번에 보는 게 중요한 게 아니야. _55

 

료안지의 가레산스이에 대한 설명. 열다섯 개의 돌과 작가가 '바다'라고 표현한 그 바람결에 따라 움직이는 모래를 보고 싶다.

 

지인들이 교토에 간다며 어디 한 곳만 추천해주세요라고 할 때, 추천한 뒤 실패한 적 없는 곳이 바로 오하라. 모르고 우연히 가기에는 너무 먼 곳이라서, 누가 좋다고 해야 발걸음하게 된다. 오하라는 교토의 북쪽에 있다. 교토역에서 오하라행 버스를 타고 대략 1시간은 가야 닿는 곳이다. 가을 단풍철이 되면 이 버스는 사람으로 가득 찬다. 시조나 산조에서 버스를 타면 앉지 못하고 꼬박 서서 갈 때도 있는데, 사람까지 많으면 도착하기도 전에 힘이 빠질 정도로 멀다.

오하라는 좋은 야채가 많이 나는 농경지들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교토는 교토의 야채로 만든 츠케모노(일본의 채소 절임)가 특히 유명한데(교토야채절임이라는 뜻으로 교츠케 모노라는 단어도 따로 있다), 그것은 교토에서 나는 야채가 맛있다는 교토식 에두른 자랑이다. 그런 야채들이 바로 오하라에서 재배된다. _125

 

 

오하라에 방문한다면, 꼭! 여기 야채를 사 먹어 봐야지

 

** 책에 실린 오하라 산책로 사진은 보기만 해도 온몸이 초록빛으로 물드는 것처럼 싱그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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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전히 사람들의 마음은 선하다고 믿는다 - 안네 프랑크, 희망의 씨앗에 관한 이야기
마조리 아고신.프란시스카 야녜즈 지음, 우혜림 옮김 / 홍익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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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네가 살아 있었다면, 분명 엄청난 작가가 되었을 것이다. 


13살 소녀의 감성, 소녀의 깨달음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안네는 혜안을 가진 소녀였구나, 를 알게 된다.


안네를 안 것은 안네만한 소녀일 때지만, 안네의 일기에 더 큰 감동을 느끼고

제대로 이해하게 된 건 성인인 지금인 것 같다. 


어릴 때 어른들이 '꼭 읽어야 하는 책'이라며 쥐어준 안네의 일기.

아무도 나를 위협하지 않고 불행하게 만들지도 않는 순탄한 삶을 살던 그때는

안네의 감성을 이해하지 못했다.

나와 비슷한 또래의 소녀가 썼다는데도 그저 어렵게만 느껴졌다.

하지만, 세상을 사는 데 왜 '견딘다'는 표현을 쓰는지 이해하게 되는 사회인이 되었을 때는,

안네를 다시 찾게 되었고, 그제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다.


안네의 일기를 영화화한 1930년대 작품을 보면, 

나치에게 발각된 상황에서 안네의 아버지는 가족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지금까지 우린 2년 동안 두려움 속에서 살았지만, 이제 우린 희망 속에서 살겠구나"


희망이 없는 것 같고, 불안할 때 나보다도 더 극한 상황을 이겨냈던 용감한 누군가,

먼저 견뎌낸 누군가의 '힘껏 당겨주는 것' 같은 한 마디가 절실한 상황에 

나는 안네를 다시 찾았다. 

그리고 이 책을 만났다.

숨어 있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없는 일상 속에서도

안네는 희망을 발견했고, 웃었고, 그 순간을 즐길 줄 알았다.

그 어렵고 대단한 힘이 이 어린 소녀한테 있었다는 게 그저 놀랍고,

그런 총명한 그녀의 삶이 너무 짧았다는 게 안타깝다.

하지만, 안네는 안네의 마지막 말처럼 영원히 살아 있다.


"생명이 다한 후에도 나는 영원히 살았으면 좋겠어요"


천천히 음미하며 읽을 수 있고, 일기 속에서 발견하는 안네의 주옥 같은 말들이 많아서 좋다.

여운이 아주 길게 남는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 살아 있고, 자연의 소리를 기억하며 

결코 희망을 버리지 않았기에 오늘을 살고, 내일을 기대한다"


"사람들은 우울해하는 걸 전염병으로 여긴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누가 아픈 것것보다 우울해하는 걸 더 싫어하고 두려워하는 것 같다"


"하지만 나는 결코 희망을 잃지 않을 것이다.

아름다운 색깔들을 절대 잊지 않을 것이다.

핍박이라는 이름의 어두운 그림자에 절대로 지지 않겠다.

악한 것은 결코 생각하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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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 기다렸던 그의 첫 책.

왕가위 첫 인터뷰 & 화보집!!!

 

뉴욕에서 신간이 발매되었다는 소식이 나왔을 때부터 어서 하루빨리 국내에 번역되기만을 기다려왔다.

그리고, 그렇게 내 손에 들어온 멋진 하드커버의 화보집.

인테리어 소품으로도 손색없을, 원서와 디자인을 똑같이 한 세련된 구성이며

큼직한 화보들... 탄탄한 제본..

거기다 장국영, 장만옥, 양조위 등 그의 영화에 자주 출연했던 배우들에 대한 뒷이야기와 재밌는 에피소드들.

 

그의 긴 영화인생만큼이나 길었던 나의 어리고, 젊은 날들을

이 책을 보며 다시 추억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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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태어나도 우리 - 고승의 환생, 린포체 앙뚜 이야기
문창용 지음 / 홍익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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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회, 전생 등 종교적인 색채를 떠나 스승과 제자 간의 뜨거운 애정과 신뢰에서 큰 감동을 느낀다. 이 책은 종교적인 색채를 담았다기보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고민하는 ‘삶의 목적과 그걸 이루기까지의 희생‘이라는 깊은 메시지를 준다. 이야기에서 여운이 가시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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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에 디저트 먹으러 갑니다 - 세계 3대 요리학교 출신, 두 빵순이가 꼽은 오사카 디저트 맛집
강수진.황지선 지음 / 홍익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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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오사카로 디저트 여행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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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 디저트 
일단 이 궁합부터 너무 좋은데, 음식 하나하나를 설명하는 표현들이 정말 기가 막히다. 
진짜 당장 사 먹고 싶어질 만큼 글을 맛있게 썼다.  

오사카에는 서너 번 가봤지만 갈 때마다 늘 고민이었던 건 뭘 먹을까?였다. 
가봐야 할 명소나 가게는 웬만큼 정해져 있고 정보도 찾기 쉬웠지만, 진짜 맛집, 진짜 일본인들이 애정하는 디저트 가게들은 찾기 어려웠다. 
특히 소비자를 가장한 광고성 포스팅에 속아 시간, 돈만 낭비했던 아픈 기억들이 있어서인지 이 책이 더더욱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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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서 먹는 '한 끼'는 한국에서 먹는 '한 끼'와는 정말 다른데, 이 책은 그걸 이해하고 쓴 책 같다. 
여행하면서 갑자기 당이 급! 당길 때, 그렇다고 아무거나 막 사 먹고 싶지는 않은 사람들에게 강력 추천한다! 

내가 읽으면서 특히 좋았던 건, 음식에 일가견 있는 저자가 직접 고르고 평가한 맛집이라는 것과 현지에서 살아본 경험을 토대로 추천한 숨은 맛집 정보라는 것, 그리고 각 지점만 나열하듯이 설명하는 게 아니라 하나하나에 얽힌 에피소드들을 재밌게 써주고(작가가 글을 정말 맛깔나게, 재밌게 썼다. 감탄 또 감탄...) 무엇보다 음식에 대한 묘사가 기가 막히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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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다 보면 내가 그 음식을 진짜 먹는 것 같고, 그 식감이 느껴지는 것 같다. 모찌 하나를 설명할 때도 단순히 '말랑말랑'만 쓰는 게 아니라 '과즙이 막 터져 흐르는 듯한' '몰캉몰캉 보드라워 씹는 줄도 모르게 넘어가는' 등의 다양한 표현을 써서 지루함이 없다. 

'맛있다'라는 말 외에 이렇게도 묘사가 가능하구나...를 보여주는 책. 진짜 먹고 싶어지게 만든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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