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유의 힘
장석주 지음 / 다산책방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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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좋아하시나요?"

이런 질문을 학창 시절에 받았다면 당연히 "싫어요"라는 대답을 했을거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턴가 시가 읽기에 그렇게 어렵고 힘든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아마도 10여년 전 책을 조금 더 가깝게 접하게 되면서부터인 것 같다.

물론 여전히 시를 읽는 것은 나에겐 어려운 일이긴 하다. 다만 이젠 진저리칠 정도로 싫지 않고 읽으면 이해가 되곤 한다. 꽤 많이...

 

그 시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힘이 은유란다.

메타포=은유...

난 이말을 영화 '일포스티노'의 원작 '네루다의 우편배달부'를 읽고 알았다. 그전엔 은유라는 말을 잘 알지 못했다. 시에서 많이 활용된다는 것은 알았지만 어떤 방식으로 이해야할진 잘 몰랐다.

이번에 만나게 된 책 '은유의 힘'을 통해 은유에 대해 제대로 알 수 있는 기횔 가질 수 있어 시에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을 듯 하다.

그럼 은유는 어떤 힘을 가지고 있을까?

 

 

은유하면 무엇이 가장 먼저 떠오를까?

의미를 가득 담아낸 말이란 표현이 난 가장 먼저 생각난다. 그래 이건 내가 이해하는 것이다.

어떤 하나의 단어에 우리가 생각지 못했던 혹은 우리가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의미를 함께 담아서 표현하는게 아닌가 싶다.

어쩌면 짧은 하나의 단어, 짧은 하나의 문장에 많은 것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시라는 장르에 어떤 표현법보다 어울리는 것이 아닌가 싶다.

 

작가님은 시라는 것에 그 은유를 제대로 담기 위해서는 몸으로 시를 써야한다고 한다.

"시는 몸에서 꺼내야 해요. 시를 쓸 때 생각에 의지하면 항상 늦어요. 생각보다 말이 먼저 나가도록 하세요. 머리가 개입하지 못하도록 빨리 쓰세요. 시에서 리듬이 강해지면 의마가 희박해져요. 그건 머리보다 몸이 먼저 나갔다는 증거에요." 진정한 시는 머리보다 몸에서 먼저 나온다. 몸은 세계와 자아의 매개물, 자아가 세계와 만나는 최전선, 존재의 물리적 기반이다.(P18)

 

순간...이해가 되는 것 같으면서도 어렵단 생각이 들었다. 내가 또 뭔가 제대로 접근하지 못하고 있는건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왠지 생각을 너무 많이 하면 정처없이 산으로 갈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떠오르는대로 자꾸 써보는게 도움이 되는게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역시 시는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더 오묘한게 아닌가 싶다. 몸에서 나와 사람을 품으니 말이다.

 

 

 "처음 시를 접하는 사람들에겐 어떤 것을 추천할 것 같아?"란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내가 책을 좋아하고 많이 본다고 하니 물었던 것 같다. 순간 말문이 막혔었다. 등줄기에 땀도 흘렀다. 그래서 솔직하게 대답했다. 난 아는 시인이 별로 없어... 너희가 아는 시인만큼 알걸? 그러면서 그냥 다들 아는 시인의 시를 교과서에서 배운게 아니라 그냥 읽어보란 말을 했던 것 같다.

왜냐면 나도 그렇게 시에 대한 거부감을 조금 떨쳐버릴 수 있었으니까...

그러다 문득 생각이 났다. 교과서가 문학에 대한 이해를 망친다는 말을 한 분이 있었다. 부분적인 것만 보고 소설을 이해하라 하고 똑같은 의미를 부여하고 이를 외워서 시험을 치르라 하고...

어디 그게 말이 되느냐고... 시는 그안에 그런 의미 말고도 읽는 사람에 따라 이해하는 폭이 무궁무진하다면서...

그땐 그말을 이해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이해가 간다. 고전 작품들을 다시 읽고 그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었고.... 시를 다시 접하면서 시가 가진 매력을 조금씩 깨우쳐 가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이번 은유의 힘을 보면서 난 다시한번 시를 제대로 만날 수 있는 용기를 얻게 되었다.

그래서 시인들이 가지고 있는 세상을 보는 눈을 담고 싶어졌다.

어떤 대상을 보는 시각의 차이를 이해하고 싶다.

같은 상황에 놓여있어도 서로 다른 상태를 표현해 내는 그들의 능력을 배우고 싶다.

시는 "살아 있다는 것"의 기미를 언어로 포획하는 일이다. ~중략~ 시는 "산다"는 것에 대한 호응, 생명의 맥동에 반향하는 리듬, 죽은 언어들에 숨결을 되돌려주는 일이다.(p249)

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

시를 통해 세상을 다시 볼 수 있고 또 그안에 또 다른 느낌의 생명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말이지 않은가...

갑자기 시를 마구마구 읽어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생각했다. 그래 지금 여기 이곳에 소개된 그분들의 시부터 시작하자...

 

아주 멋진 미사여구가 없어도 지극히 평범한 어법이나 말투지만

 그안에 또다른 무언갈 담아낼 수 있는

그들의 능력이 새삼 부럽다.

이것이 은유의 힘이라는 것을 이번에 제대로 알 수 있어서 좋았다.

지극히 평범한 일상 속 은유를 찾아볼 수 있는 즐거운 시간이 기대되는 순간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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