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가 이별의 날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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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별도 쉬운 이별은 없다.

그 이별이 가족일 경우엔 더 그렇다.

 

"노아노아야,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약속해주겠지?

완벽하게 작별 인사를 할 수 있게 되면

나를 떠나서 돌아보지 않겠다고.

네 인생을 살겠다고 말이다.

아직 남아 있는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건

끔찍한 일이거든."

 

 

노아는 오늘도 할아버지와 함께 시간을 보낸다. 

두사람은 벤치에 앉아 할아버지의 세상을 바라본다. 그리고 이야기를 나눈다. 

그들이 바라보는 세상은 현실이기도 하고 환상이기도 하다.

할아버지는 노아를 그 어떤 이보다 좋아한다. 아니 사랑한다. 그래서 항상 이름을 두번 반복해서 부른다.

"노아노아야~"

노아의 든든한 후원자이면서 버팀목이었던 할아버지가 점점 기억을 읽어가면서 노아가 할아버지의 길잡이가 되고 기둥이 되어간다.

그리고 그들은 서로에게 그 어떤 이보다

 


아이가 자라면 할아버지는 점점 사라져 간다. 하지만 그것 또한 굳건히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 할아버지다.

그래서 할아버지와 손자의 이별은 아픔이면서도 성장이다.

아이의 키가 자라 발이 바닥에 닿을 때쯤 할아버지는 노아와 헤어질 것이라는 것을 짐작한다. 그것이 최대의 고민이지만 그것을 온전히 내비치지 않는다. 그래서 그것이 더 아리게 다가왔다.

 

바쁘게 살아야하는 젊은 시절을 보내는 것이 아버지인지라 아빠라는 삶은 제대로 살 수 없는 아버지들이 많다. 그래서 할아버지가 되었을 때 그 누구보다 손자란 존재에 애착을 갖는 것 같다. 노아의 할아버지처럼...

그리고 함께할 시간이 많지 않았던 아들과의 관계도 함께할 시간이 많았던 손자로 인해 이어진다.

아이는 할아버지와 공감하며 아버지로서 느끼지 못했던 감정을 느끼게 하고 그것은 또한 아이를 성장하게 한다.

나도 할머니와 보낸 시간이 많았다. 티격태격하면서도 학교가 끝나면 할머니부터 찾았고 할머니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TV를 함께 보며 웃고 울고 떠들고... 그렇게 난 부모님이 없는 상실감을 할머니와 함께하며 극복했던 것 같다.

아마 노아도 할아버지와 그런 관계가 아니었을까?

그래서 노아와 할아버지의 이별은 더 아릿하고 슬프게 다가왔다.

그런데 어쩌면 노아는 행복한 아이일지도 모르겠다.

할아버지의 기억이 서서히 사라지면서 이별 연습을 좀 더 할 수 있었을 테니까..

난 할머니와의 이별을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할머니와의 이별을 받아들여야 했기 때문에 혼란스러웠고 많이 서러웠다. 남들은 호상이라는 장례식에서 친구를 붙들고 펑펑 울었던 기억은 여전히 가슴에 아릿함으로 남아있다.

 

물론 알고 있었건 급작스럽게 닥쳤건 가족과의 이별은 슬프고 아프다. 그래서 노아의 할아버지는 노아를 잃어버리는게 두렵고 슬펐을거다. 하지만 기억이 지워지는 것은 아픔도 지운다고 말하는 것처럼 의연하게 받아들이려 한다. 그모습이 난 더 아프고 슬펐다.

 

누구나 죽음을 맞는다. 죽음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책을 읽으며 생각했다. 언제가 될지 모르는 죽음이 급작스럽게 다가오기 전에 함께 하는 사람들에게 더 많이 표현하고 사랑해야겠다고... 그리고 설사 급작스럽게 이별을 하게 되더라도... 그것을 의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고...

언젠가 부터 내 할머닌 나의 꿈에도 나타나지 않으신다.

마지막 꿈에서 '이제 내걱정말고 잘 살아야해...'하셨던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왠지 할머니가 무척 보고 싶은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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