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소음
줄리언 반스 지음, 송은주 옮김 / 다산책방 / 201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시대의 소음은 음악가의 이야기다.

하지만 음악가의 이야기로만 들리지 않는다.

 

 

그는 어딘가에 있다. 층계참에도 있고, 비행기에도 있고, 차 안에도 있다. 하지만 그 어느 곳에서도 안정을 찾지 못하고 최악의 상황에 접하게 된다. 그는 그런 최악의 상황을 음악으로 담았다. 하지만 그것이 또 사람들에겐 아니 고위층 그들에겐 비판의 대상이 된다. 그리고 그를 억압하는 수단도 된다.

물론 혼자 지레짐작하는 부분도 없지 않다. 하지만 그에게 있어 자신이 하고 있는 음악은 어쩌면 자유로운 창작의 기쁨을 누리는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기획되고 감시되는 존재다. 그래서 불안하고 초조하기도 하며 또한 비겁하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까지도 그는 음악을 놓을 수 없다. 설사 그들이 원하는대로 구성을 하는 한이 있어도...

 

개인적으로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의 음악을 좋아한다. 하지만 그가 만들어 낸 음악에만 관심이 있었지 그가 가지고 있었음직한 고뇌에 대해서나 그가 기회주이자라 불리면 비판을 받는 것에 대해선 관심이 없었다.

그리고 그가 왜 그런 순간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이해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책을 보며 생각했다. 어쩌면 그는 어떤 누구보다도 치열하게 자신의 속내를 감추기 위해 노력했던 사람이 아닐까라고...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음악 뿐인데 그 음악을 할 수 없는 상황이 생긴다면 자신이 과연 견딜 수 있을까란 고뇌가 가장 컸지 않았을까 싶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그를 따랐고 또 그 당시의 대의라 불리는 것을 따랐다. 물론 예술을 통해 스탈린에 저항하는 것이 당시의 그와 유사한 부류의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가장 큰 정의실현일 순 있었다. 하지만 그로 인해 더이상은 어떤 창작 활동도 할 수 없었던 무수히 많은 이들을 봤을 그가 과연 저항에 동참할 수 있었을까란 의문은 생겼다. 

또한 자신의 작은 실수로 인해 자신을 온전한 구성체로 만들어 준 가족들도 다칠 수 있는 상황에서 그가 과연 그들처럼 정의만을 생각할수 있었을까?

끊임없이 고민하고 고민했겠지만 좀 더 오랜시간 음악과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길은 그들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닐까란 생각에 비난만이 능사는 아니구나란 생각을 했다.

그리고 '나였다면 어떻게 했을까?'란 질문도 던지게 된다. 아마도 그들과 함께 앞장서진 않았겠지만 어물쩍 동조하는 쪽으로 살아갔을 것이다란 결론이다.

책을 읽을 수록 우리나라의 일본 식민지 시절 그들에게 저항할 수 없었던 수많은 조상님들이 떠올랐다. 따르지 않으면 더이상 살아갈 수 없었던 그들의 마음이,

고통스러우면서도 따를 수 밖에 없었을 그들의 속내가 얼마나 아렸을까...

문득 책을 읽으며 그 어떤 곳보다 그의 마음이 들여다 보였던 부분을 짧게 옮겨본다.

 

"아이러니는 파괴자와 사보타주 주동자들의 언어로 통했기에, 그것을 쓰면 위험해졌다. 그러나 아이러니는 - 어쩌면 가끔씩은, 그는 그러기를 바랐다 - 시대의 소음이 유리창을 박살낼 정도로 커질 때조차 - 자신이 가치 있게 여기는 것을 지킬 수 있게 해줄지도 모른다. 그가 가치 있게 여기는 것을 무엇일까?음악, 그의 가족, 사랑. 사랑, 그의 가족, 음악. 중요도는 바뀔 수 있었다. 아이러니가 그의 음악을 보호해줄 수 있을까? 잘못된 기들이 듣지 못하도록 소중한 것을 숨겨서 통과시킬 수 있는 비밀의 언어로 음악이 남아 있는 한은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음악이 암호로만 존재할 수는 없었다. 때로는 솔직하게 다 털어놓고 말하고 싶어 좀이 쑤셨다. 아이러니가 자식들을 보호해줄 수 있을까? 열 살 먹은 막심은 학교에서 암악 시험 중 아버지를 공개적으로 비난해야만 했다. 이런 처지에 갈리야와 막심에게 아이러니가 무슨 소용이 있을까?"(p127)

 

그와 같은 생각으로 움츠러 들었을 모든 이들에게 짧지만 심심한 인사를 전한다.

"그래도 애쓰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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