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쓰메 소세키 전집을 읽기 시작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14권 중 13번째 책을 읽었다.
이제 한권 남았다.
열세번째 책 '한눈팔기'는 나쓰메 소세키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외국으로 유학을 다녀온 후 학생들을 가르친 일이나 어린 시절 다른 집에 수양아들로 보내졌던 것 등이 나쓰메 소세키 본인의 경험이 주인공
겐조에 녹아져 있다.
겐조는 유학을 다녀와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으나 그에 대한 자부심이 있는 것 같진
않다.
그러던 어느날 우연히 그분을 만나고 언잖은 기분이 된다. 그와 아내는 걱정을 한다. 그리고
우려하던 일이 생긴다. 그가 다른 이를 통해 만남을 요청한 것이다. 어린 시절 자신을 양아들로 데리고 있었다는 이유로 그에게 자신을 부양할
의무를 지우는 것 같아 찜찜하다. 겐조는 그와의 일로 인해 자신의 현재 위치에 대한 혼란을 겪게 되고 그로 인해 점점 더 까칠한 모습을 보인다.
겐조라는 인물은 이상적인 삶을 위해 많은 공부를 했다. 하지만 현실의 삶은 자신의 이상과는
동떨어진다. 현재의 삶에서도 돈이라는 것이 문제이듯 그 당시에도 돈이라는 것이 문제였던 듯 하다. 돈에 굴복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진 않지만 어쩔
수 없이 끌려가는 상황이 만들어진다. 오랜만에 다시 나타난 시마다란 인물과 그의 전부인으로 인해...
그렇지만 그것만이 아니어도 항상 돈은 항상 문제가 된다. 몸이 아픈 누나에게도, 힘겨운
형에게도 그리고 아이를 임신 중인 아내에게도...
겐조를 통해 자신을 투영하면서 소세키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동참하고 싶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시류에 몸담아야하는 자신에게 환멸을 느꼈을까? 아니면 그냥 순응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을까? 그는
돈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을 옥죄는 것으로 표현했다. 돈만을 쫓는 것이 아님을 보여주기 위해 글을 쓰는 것도 같다. 그럼에도 돈은 글로 인해
생기긴 하지만...
자신의 혼란함을 어쩌지 못하는 모습이기도 하다. 그냥 무시하고 싶지만 그렇게 되지도 않는 자신의 우유부단함도 그를 통해 보여주는 것
같다.
세상일이 다 그렇지...하면서도 또 그렇지 않은가?란 의문을 가지고 있는 듯 한 모습이다.
"세상에 매듭지어지는 일은 거의 없어. 한번 일어난일은 언제까지고 계속되지. 다만 여러 가지 형태로 변하니까 남들도 자신도 알 수 없을
뿐이야."(p287)
과거에서도 현재에서도 어쩔 수 없는 것을 미래엔 어떻게 변화시켜보고 싶은 마음에서 그가 글을 썼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한 문장이다.
하지만 현재가 그다지 달라진 것 같아 보이진 않는다...그점은 참 유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