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분 지나고까지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10
나쓰메 소세키 지음, 송태욱 옮김 / 현암사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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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들에 대해 이야기해보자는 의견이 있었다.

아마도 책 속에 나오는 인물이 다른 소세키 작가님의 작품들에 다양한 군상들이 등장해서 그랬던 것 같다.

다 읽지 못한 상황에서 접한 토론 주제였기 때문에 '왜?'라는 의문도 들었지만, 책을 모두 읽고 나서는 이해가 되었던 주제였다.

 

화자인 것 같은 게이타로가 있다. 게이타로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모리모토가 있다.

그리고 게이타로의 친구인 스나가가 나온다.

스나가의 집에 드나드는 의문의 여인이 있고, 스나가의 소개로 게이타로가 만나게 되는 스나가의 이모부 다이치씨가 있다.

다이치의 부탁으로 뒤를 쫓게된 그가 있는데 그는 바로 스나가의 외삼촌 마스모토이고...게이타로가 뒤를 밟을때 스나가의 외삼촌 마스모토가 만난 의문의 여인은 바로 다이치 본인의 딸인 지요코이다.

뭔가 굉장히 복잡한 느낌이 든다.

하지만 그속을 들여다 보면 그저 게이타로와 그들을 만나게 해야 하는 장치로 등장하는 작은 에피소드에 지나지 않는다.

 

게이타로는 대학을 졸업하고 뭔가 일자리를 찾아 다니고 있으나 딱히 직장에 대한 간절함이 보이지 않는다. 그런 상황에서 자신의 모험이야기를 들려주는 모리모토가 무척이나 못마땅하면서도 그가 부럽다.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는 그가 무척이나 게을러 보이고 한심해 보이면서도 당시의 많은 게이타로들이 그런 모습으로 살았었지 않았을까란 생각을 한다.

누군가에 의지하고 싶어하고 그 의지에 덤으로 무언가 얻길 원하는...

무위도식? 그래서 그는 모리모토가 남기고 떠나간 뱀머리 모양의 손잡이가 있는 지팡이가 자신에게 행운을 가져다 주는 부적인 것처럼 생각하고 늘 지니려고 한다.

노력이 수반되지 않는 행운은 없다는 것을 모르는 것인지...누군가의 말만 믿고 그게 자신의 성공의 열쇠로 믿는 나약한 인간...

 

게이타로처럼 나약한 모습으로 등장하지 않았지만 실제론 무척이나 위축된 모습을 보이는 스나가는 게이타로보다는 상황이 나아보인다.

하지만 실제론 그의 상황이 그다지 좋은 상황만은 아니다.

이모부의 딸인 지요코와의 결혼을 요구하는 어머니에게 자신은 지요코와 결혼하지 않는다고 단호하게 말하지도 못하고 (아무리 모계쪽 사촌지간엔 결혼이 허용되었던 일본이라고 하지만 역시 이 부분을 읽을땐 무척이나 불편한 마음으로 책을 읽었던 것 같다.) 또한 지요코에게도 자신의 마음을 충분히 전달 못하는 우유부단한 캐릭터로 으뜸이다.

어머니는 보살펴 드리고 보호해야하는 그리고 그녀를 따라야하는 존재지만...자신의 처지가 그래도 되는지 항상 의문에 차있고, 어머니는 그런 그의 처지를 알고 지요코와의 혼담을 꼭 성사시켜 그의 존재를 더욱 확고하게 하려고 하나 그가 따라주지 않는다.(물론 후에 어떤 일이 벌어졌을진 그냥 독자들의 상상에 맡겨둔 것 같아 보이지만...스나가의 극 중 성격으로 봤을때 뭔가 일이 생기는 것은 힘들 것 같다.)

어쨌든 소세키 작가님의 작품에 항상 등장하는 우유부단에 쪼그라든 캐릭터가 스나가가 아닐까..

 

다이치는 무척이나 개구진 캐릭터라 생각된다.

사람을 놀리길 좋아하는데 그게 꼭 놀리는 것이 아닌 굉장히 진지한 모습으로 보여져서 무척이나 요망한 캐릭터로 보였다. 물론 지금까지의 소세키 작가님 소설에서 등장했던 어떤 캐릭터보다 금전 감각이나 경제관념은 뚜렷한 사람이어서 그부분은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100년전이나 지금이나 왠지 돈만 있으면 못이룰 것이 없을 것 같으니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도...

그래도 역시 우스운 졸부같은 느낌을 완전히 지울 순 없었다.

 

스나가의 외삼촌 마스모토는 이 소설에서 등장하는 캐릭터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캐릭터다.

다른 소설에 등장했던 캐릭터처럼 고등유민(책 속의 p176에 설명이 있다.)이지만 다른 이들처럼 가족을 등한시 하지도 가족과 불화가 있지도 않고 당당하면서도 책임감이 강하고 밝은 캐릭터다.

생활 능력이 조금 떨어진다고 하나 자신의 신념이 강하다면 그게 무슨 문제가 될까..

그런 사람이라면 언제든 자신을 일으켜 세워 나아갈 수 있을테니 말이다.

다만 그에게 안타까움을 느꼈던 것은 막내의 죽음으로 인해 무언가를 조금은 두려워하는 마음이 있어 더욱 인간적인 연민을 느끼게 한다는 것이다.

거기에서 가족을 아끼는 그의 마음이 고스란히 보여서 왠지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였다. 

최근까지 읽었던 소설 속의 인물들은 그 소설이 쓰여졌던 시대가 어느 시대였던 간에...

현재의 우리들의 주변에 있는 인물들의 삶과 아주 많이 비슷했다.

인간의 삶이라는 것이 어쩌면 유행처럼 돌고 돌아 가는 것이라서 그럴지도...

 

그래도 우리가 자꾸 그들을 삶을 소설 속에서 들여다 보는건...그런 삶을 모두 경험할 수 없어서 일지도...

오늘도 난 많은 군상들을 소설속에서 만나고 헤어진다.

앞으로 만날 그들...

만나서 반가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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