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다시 만난 나쓰메 소세키 작가님의 작품..
이번에 만난 시리즈는 9번째 작품은 문 (門)이라는 소설이다.
문 (門)...
사실 제목을 지을때 작가님이 지은게 아니라 작가님의 제자분에게 부탁하셔서 제목을 지으셨다고
하시던데...그래서 그런가..사실 문이 뭐야..하고 의아해 하며 처음엔 읽기시작했던 것 같다.
뭔가 맞지 않는 듯한 느낌이 없지 않아서...
허나...읽으면서...
뭔가 뚫고 나가고 싶은 주인공의 심정을 대변하는 것으로 문이라는 것이 쓰여진 것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긴 했다.
주인공 소스케는 오요네와 함께 살아간다.
그런데 그들의 삶은 녹록치 않다. 고단하고 힘들다.
대학을 중퇴한 소스케는 지방직 공무원이다. 그러나 그는 그일이 자신을 금전적으로 더욱 안정된
삶을 위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허나 그는 그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아버지가 돌아가시며 남겨준 재산으로 그는 동생을 돌보려한다. 숙부께 부탁하여...
허나 그렇게 부탁하고 관리를 안하는 사이 숙부는 돌아가시고...숙모는 이제 더이상 동생의
학비를 댈 수 없다 한다. 이런 청천벽력이...그런데 소스케...동생 고로쿠를 위해 숙모를 찾아가기는 커녕 자꾸 만남의 시간을 미룬다. 숙부가
살아계실때와 마찬가지로...허나 지금 다시 숙모를 찾아간다고 뽀족한 수가 있는 것도 아니라고 두 부부는 그냥 지금의 현실에 안주해
버린다.

두 부부는 부부로 살아가는 것이 한편으로는 누군가에게 몹쓸 짓을 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책에서 확인하시길~)
다만 간접적으로 그런 그 부부들의 몹쓸 짓이 어떤 것인지 느끼게 되는 부분이 있다.
"당신은 남한테 봅쓸
짓을 한 적이 있어. 그 죄 때문에 벌을 받아서 아기는 절대 못 키워"(p166)
'소스케는 당시를
떠올릴 때마다 자연의 흐름이 거기서 뚝 멈추고 자신도 오요네도 순식간에 화석이 되어버렸다면 차라리 괴롭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일은 겨울
밑에서 봄이 머리를 쳐들 부렵에 시작되어 벚꽃이 다 지고 어린잎으로 색을 바꿀 무렵 끝났다. 모든 것이 생사를 건 싸움이었다. 청죽(靑竹)을
불에 쬐어 기름을 짜낼 정도의 고토잉었다. 아무 준비도 안 된 두사람에게 돌연 모진 바람이 불어 둘을 쓰러뜨렸던 것이다. 두 사람이 일어났을
때는 이미 어디나 온통 모래뿐이었다. 그들은 모래투성이가 된 자신들을 발견했다. 하지만 언제 바람을 맞고 쓰러졌는지도
몰랐다.'(p189)
띠지에 있는 말처럼..
우린 항상 물안한 마음으로 무언가 시작하고 혹시 실패하지 않을까란 나약한 자신 때문에 더
나아가는게 쉽지 않을때도 많다.
왠지 그래서 책속의 주인공이 더 답답하고 짜증스러웠는지도 모르겠다.
왠지 실패할까 두려워 앞으로 나아가는게 어려운 나의 일면을 본 것 같아서...
실패가 두려워 시도도 안해 보고 그냥 기회를 놓쳐버리면...시도해 보고 실패할 때보다 더
어리석은 인물이 되는 것이 아닌가란 생각이 문득 들었다.
고단함이 더 가중되고 금전적인 고통이 더 크더라도 도전에 노력을 아끼지 않을
수 있길!!! 바라 본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문이라는 제목에 걸맞는 그런 문구가 이것이 아닌가란 생각을 했다.
'가랑이를 벌리고
뛰어넘듯이 반짇고리와 실보무라지 위를 넘어 거실 미닫이문을 열자 바로 객실이다. 남쪽이 현관으로 막혀 있어 양지에서 갑자기 들어온 눈동자에는 맨
끝의 장지문이 으스스하게 추워 보인다. 그 문을 열면 차양에 닿을 듯이 깎아지른 절벽이 툇마루 끝에서 우뚝 솟아 있어 아침만이라도 들어야 할
햇빛이 쉬이 들지 않는다.'(p18)
문을 열기 전에도 문을 열고 나가도 뭔가 춥고 안쓰러운 상황만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듯 하다. 그들이 문을 열지 않고 안에 있어도...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도 상황이 그다지 달라지지 않는 듯 한 느낌이랄까...그래서 선뜻
문을 열고 나가지도 못하는 모습에서 문 (門)이라는 것의 의미가 투영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란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 현암사의 70주년 기념 선물과 함께 책을 받았다.
왠지 문 (門)이라는 책의 표지색과 무척이나 잘 어울리는 그런 가방이어서 더 좋앗떤 것 같다.
가방의 그림이 책을 연상시키는 것이긴 하지만..
어떻게 보면 한단계 한단계 밟고 올라가는 계단 같은 느낌도 들었다.
현암사의 발자취를 보는 듯한 느낌이라 더 좋았던 기념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