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랑은 처음이라서 - 테마소설 1990 플레이리스트
조우리 외 지음 / 다산책방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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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 사람을 사랑하게 하기도 슬퍼하게 하기도 용기를 얻게 하기도 한다.

이 노래를 들었을 때 무슨 생각을 했었지?

이 노래를 들었을 때 어떤 일이 있었지?

그래서 예전 노래를 들으면 노래를 들었을 때의 감정이 상황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 갈 때가 있다.

그리고 7인의 작가. 그녀들은 그것을 이야기로 풀어냈다.

 

 

책 속엔 7명의 작가가 7곡의 노래를 만났고 이야기가 되었다.

그 이야길 읽은 나는 추억과 생각에 빠졌다. 노래에 대한 추억... 이야기에 대한 생각...  

 

S.E.S. "I am Your Girl" 그리고 조우리 "이 사랑은 처음이라서"

누구를 사랑하든 사랑은 늘 마음 속에 남는다. 소설 속 소녀들은 연예인을 좋아한다. 그리고 그녀들의 일이라면 누구보다 먼저 앞장서는 모습을 보인다. 문득 학창시절 좋아했던 '서태지와 아이들'이 떠오른다. 처음으로 팬클럽란 것에 가입을 했다. 음반을 사고 포스터를 사고 기사들을 모았다. 지금도 여전히 대장님과 관련된 음반이 나오면 나도 모르게 구입을 하고 있다. 아마도 첫정이라 더 끌리지 않았을까?

그래서 "저도 밀크드림 팬이거든요."p38 란 문장을 봤을 때 나도 "서태지와 아이들 팬이거든요."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래 여전히 난 그들의 팬이다.

 

한스밴드 "오락실" 그리고 조시현 "에코 제임버"

"반짝이는 조명 아래 16분할의 화면은 인간 역사의 축소판처럼 보였다."p46

생각해 보면 오락실이란 노래는 노래방에서 많이 불러보진 못했다. 아주 좋아하는 곡도 아니었고 좋아하는 밴드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락실이란 노래는 아주 자주 노래방에서 들었다. 친구들이 부르는건 심심치 않게 들었으니까...

어쨌든 가끔 갔던 노래방에서(지금은 5년이상 안간 듯...) 사장님이 우릴 지켜봤을거란 생각은 정말 못했다. 얼마나 웃겼을까? 순간 무지하게 창피함을 느꼈다. 그런데 그곳에서 지켜본 노래방 화면들은 정말 인간사가 다 보였을 생각을 하니 그것도 참 재미있었겠구나 했다.

 

이소라 "처음 느낌 그대로" 그리고 차현지 "녹색극장"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얼마나 될까?

사람은 사람대로 건물은 건물대로 물건은 물건대로 세월의 흔적이 남는다.

특히 세월이 지나 아예 없어지는 것도 생긴다.

그래서 그녀가 이별했다는 것이, 추억의 장소가 없어졌다는 것이 아릿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조금 변했다고 해도 그자리에 그냥 처음처럼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좋은 것이 있다는 것도 느낀다.

"헤어짐도 부서진 것도 없이 멀쩡하게 그대로, 무언가가 녹슬지 않고 꿋꿋하게 버티고 있다는 것을."p108

 

 

 BoA "먼 훗날 우리" 그리고 허희정 "미래의 미래"

"미래는 미래에 대해 의문을 갖지 않는다. 미래에게는 미래의 모든 일이 당연하니까."P128

조금 아주 조금 글 속에서 길을 잃었다. 방금 뭘 읽은거지? 미래의 미래를 만난건가? 아님 그냥 미래가 느끼는 미래를 만난건가?

미래에 대한 생각들은 누구나 하며 살지 않나? 그래서 미래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 생각하는게 아닐까? 그런데 생각해 보면 미래는 지금의 현재가 모여서 되는거니까 현재를 소홀히 하는 것도 또 나쁜게 아닐까? 미래만 생각할게 아니라 현재도 제대로 생각해야 한다. 그게 맞는거 같다. 그걸 말하고 싶은게 아니었을까? 그래서 미래의 모든 일이 당연하다고 한게 아닐까?

자꾸 질문을 하게 하는 작품이다.

 

박지윤 " Steal Alway(주인공)" 그리고 이수진 "셋"

가끔 내가 내가 아닌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어떤 행동을 했을 때 혹은 어떤 말을 했을 때...

평소라면 절대 나라고 할 수 없는 새로운 자아가 나온 듯 한 기분이 들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멍해 진다. 그리고 잠시 생각한다. 내가 지금 맞나? 혹시 여긴 다른 곳인가?

누구나 여러가지 모습을 가지고 있다곤 한다. 하지만 너무 확확 변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진 않다. 그러면 안될 것 같기도 하다. 그럼 나자신에게도 무서움을 느낄 수 있을테니 너무 다른 나는 튀어 나오지 않길 바란다.

"나 자신을 잃는 경험은 한 번으로 충분했어요.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을 만큼 끔찍했어요."p156

나 아닌 것 같은 상황은 되도록이면 경험하고 싶지 않다.

 

엄정화 "눈동자" 그리고 이승은 "카페 창가에서"

누군가를 지켜보고 그들이 무얼 하는지 상상하는건 퍽 재미있는 일이다.

그래서 가끔 멍하니 창 밖을 바라보거나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작품 속 인물들을 보는 것도 그런 눈으로 보게 되는게 아닐까?

그들은 무슨 생각으로 행동하는걸까 궁금해 하면서... 그리고 결말이 나지 않고 끝나는 작품이라면 그 뒤의 이야길 내가 작가의 눈으로 혹은 주인공의 눈으로 상상해 본다. 

경험해 보지 않은 것들을 상상하게 된다. 그리고 어떤 선택을 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상상하게 된다.

"우리가 선택하지 않았는데 일어난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p214

 

자우림 "이틀 전에 죽은 그녀와의 채팅은" 그리고 송지현 "매일의 메뉴"

타닥타닥 자판을 두드리거나 끄적끄적 손가락을 열심히 눌러 메세지를 보낸다.

우린 매일 누군가와 말이 아닌 손으로 대화를 나눈다. 그런데 혹시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누군가와의 손 대화가 가능하다면? 어쩌면 그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물론 대답이 내가 원하는 대답이 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미리 설정을 해둔다고 가정했을 때 말이다. 무지하게 이상한 상황이겠지만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순간 상상했다. 끔찍하긴 하지만...

자우림의 노래 제목을 읽고 순간 헉 했다. 그래서 작품 속에서 언제 그런 말이 나오나 조마조마했다.

"L이 복도에 있는 화장실에 간 사이, 나는 부고 문자를 가만히 바라본다."p247

설마... 상상은 내 자유일까?

 

 

작품을 읽고 나서 노래를 다시 들었다. 그저 노래만 들었던 순간들과는 또 다른 생각들이 스쳐간다.

'이런 느낌이었나?' '아 이런 느낌도 들겠구나.' '전혀 다른 느낌이네.' '그래 이런 느낌이지...'

노래들에서 이런 작품들을 꺼낼 수 있는 작가님들의 능력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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