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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잔에 담긴 인문학 - 한 잔에 담긴 깊은 이야기를 마시다
황헌 지음 / 시공사 / 2020년 12월
평점 :
일시품절
술은 행복한 자에게만 달콤하다
- 영국 낭만파 시인 존 키츠
좋아하는 사람과 좋아하는 음식을 놓고 마시는 좋은 시간의 술은 아름답다. 슬픔과 근심이 있거나 불편한 사람과 논쟁이라도 하는 상황에서 마시는 술은 독 이다. 모든 술이 그렇지만 와인만의 묘한 매력이 있다.
와인에 맞는 잔에 따라 색을 즐기고 향을 즐기고 그리고 맛을 즐긴다. 여기에 더해지는 이야기가 즐겁게 만든다. 친구가 출장길에 사 와서 맛 보았던 아이스 와인의 맛은 항상 그 친구 얼굴을 떠오르게 한다. 여행 길 낯선 도시의 와인 창고에서 발견한 가격 대비 훌륭한 와인은 그 여행을 행복하게 한다.
그 와인들이 궁금하다면 <와인잔에 담긴 인문학>을 옆에 두고 찾으면 된다.
와인을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재료는 포도이다. 포도 품종이 나오는 와이너리의 기후와 발효법, 숙성법, 역사적 이야기들과 함께 만들어진 '와인의 맛'을 이야기 해준다. 프랑스 뿐만 아니라 유럽 각 나라 그리고 미국과 칠레 아르헨티나 호주까지 와인이 생산되는 곳들의 이야기도 재미있다.
레드 와인 한 잔, 아니면 달달한 화이트 와인 한 잔을 옆에 두고 상상해 보자. 이 와인이 언제 어느 와이너리에서 어떤 포도로 만들었는지, 그리고 얼마나 오래 숨죽이고 있었는지, 그래서 이제 내 앞에 이렇게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해진다. 와인을 알기 어려운 이유는 프랑스어나 이탈리어가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유럽의 오랜 역사 속 와인은 변수가 너무 다양하다. 그래서 내가 마시는 와인의 뿌리와 성장의 이야기를 이해하고 마시면 더 맛있게 느껴진다.
와인에서 종교와 전쟁은 떼어놓을 수가 없었다. 세계 역사에서 유럽의 십자군 전쟁, 백년전쟁의 속내에는 포도주가 관여하고 있었다. 교황이 미사에 사용하는 포도주는 그 와이너리의 영광이 되었다. 도망간 위그노가 생존 수단으로 제조했던 포도주는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세계대전 때에도 유명한 와이너리는 건드리지 않았다.
포도의 품종이 같아도 어떤 지역에서 언제 누구에 의해 재배 되었는지, 언제 수확해서 언제 어떤 와이너리에서 어떤 제조법인지 그 와인을 언제 마시는 지에 때라 이야기는 달라진다. 너무나 많은 변수가 존재한다. 그래서 각각의 와인마다 모두 다른 다양하고 깊이 있는 맛이 나온다. 한 병 한 병이 살아있는 유기체 같다.
유럽의 와이너리 여행을 해 보고 싶다. 이 책에 나온 최고급 와인들의 와이너리까지는 아니더라도 프랑스나 이탈리아 어느 시골의 한 와이너리에서 와인을 마시는 여행은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낯선 사람들을 만나면 와인이 쉽게 친해지기 위한 훌륭한 매개가 된다. 와인은 ‘문화 공통어’라고 말한다. 와인과 친해진다면 사람들과도 친해지고,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 수 있을 거다.
와인을 좀 알고 즐기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와인은 역사인 동시에 철학이고 문학인 측면이 다분합니다. 유럽의 와인 역사는 곧 유럽의 역사와 중복됩니다. - P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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