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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고 있어, 사만다 - 파리에서 온 러브레터
사만다 베랑 지음, 엄연수 옮김 / 북로그컴퍼니 / 2016년 6월
평점 :
절판
2016년 7월 2일~ 4일
이 책은,
여자라면 누구나 꿈꾸는 사랑이야기를 담았다.
사랑에 소심한 여주인공, 미국 여자 사만다와 사랑 표현에 거침 없고, 외모와 능력, 성격 등 어느 곳 하나 빠짐 없이 멋지고 완벽한 남주인공(백마 탄 왕자?), 프랑스 남자 장 뤽의 사랑이야기이다.
어릴 적 (그녀의 표현에 따르자면) 생물학적 아버지, 척으로부터 버림을 받았던 그녀는 그런 아버지로부터 받은 좋지 않은 기억과 상처, 아픔을 가지고 있다. 그런 기억들은 그녀가 앞으로 만날 남자들에
대한 생각과 관점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순간 뜨겁게 사랑했다고 할지라도, 남자라는 존재는 결국 그녀에게 아픔과 상처만 안겨주고 떠나버릴 사람에 불과하다는 신념을 가지게 되었다.
내가 이성에게 저지른 수많은
잘못에는 척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그동안 나는 싫다는 남자에게 매달리고 나를 좋아하는 남자는
차버리는 짓을 수도 없이 반복했다. 누가 나를 좋아하면 분명 그 사람에게 무슨 문제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나의 생물학적인 아버지, 내 핏줄이 나를 이 꼴로 만든
것이다. (26)
그녀에게 이런 생각이 정립되기 시작할 때 즈음, 그녀가 만난 남자는 장 뤽이었다. 20년 전, 절친 트레이시와 함께 떠난 유럽 여행 도중 만난 그
남자는 정말이지 환상적이었다. 누구나 반할 만한 외모와 눈빛에 그녀는 한 눈에 반해버리고, 그 또한 그녀에게 푹 빠지게 된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미국과 프랑스의
거리, 언어의 장벽이라는 장애물이 있었고, 그리고 그녀가
아버지로부터 받은 상처는 그와의 관계를 더욱 진전시키지 못하게 했다. 그녀가 여행에서 돌아온 후에도
장 뤽의 구애는 열렬했다. 그는 무려 일곱 통의 편지를 통해 사만다를 향한 불타오르는 사랑을 표현했으나
단 한 장의 답장도 받지 못했고, 그렇게 그들의 짧디 짧은 사랑은 끝이 났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
20년 전 그때, 나는 장 뤽이 아름다운 파리지앵과
바람이 나서 내 마음을 갈가리 찢어놓기 전에 다시 미국의 일상으로 돌아왔으며, 그 후 아무 소식도 듣지
못했다. 나는 장 뤽을 좋아했기 때문에 답장을 쓰지 않았다. 이것으로
모든 것을 납득할 수 있었다.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면 상처 입을 일도 없다. 가슴 아픈 일을 만들지 않기 위해 나는 그 어떤 관계도 깊게 맺으려 하지 않았다. (26)
그 후 20년 동안 사만다는 대학을 졸업하고, 한
남자를 만나 결혼하고, 아이 대신 애완견을 키우며 살았다. 그러나
그녀의 결혼 생활은 끝이 나고, 재정 상태는 빚만 잔뜩 진 상태이고,
설상가상으로 실직까지 하게 된다. 그렇게 모조리 다 잃고 자신감과 자존감까지 바닥을 드러내자
일말의 대담함이 나타났다. 그래, 그에게 연락해보자! 일곱 통의 편지에 대한 답장을 20년이 지난 지금, 해보자!
벌써 20년이나 흘렀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에 너무 늦지 않았기를... 나는 사랑에 빠지는 것이 너무 두려웠다. 하지만 더 이상 잃을
게 없으니 모든 게 단순해졌다. 두렵고 말 것도 없었다. 잘못
꿴 첫단추를 다시 끼우려면 우선 장 뤽에게 사과해야 한다. (27)
그렇게 그에게 연락이 닿았고, 그때부터 그들의 러브스토리는 아주 빠르게 전개된다. 그에게는 자녀도 둘이 있었고, 현재 부인과는 이혼 소송 중에 있었다. 그렇게 사만다와 장 뤽은 메일을 통해, 사진을 통해, 가끔 전화 통화를 통해 애정과 사랑을 키워 나간다. 다시 프랑스에서
만난 둘은 더욱 더 마음이 깊어지고, 멋진 남자 장 뤽은 그녀의 존재만으로도 황홀해 하며 매번 그녀에게
감동을 안겨준다. 사만다가 불안해하고, 슬퍼하고, 괴로워할 때면 장 뤽은 사랑스러운 눈빛과 정성 어린 배려로 그녀를 다독여준다.
결말은 보통 연애소설이 그렇듯 해피엔딩이다. 처음 부분에 생물학적 아버지로부터 받은 상처이야기가
잠깐 나오길래, 이 소설은 한 여자의 인생 성장을 다룬 이야기일까 싶었는데 아니었다. 그저 연애소설에 불과하다. 미국판 신데렐라 이야기? 결혼 생활도 실패하고, 가진 것도 빚 밖에 없는 여자가 멋진 남자를
만나 (횡재하는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정말 사랑을 하게 되는
이야기 정도? 가볍게 킬링타임용으로 읽기 좋을 듯 하다.
끝.
<책 속에서>
- 그의 글은 너무도 격정적이었고, 열정과 희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가 이 편지를 썼을 때처럼 내 심장도 그의 단어 하나하나에 뛰고 있었다.
그래, 나한테 필요했던 게 바로 이거야.
그의 용기가 존경스러웠다. 나는 한 번도 내 감정을 표현한 적이 없었다. 그는 나와는 정반대인 사람이었다. 그때 내가 단 한 줌의 용기라고
품었더라면... 19쪽
- 파리를 떠나기 직전, 나의 생물학적 아버지가
나타났어. 사라졌던 것만큼이나 빠르게 나타났다가 또다시 사라졌지. 그
일로 나는 정말 혼란스러웠어. 그 사람 때문에 나는 나에게 다가오는 남자들을 밀어냈어. 도무지 남자들을, 그리고 그들의 사랑을 믿을 수 없었거든. 그런데 너는 내게 너무 가까이 다가왔어. 나는 그게 두려웠지. 37쪽
- 곧 마흔이 되고, 부모님 집에 얹혀살러 가는
중인 데다, 같이 살던 남자와 막 헤어졌고, 가진 거라고는
빚더미밖에 없다. 장 뤽과의 편지 연애는 고사했고.. 게다가
엄마는 개 산책시키는 일을 권하고 있다. 이건 내가 꿈꾸던 인생이 아니다. 73쪽
- 아이크를 내 품에 꼭 껴안고 목 놓아 울었다. 그동안
참아왔던 울음이 터졌다. 실패한 결혼 생활 때문에 울고, 아픈 강아지 때문에
울고... 모든 게 다 울어야 할 일이었다. 그러고 나니
비로소 나 자신을 용서할 수 있었다. 모든 것에 대해.
내 삶이 내가 선택한 것들의 총합이라면, 더 나은 선택을해야 한다. 이제부터라도. 96쪽
- 이 남자가 너무 좋아 어쩔 줄을 모르겠다.
그래서 죽도록 겁이 났다. 179쪽
- "넌 좋은 여자고 마음이 순수한 멋진 여자야. 지금 내 아이들과 앞으로 태어날 우리 아이들의 좋은 엄마가 되어줄 여자라는 걸 느껴. 이 관계를 망친다면 나는 천하의 바보라 불려도 싸. 그러니 나에게
한 가지만 약속해줘."
"뭐든지."
"제발 나를 부족한 남자라 느끼게 하지 말아줘. 그게 내가 아이들 엄마를 떠난 이유였으니까. 네게는 온전한 남자이고
싶어."
"나도 같은 마음이야."
187-188쪽
- "아, 이거 진짜
맛있는 소스야. 피로 만들었거든!"
피... 피라고? 울고 싶었다. 내 접시 위에 놓인 불쌍한 돼지처럼 나도 통구이가 된 기분이었다. 나는
좌절감에 소리 지르고 싶은 걸 애써 참고 있는데, 다른 사람들은 모두 웃고 떠들고 있었다. 그들이 웃으면 웃을수록 기분이 묘해졌다. 불안감이 내 머리를 잠식했다. 이 생활, 이 세계는 여전히 나의 생활, 나의 세계와 너무 달랐다.
나는 반지를 보았다. 그러자 정신이 들었다. 새로운
생활? 새로운 언어? 새로운 나라? 그리고 나를 껌 한 통과 바꿀지도 모르는 두 아이들? 음, 껌 한 통은 너무했다. 뭐, 고양이
정도?
"허니, 왜 그래?"
장 뤽이 물었다.
"이거 못 먹겠어."
내가 속삭였다. 그러자 장 뤽이 따뜻하게 말했다.
"안 먹어도 돼, 달링."
장 뤽은 내 접시 위의 고깃덩어리를 가져다 자기 접시 위에 놓았다. 겁먹은 아이의 상처에
입맞춤해주는 것 같은 이 단순한 행동에 나는 한결 기분이 좋아졌다. 26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