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 중독 1
공구구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5년 11월
평점 :
절판


핀란드 사람들은 하루도 모자라 자기 전까지 자일리톨'껌'을 씹고, 김삼순씨도 결국 시럽 가득 넣은 라떼를 포기하지는 못했다. 도대체, 왜, 대관절 '달콤함'에는 어떤 특별한 비밀이 숨어있길래 이 지구상의 수많은 사람들을 달콤함의 노예로 만들고 마는걸까.
제목부터 위험한 '단거'의 위력에 순순히 무릎꿇은 이 만화, <설탕중독>. 이 안에 혹시 우주의, 아니 천지가 경천동지할만한 엄청난 '달콤함'의 비밀이 몰래 숨어 있는 건 아닐까? 물고만 있어도 시간 가는 줄 모를 달짝지근한 막대사탕 하나 척 입에 물고, 그게 없다면 설탕 팍팍 넣은 다방커피 한 잔 들고 그 비밀을 쫓아 설탕중독의 세계로 푹 빠져보자.

'나 시골 사람이유~'하고 굳이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얼굴에 '무공해'라고 세글자 팍팍 힘주어 써 있는 듯한 스무살 꽃띠의 주인공 신재규. 쌍과부집 손녀로 예쁨....받다기 보다는 억척스런 할머니 아래서 씩씩하게 살아올 수 밖에 없었던 재규에게 하늘이 무너지는 것보다 더 두려운 '집'이 무너지는 사건이 일어난다.
할머니는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재규를 서울 오빠네로 올려보내고, 재규는 결국 단돈 950원을 들고서 서울 입성!
그러나 재규의 서울 공략은 우리 모두 예상한대로 그리 쉽지 않았으니...밴댕이(;) 휘환과의 첫만남, 아이돌이 된 옛친구 희도와의 재회 등등 여태까지 무공해로 살아온 재규가 감당하기는 힘든 신고식들을 치른다.



이제껏 푸른 녹차밭이 펼쳐진 시골에서 가슴 한가득 싱그런 숨을 내쉬던 재규에게 어느날 날벼락같이 다가온 도시와 두 남자는 그야말로 '적색경보'감이다. 설탕가루를 뿌린듯한 아름다운 야경 속에 감춰진 도시의 냉정함과 그 속을 짐작할 수 조차 없는 희도나 밴댕이 휘환은 새로운 곳에서 생활하게 된 재규를 설레게 하기는 커녕 지치게만 한다.
설마, 이 만화 원래 제목은 '쓴맛중독'이었던겁니까????
다행스럽게도 그렇지는 않다.

멋지구리한 이 두 남자에게 바로 재규가 '설탕'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지금의 모습이 화려하다고 해서 그 내면까지 화려할 수는 없다. 부모의 불화로 어두운 소년시절을 보낸 희도. 아디트를 위해 아디트와 꿈을 버려야 했던 휘환. 이 둘에게 있어 과거란 잊고 싶은 좌절 뿐이고 그 과거가 현재를 붙들고 있어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는 쓸쓸한 존재들이다. 그런 그들 앞에 재규라는 존재가 나타났다.

사람들은 지치고 우울할 때 달콤한 것을 찾는다. 달콤함이 주는 마법같은 힘에 기대고 싶기 때문이다. 그 달콤함은 사람들이 저마다 숨기고 있는 아픈 상처를 따스하게 보듬어 주고 달래어준다. 뿐만 아니라 미래를 똑바로 바라볼 수 있는 자신감과 의지를 선사해주는 놀라운 힘이 되어주기도 한다.
휘환과 희도에게 있어 재규는 바로 그런 달콤한 존재이다. 과거에 얽매여 앞으로 나갈 수 없는 두 남자에게 재규는 지금 당장은 아픈 과거를 잊게 하고 싫은 과거에서 도망치게 해주는 위로의 달콤한 존재일 뿐이지만 스무살 꽃띠 처자의 달콤파워가 여기서 끝날소냐! 두 남자는 분명 재규로 인해 바뀌고 재규로 인해 나아가게 될 것이다. 그러다가 그 달콤함에 중독되어버리는 부작용은 아무도 책임지지 않을테지만 말이다. 위험하지만 맛볼 수 밖에 없는 것, 그것이 바로 설탕의 매력이자 사랑의 매력이 아니던가.

아쉽게도 이 만화는 1권으로 그 재미를 모두 맛볼 수는 없다. 씩씩한 여주인공 재규의 마음 가는 곳도 아직은 알 수 없고, 재규 곁 흐드러지게 핀 꽃미남들이 숨긴  비밀이 너무도 많다. (심지어 오빠까지 꽃미남이라니! OTL) 1권을 단숨에 다 읽어내려가도 의문투성이다. 공구구 작가들은 도대체 어떤 놀랄만한 이야기들을 더 풀어놓으려고 이렇게 독자에게 물음표만 잔뜩 안겨주는걸까.
당분간은 <설탕중독>도, 커피 속 달달한 설탕도 떼어놓을 수 없을 것 같다. 이른바 설탕중독자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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