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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양사 1
유메마쿠라 바쿠 지음, 오카노 레이코 그림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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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지배하던 지나간 옛시대는 그 어둠의 장엄함과 압도감을 두려워하면서도 동경했기에, 어둠을 다스리는 자를 필요로 했다.
이에 교토로 도읍을 정하고 비로소 일본 특유의 미의식을 정립했다 평가되는 헤이안 시대의 일본에서 어둠은 음양사의 몫으로 던져졌다.
천지의 조화를 살피고 신비한 힘으로 삼라만상을 다스렸던 음양사.
미래를 예측하기도 하고 인간을 괴롭히는 자연현상을 다스리는 등, 인간의 몸으로 신의 영역을 엿보고자 했던 그들의 역사는 여기서부터 시작되어 오늘날까지도 일본인의 의식 속에서 살아숨쉬며 여러 모양의 가지를 뻗어내리고 있다.
그 가지 하나는 예술과 잇닿아 음양사가 등장하는 환상문학을 탄생시키게 되었는데, 오래된 기록 <곤자쿠모노가타리>로부터 시작된 음양사 '아베노 세이메이'의 이야기는 문학 뿐만 아니라 영화나 드라마, 만화에까지 이어져 헤이안 시대에 존재했던 음양사라는 신비한 존재와 아베노 세이메이라는 진귀한 사내를 곱씹어 보게 한다.

여우의 자식이라는 태생에 얽힌 풍문과 당대 최고의 음양사라 불렸던 스승마저 능가하는 특별한 능력으로 인해 시기에서든, 존경에서든 사람들의 입에 끊임없이 오르내릴 수 밖에 없었던 최고의 음양사 아베노 세이메이, 그리고 그의 친구로 괴이한 사건들을 접하게 되는 미나모토노 히로마사. <음양사>는 이 둘을 주인공으로 이야기를 이끌어나간다.
스기와라노 미치자네의 원혼이 저주를 퍼붓고 사람의 이름만으로 주술을 걸 수도 있었던 암흑이 암흑으로 남아있던 시대를 지켜낸 수호자로서의 아베노 세이메이의 모습은 서늘하리만치 우아하여 경탄의 눈길을 보내지 않을 수 없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권력에 고개 숙이지도 않고 관습에 얽매이지도 않았던 그가, 우아하고 섬세한 정취를 나타내는 귀족문화가 그 기조를 이루고 있던 헤이안 시대에 홀연히 나타나 이그러진 시대와 관습 사이의 미세한 균열을 비집고 그 엄숙함을 단숨에 두렵고도 우스꽝스러운 것으로 비틀어 버리는 광경을 목격하게도 된다. 이렇듯 수호자이자 파괴자인 그의 이질적 존재가 도리어 어둠의 시대에는 위협으로 다가오기도 하지만, 어느샌가 그의 곁을 지키게 된 평범하면서도 강직한 성격의 히로마사라는 존재를 통해 묘한 조화를 이루며 삶을 흘러내려가는 모습은 재미를 자아내기도 한다. <음양사> 1권에서는 음양사로서의 보석같은 자질을 처음 드러낸 소년기의 세이메이 이야기를 시작으로 도둑맞은 비파 '겐죠'를 되찾고, 입 없는 여자의 이야기를 읽어주는 모험을 통해 읽는 이를 헤이안의 어둠으로 정중히 안내한다.

<음양사>라는 작품에 매료되어 소설은 물론 만화, 드라마, 영화까지 모두 섭렵한 팬의 입장에서 볼때 어느 하나 마음에 들지 않는 작품이 없지만 특히 만화로 표현된 <음양사>는 조금 더 특별하다. 세이메이의 인간적인 면에 초점을 두었던 드라마나 그의 신비한 힘을 화려하게 펼쳐보이고자 했던 영화와는 다르게, 만화는 소설의 원작자인 유메마쿠라 바쿠가 직접 지명하기까지한 오카노 레이코의 작화를 통해 좀 더 깊고도 예리하게 아베노 세이메이를 표현하고자 한다. 단순한 면이 아닌 거친 선으로 표현되는 오카노 레이코의 음양사는 서늘함마저 느껴지는 세이메이의 아름다움과 우직한 히로마사의 성실함을 멋지게 그려냈을 뿐만 아니라  지극히 일본적이면서 시시각각 변해가는 당시의 시대상을 누구보다 자연스럽게 표현해냈다.
뿐만 아니라 이번에 발매된 라이센스판의 사양 또한 <음양사>를 품어야 하는 충분한 이유가 된다 . 앞서 발행되었던 단행본의 수준을 뛰어다는 평을 듣는 것은 당연할 뿐더러, 일본에서 발행된 원서의 퀄리티와도 비견될 정도로 깔끔한 디자인과 인쇄, 그리고 원작의 재미를 더하는 차분한 번역까지 어느 하나 빠지는 구석이 없다.
이웃나라의 고루한 옛 이야기라 여기고 무심히 지나치지 말고, 지금도 생생히 살아숨쉬는 세이메이의 낭랑한 주문에 귀를 기울여 보자. 어느새 그 아름답고 기묘한 음양사의 세계에 푸욱 빠져 있게 될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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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에이 S.A 1
미나미 마키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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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소꿉친구라는 말은 왜 그리도 소녀들의 마음을 들뜨게 하는지. 오랜 시간 순정만화에 길들여진 어린양들의 편견 속 소꿉친구의 존재는 왜인지 모르지만 가슴 두근거리고, 핑크빛 하트 몇개 적절하게 동반하는 그런 꿈만 같은 존재가 되어버렸다. 거기다 어느날 "널 좋아해"하며 대뜸 고백해 버리는 연적 한둘쯤 나타나 주면, 친구로만 생각했던 네가 이젠 남자 혹은 여자로 보여!! 쯤의 예정된 해피엔딩으로 달려가는 것쯤 시간문제다. 하지만 S·A, Special A-제목부터 특별함을 외쳐대는 이 만화에서 소꿉친구의 의미 또한 특별하지 아니할 수 없다는 것쯤.........이미 다들 눈치챘으려나?

소꿉친구라 부르기엔 조금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어찌 되었건 약관 6세의 나이에 프로레슬링 대결을 시작으로 15세인 지금까지 끊임없이 싸우고 싸우고 또 싸워온 씩씩한 히카리와 절대강자 케이. 지치지도 않는'대결'도 둘 사이의 소중한 추억♡쯤으로 이해해 준다면 이 둘 만큼 끈끈한 사이의 소꿉친구는 또 없겠지만, 매일 지는 히카리와 매일 이기는 케이 사이에 화기애애한 연애바람이 불어오는 것이 결코 쉬울 것 같지는 않다. 처음으로 만났던 날 누구보다 강하다 자부했던 히카리를 격파하고만 케이 덕분에 히카리는 길지도 않은 인생목표를 케이 타도로 정하고 매일매일 승부욕에 불타고 있을 뿐이니까.
때문에 히카리는 케이를 쫓아 사립 시로칸 고교까지 진학하게 되고 가장 뛰어난 학생들만이 모인 A반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A반, Special A의 일원이 된다. '특별'한 A들만으로 구성된 S·A는 시로칸 고교의 아이돌 그 자체, 모든 이의 동경의 대상이다. 하지만 그 내면을 들여다 보자면 '특별'하기 보다는 '특이'한 멤버들일 뿐이며 이들은 도통 평범한 것에 관심이 없는 듯 하다. 승부욕에 불타는 히카리가 오히려 평범함을 자랑할 정도이니 말이다. 하지만 히카리 또한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특이'한 구석이 있었으니- 바로 매일 케이에게 지고 설욕의 나날을 그릴뿐, 알 사람은 다 아는 케이의 핑크빛 마음을 도통 알아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항상 시원스런 얼굴에 잘난척만 해대던 케이가 왜 히카리가 위험해지면 보기 흉할 정도로 필사적인지, 이기고 이기고 또 이기고마는 대결에 어째서 매번 순순히 응하는지 히카리는 정말 모르는건지 아는건지 정말, 고것이 궁금하단 말이지~ 아닌듯 맞는듯 은근히 두 사람의 러브러브를 응원하는 주변인물들의 적극적인 도움도 간절히 필요하건만 그들마저 온전히 케이의 편은 아니니 히카리와의 대결에서 연일 승승장구하는 케이마저도 연애에서는 승리의 길은 멀고도 험할 따름이다.

이것도 잘하고 저것도 잘하고 당최 못하는 게 없는 히카리가 딱 하나, 케이를 이기려고 안간힘을 쓴다는 스토리가 제법 건방져서 마음이 살짝 상하지만 한치의 오차도 없는 히카리의 집념이 또 제법 귀엽다. 연약하고 청순한 히로인은 이제 그만 넣어두고 롤링백블로에 덩크슛까지 해내는 씩씩하고 강한 히로인을 응원해주는게 어떨까. 단편으로 시작된 작품이라 1권에서는 매 에피소드마다 S·A 멤버 소개와 히카리와 케이의 악연을 소개하느라 숨이 가쁜 것이 흠이지만 작품이 진행될수록 차츰 '특이'한 멤버들과 비범한 에피소드들로 한층 재미를 더해가니 한권으로 속단하지 말지어다! 난무하는 개그컷이나 패러디도 작품의 재미를 더하는 양념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으니까 말이다.
승부욕과 애정의 구분이 아직은 힘든 히카리 때문에 '더 좋아하는 사람이 손해'라는 인류역사에 길이길이 남고도 또 남을 명언을 매일매일 체감 중인 케이에게 과연 히카리의 'Special U'가 될날이 오고야 말것인지! 그건 좀 더 두고보아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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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 1
톰톰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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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캠퍼스>.
의미심장하기 그지 없는 이 만화의 제목은, 읽기 전부터 상상의 나래를 펴기에 충분하다.
대학 캠퍼스 안에서 펼쳐지는 수재들의 건전한(!) 경쟁? 아니면 너 없으면 안돼!! 외치는 캠퍼스 커플 간의 찌인한 사랑이야기? 하지만 막상,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책장을 넘기다 보면 그 모든 상상은 여지없이 깨끗한 오해였음이 밝혀진다.
경쟁이라기엔 긴장감이 부족하고, 커플 간의 사랑이라기엔 성 비율T_T이 통 맞질 않는다.
하지만 어찌 여기서 좌절할소냐!
톰톰 작가의 <캠퍼스>, 그 안에는 이 모든 미련을 털고도 남을 재기발랄한 감각이 충만하다.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 여학교만 6년이면 지겨울 법도 한데 대학까지 여학교란다. 여대생, 그들만의 리그 속 생활이 <캠퍼스>를 채우는 이야기.
그런데도 그녀들은 오히려 더 즐거워 보이니 오히려 질투심이 빼꼼 고개를 내밀 지경이다. 아마도 여자들 사이의 느슨하면서도 끈끈한, 그 편한 감각이 점점 그리워지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밤을 꼴딱 샌 까칠한 얼굴도 부끄럽지 않고, 식탐도 부끄럽지 않고, 결코 일반적일 수 없는 취향조차 부끄럽지 않은 여학교만의 진정한 자유! (혹자는 이성보다는 본능에 충실한 인간상의 발현이라고 했던가!)

캠퍼스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건 만지생 비아와 거스름돈'에만' 예민한 소호에 양념 마니아 가언. 이 세 친구를 중심으로 유서깊은 파슨계(...) 집안의 아가씨 호사, 슬플땐 힙합을 들을 것만 같은 베이시스트 진우, 거기다 학생들을 너무나도 사랑하시는 두분의 교수님까지. 소림여대 사학과는 어쩜 그런 사람들만 모여 있을까 싶을 정도의 유쾌상쾌통쾌한 인물들로 가득 하다.
게다가 분명히 누군가의 경험담임이 분명한,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이리도 생생한가 싶은 톡톡튀는 에피소드들도 캠퍼스의 매력발휘에 한몫을 담당한다. 파전 대신 들어가는 잔디 이야기며 다양한 레포트 군상에 적은 용돈으로 무모한 지름 후 힘겹게 생계를 연명하는 모습도 모두모두 내 이야기, 혹은 네 이야기이다. 하지만 알쏭달쏭하기도 하다. 어, 나도 이런적 있는것 같애! 나도나도~ 싶기도 하지만 이정도로 즐거울 수가 있나? 싶은 의심이 마구마구 떠오르는 걸 부인할 수도 없다. 사실 그 의심을 확 붙들고 샅샅히 살펴보면 왜 난 이렇게 즐겁지 못했나 하는 질투심이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말이다. 동인녀가 탄압받는 캠퍼스T_T 자기몫은 자기가 챙기지 않으면 안되는 캠퍼스-현실의 캠퍼스는 조금 더 삭막하고 조금 더 까칠하지만 톰톰작가가 자신만의 센스로 둥글게 끌어안은 캠퍼스는 경험자에게도, 비경험자에게도 행복하고 즐거운 캠퍼스 스토리를 들려준다.
캠퍼스을 읽고 있노라면 정말 학교 다니고 싶은 착한 어린이(-_-)병이 재발한 기분이 들기까지 하니, 이 만화를 모범학습권장만화로 임명해도 되지 않으려나~

짧은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다 읽고 나서도 아쉽다는 생각에 입맛을 쩝쩝 다시게 되지만 그만큼 흥미진진하게 이들의 학교생활을 훔쳐볼 수 있다는 것이 최고의 매력인 이 만화.
행복한 캠퍼스 생활을 위해 전공 뿐만 아니라 만화 <캠퍼스>도 예습,복습 필.수.
캠퍼스 1010235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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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님이 보고계셔 3
콘노 오유키 지음, 윤영의 옮김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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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순수한 소녀들의 보금자리, 릴리안 여학원.
<마리아님이 보고계셔>는 여학교의 울타리 안에서 일어나는 소녀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등교길에 들르게 되는 마리아님의 정원에 기도하는 것이 일상과도 같은 이 학원 안에서
어느새 소녀들이 동경하게 된, 혹은 은근히 강요되었을지도 모를 동정녀 마리아의 순결함.
이 만화는 그 순결함부터 시작한다.

전통있는 가톨릭계 학교 사립 릴리안 여학원. 선후배 간에 로사리오를 주고 받는 의식을 통해 서로를 결속시키는 쇠르(자매) 시스템으로 보호받는 어린양들의 보금자리.
유치원 때부터 릴리안 여학원을 다니며 오늘 하루도 바르게 살 수 있도록 마리아님이 지켜봐주길 기도하는 주인공 후쿠자와 유미는 고등부에 재학중이다.
어느 가을의 등교길, 유미는 마리아님 앞에서 우연히 동경하던 선배 오가사와라 사치코와 만나게 되고 너무나 놀란탓에 당황한 모습만을 보이고 만다. 하지만 그 만남이 처음이자 마지막은 아니었던 것. 연이어 벌어지는 산백합회와의 사건을 통해 유미는 그녀들 속으로 한발짝씩 조심스러운 걸음을 옮긴다.

과연 이 이야기 어디에 모두를 사로잡는 매력이 숨어 있는걸까.
<마리아님이 보고계셔>는 BL이 지배하던 '쾌락물'에 과감히 도전한, 소녀들만의 이야기인 '백합물'의
대표작이다.
'야라나이까'로 대변되는 BL의 직설적인 화법과 달리 백합물의 <마리아님이 보고계셔>는 순결한 소녀들의 은근하면서도 진심어린 교류를 표방한다. 어째 손발이 어긋나버린 느낌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순결함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뒤집어 생각한다면, 순결함과 백합물은 무엇보다 더욱 잘 어울릴는지도 모른다.
순결함은 확실한 개념이 아니다. 순수함, 깨끗함, 청순함?
이것은 상상 속에서 더욱 그 가치를 발할 수 밖에 없는 개념인데, 이 상상이라는 것에는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이 있을 수 없다. 개인적인 가치를 덧댈 수 밖에.
그것을 은밀함이라 해석한다면 순결함이 가지는 의미가 왜 <마리아님이 보고계셔>의 힘이 되는지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다. 더불어 강요된 순결함은 결국 파국을 가져온다는 3권, 가시나무숲의 이야기도 쉽게 이해된다.
동성간의 미묘한 감정의 교류는 이제, 순결함을 가장하여 읽는 이에게 더욱더 은밀하게 다가온다.

작품 속 자매간의 애정은 순결하다. 하지만 그만큼 더 노골적이기도 하다. 이 미묘함의 교묘한 비율은
작가의 아슬아슬한 줄타기 속에서 훌륭하게 그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작품의 해석은 결국 읽는이에게 맡겨지며, 읽는이는 그 줄타기의 스릴을 즐기는 한편 그 자신 나름의 상상을 무한대로 확장시킨다.
이것은 <마리아님이 보고계셔>가 여성과 남성, 모두가 즐기는 백합물이 될 수 있었던 이유이며
같은 내용을 가지고 소설에서 만화로 만화에서 애니메이션으로 이리저리 매체를 옮기면서도 그 재미가 반감되지 않는 비결이다.
뿐만 아니라, 귀엽고 사랑스러운 주인공 유미를 비롯해 우아한 사치코, 활기한 요시노 등등 서로 다른 타입의 장미자매들의 대거 등장으로 질리지 않고 작품을 즐길 수 있다는 것 또한 <마리아님이 보고계셔>의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장미자매들의 세계는 비록 그녀들의 바람대로 완전무결한 아름다운 세계는 아니다. 하지만 누구 하나 엇박자로 혼자 가버리는 일 없이 서투르더라도 서로 보조를 맞추어 나가는 그 모습 그대로가 아름다운 것이다.
학원제 연극의 캐스팅으로부터 시작된 홍장미 봉오리 자매의 만남과 쇠르 의식까지를 따뜻하게 그려낸 1권으로 부터 누구보다 다정했던 황장미 봉오리 자매의 파국으로 충격을 맞는 2권, 그리고 백장미님의 가슴 아린 과거를 담은 3권까지.
마리아님의 어린양들의 기도는 이제부터 이루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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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중독 1
공구구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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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핀란드 사람들은 하루도 모자라 자기 전까지 자일리톨'껌'을 씹고, 김삼순씨도 결국 시럽 가득 넣은 라떼를 포기하지는 못했다. 도대체, 왜, 대관절 '달콤함'에는 어떤 특별한 비밀이 숨어있길래 이 지구상의 수많은 사람들을 달콤함의 노예로 만들고 마는걸까.
제목부터 위험한 '단거'의 위력에 순순히 무릎꿇은 이 만화, <설탕중독>. 이 안에 혹시 우주의, 아니 천지가 경천동지할만한 엄청난 '달콤함'의 비밀이 몰래 숨어 있는 건 아닐까? 물고만 있어도 시간 가는 줄 모를 달짝지근한 막대사탕 하나 척 입에 물고, 그게 없다면 설탕 팍팍 넣은 다방커피 한 잔 들고 그 비밀을 쫓아 설탕중독의 세계로 푹 빠져보자.

'나 시골 사람이유~'하고 굳이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얼굴에 '무공해'라고 세글자 팍팍 힘주어 써 있는 듯한 스무살 꽃띠의 주인공 신재규. 쌍과부집 손녀로 예쁨....받다기 보다는 억척스런 할머니 아래서 씩씩하게 살아올 수 밖에 없었던 재규에게 하늘이 무너지는 것보다 더 두려운 '집'이 무너지는 사건이 일어난다.
할머니는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재규를 서울 오빠네로 올려보내고, 재규는 결국 단돈 950원을 들고서 서울 입성!
그러나 재규의 서울 공략은 우리 모두 예상한대로 그리 쉽지 않았으니...밴댕이(;) 휘환과의 첫만남, 아이돌이 된 옛친구 희도와의 재회 등등 여태까지 무공해로 살아온 재규가 감당하기는 힘든 신고식들을 치른다.



이제껏 푸른 녹차밭이 펼쳐진 시골에서 가슴 한가득 싱그런 숨을 내쉬던 재규에게 어느날 날벼락같이 다가온 도시와 두 남자는 그야말로 '적색경보'감이다. 설탕가루를 뿌린듯한 아름다운 야경 속에 감춰진 도시의 냉정함과 그 속을 짐작할 수 조차 없는 희도나 밴댕이 휘환은 새로운 곳에서 생활하게 된 재규를 설레게 하기는 커녕 지치게만 한다.
설마, 이 만화 원래 제목은 '쓴맛중독'이었던겁니까????
다행스럽게도 그렇지는 않다.

멋지구리한 이 두 남자에게 바로 재규가 '설탕'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지금의 모습이 화려하다고 해서 그 내면까지 화려할 수는 없다. 부모의 불화로 어두운 소년시절을 보낸 희도. 아디트를 위해 아디트와 꿈을 버려야 했던 휘환. 이 둘에게 있어 과거란 잊고 싶은 좌절 뿐이고 그 과거가 현재를 붙들고 있어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는 쓸쓸한 존재들이다. 그런 그들 앞에 재규라는 존재가 나타났다.

사람들은 지치고 우울할 때 달콤한 것을 찾는다. 달콤함이 주는 마법같은 힘에 기대고 싶기 때문이다. 그 달콤함은 사람들이 저마다 숨기고 있는 아픈 상처를 따스하게 보듬어 주고 달래어준다. 뿐만 아니라 미래를 똑바로 바라볼 수 있는 자신감과 의지를 선사해주는 놀라운 힘이 되어주기도 한다.
휘환과 희도에게 있어 재규는 바로 그런 달콤한 존재이다. 과거에 얽매여 앞으로 나갈 수 없는 두 남자에게 재규는 지금 당장은 아픈 과거를 잊게 하고 싫은 과거에서 도망치게 해주는 위로의 달콤한 존재일 뿐이지만 스무살 꽃띠 처자의 달콤파워가 여기서 끝날소냐! 두 남자는 분명 재규로 인해 바뀌고 재규로 인해 나아가게 될 것이다. 그러다가 그 달콤함에 중독되어버리는 부작용은 아무도 책임지지 않을테지만 말이다. 위험하지만 맛볼 수 밖에 없는 것, 그것이 바로 설탕의 매력이자 사랑의 매력이 아니던가.

아쉽게도 이 만화는 1권으로 그 재미를 모두 맛볼 수는 없다. 씩씩한 여주인공 재규의 마음 가는 곳도 아직은 알 수 없고, 재규 곁 흐드러지게 핀 꽃미남들이 숨긴  비밀이 너무도 많다. (심지어 오빠까지 꽃미남이라니! OTL) 1권을 단숨에 다 읽어내려가도 의문투성이다. 공구구 작가들은 도대체 어떤 놀랄만한 이야기들을 더 풀어놓으려고 이렇게 독자에게 물음표만 잔뜩 안겨주는걸까.
당분간은 <설탕중독>도, 커피 속 달달한 설탕도 떼어놓을 수 없을 것 같다. 이른바 설탕중독자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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