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밖의 모든 말들
김금희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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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시시콜콜하고 조금은 구질구질한 일상의 세목까지도 김금희가 적으면 그대로 문학이 되었고, 내게는 ˝말은 사라지고 마음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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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은 어떻게 내 삶을 구했는가
데이비드 실즈 지음, 김명남 옮김 / 책세상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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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품절


금정연 작가의 책에서 자주 언급되기에 궁금한 마음에 주문했다. 금정연도 실즈도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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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과 저녁 식탁에서 죽음을 이야기합시다 - 삶의 가장 소중한 대화로 이끄는 22가지 질문
마이클 헵 지음, 박정은 옮김 / 을유문화사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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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는 게 잘못된 일인가요?" 이 책은 이렇게 묻는다. 그렇다. 죽음은 '잘못된 일'이 아니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죽음을 입밖에 내는 것조차 두려워할까. 저자 마이클 헵은 이 책 '사랑하는 사람과 저녁 식탁에서 죽음을 이야기합시다'에서 22가지 질문을 통해 죽음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하고, 그 이후를 예비할 수 있도록 독자를 돕는다. '삶 공부'는 '죽음 공부'여야 한다고 생각해왔던 내게 꼭 필요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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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는 게 잘못된 일인가요?" 단순해서 충격적이고, 명확해서 지루한 질문이었다. 이 질문이 우리에게서 박탈하는 것은 우리가 너무 자주 당연시하는 기본적인 가정이다. '밤은 어둡고 죽음은 나쁘다.' 그러나 어쩌면 죽음은 선물일 수 있고, 그게 아니라면 적어도 인간의 특질을 규정하는 것이다. (p.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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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음을 둘러싸고 우리가 사용하는 말(더 정확히 말하면, 피하는 말)만 봐도 심각함을 느낄 수 있다. 상실감 전문가이자 교육자인 차이나 우는 사람들이 대화할 때 누군가 "죽음"이라는 직접적인 단어를 사용하면 "세상을 떠났다"나 "하늘나라에 갔다"로 바꿔 말하라고 거듭 충고하는 이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는 친구들에게 말합니다. 나조차 '죽음'이나 '죽어간다'라는 말을 쓰지 않으면 아무도 쓰지 않을 거라고요." (p.18)

 


죽음에 대한 언급을 회피하는 문화가, 죽음을 더욱 두려운 것으로 만들었을 것이라는 저자의 생각에 100% 동의한다. 그리고 '두려운 대상'에 대해 터놓고 대화하고 싶어하는 사람 역시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탄생 못지않게 필연적이고, 모두가 평등하게 꼭 한 번씩 겪는 죽음이 (사랑하는 사람의 상실 같은 특별한 때를 제외하고) 대화의 소재로 사랑받지 못한다는 사실은 아이러니하다. (저자는 "인간으로서 모두 지닌 공통점이 차이점을 완전히 압도한다"고 썼는데, 적확한 표현이라 필기해 뒀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하늘을 가린 그 손바닥을 치우라고' 종용한다. 상실을 경험해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죽음은 어떤 의미로든 인간을 더 나은 곳으로 이끈다. 죽음을 상기하는 것은 삶을 개선하는 수단이자, "모든 개인적 변화의 지렛목"인 것이다. 삶 못지않게 죽음에 대해 열렬히 토론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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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왜 하필 식탁일까? "식탁은 인간의 스승"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역사상 중대한 순간들이 식탁에서 이뤄진 논의에 의해 탄생했다며 이렇게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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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90년 6월, 토머스 제퍼슨, 제임스 매디슨, 알렉산더 해밀턴은 식사 자리에서 만나 미국 재정의 미래를 논하고 수도의 위치마저 결정했다. 그 식탁은 이후 수천 년 동안이나 미국 문화를 이끈 가장 작고 효율적인 엔진이었다. 위대한 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또 다른 위대한 화가 파블로 피카소를 만나 입체파 미술 운동을 처음 도모한 것도 거트루드 스타인의 파리 가정집 식탁에서였다. (p.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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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죽음을 이야기하기 위해 사랑하는 사람을 어떻게 식탁으로 초대해야 하는지, 상당히 구체적인 지침을 준다. 그리고 22가지 질문 중 마음에 닿는 것부터 묻고 답하기를 시작하라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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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경우 1) 살 날이 한 달밖에 남지 않았다면 남은 시간을 어떻게 보내고 싶은가. 16) 수명을 늘릴 수 있다면 얼마나 늘리고 싶은가. 17) 유산이 어떻게 쓰이길 바라는가. 이 세 가지가 특히 마음에 닿았고, 세 질문에 대한 답변이 모두 동일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남은 시간은 사랑하는 내 아이들과 보낼 것이며, 유산도 모두 비인간동물을 위해 쓸 것이다. 오래 사는 건 바라지 않지만, 만약 그럴 수 있다면 한 마리라도 더 구조하는 데 힘을 보탤 것이다.) 그 외의 이야기는 개인적인 것이라 더 자세하게 쓸 순 없지만, 내 현재를 점검하고 마지막을 가늠해본다는 측면에서 새해에 읽기 더없이 좋은 책이었다. 저자는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는 사실을 고립된 개인으로서가 아니라 공동체로서 직면해야 한다"고 썼다. 이 말처럼 우리 공동체가 자주, 그리고 진지하게 죽음을 이야기한다면 꽤나 많은 것이 달라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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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비밀과 거짓말 - 서양 음악사의 잃어버린 순간들
유윤종 지음 / 을유문화사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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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며, 몰랐던 사실을 꽤 많이 알게 되었다. 이를 테면 '카르미나 부라나'의 작곡가로 유명한 칼 오르프가 작가 루이제 린저의 남편이었다는 사실. 히틀러의 죽음을 가장 먼저 알아맞힌 사람이 '서양미술사'의 그 곰브리치였다는 사실. 핀란드의 국민 영웅 시벨리우스가 알고 보면 심각한 알코올 중독자였다는 사실 등.


그러나 역시 내 흥미를 잡아 끈 것은 뭐니뭐니 해도 음악과 관련된 기술이었다. 그 중 몇 가지를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먼저 차이콥스키의 죽음에 얽힌 일화. 차이콥스키의 사인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콜레라에 의한 죽음인지, 비소를 삼키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인지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았다는 것. 그러나 그의 염세적 세계관을 집약한 '비창'을 들어보면 그 죽음의 원인이 무엇이든, 당시 차이콥스키가 상당한 절망에 휩싸여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차이콥스키의 자살 여부와 관계없이 우리가 확신할 수 있는 사실이 있다. 차이콥스키의 죽음이 콜레라에 의한 우연한 일일지라도, 그 자신이 언제 죽음이 다가올 것인지를 알 수 없었다고 가정하더라도, '비창'은 차이콥스키가 그 자신의 염세적 세계관과 개인적 슬픔을 집약해 쏟아 넣은 '음악적 유서'로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점이다. (p.29)


이 책이 유익한 건,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차이콥스키의 죽음을 '음악적으로' 풀어나간다는 것이다. 이를 테면 차이콥스키가 1악장 전개부에 진혼 성가의 선율을 썼고, 서주부에서는 '비탄과 슬픔의 음형'으로 통하는 '탄식의 베이스'를 썼다는 것을 알려줌으로써, 그가 남긴 음악에서 죽음을 읽어낼 수 있도록 하는 식이다. 또 제2주제로 들어가면 7개의 8분 음표가 천천히 하강하는 이른바 '하강 7음'이 나오는데, 저자는 이것이 차이콥스키가 지치고 고독할 때 즐겨 썼던 전매특허 선율이라고 밝힌다. 이를 통해 우리는 차이콥스키가 '비창'에서 말하고자 했던 바를 어렴풋이나마 느낄 수 있다.


8분 쉼표 하나에 이어 일곱 개의 8분 음표가 천천히 하강하다가 끝이 살짝 들리듯 다시 올라가는 주제다. 이런 선율은 차이콥스키의 팬들에게 낯설지 않다. (…) 비슷한 선율을 가진 작품에 대해 연관된 모든 텍스트가 "나는 과거를 그리워하며 괴롭고 출구를 찾을 수 없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p.27)


과거 오페라를 얕게 공부하며, 오페라의 상징성에 흥미를 가진 적 있었는데 (등장 인물의 중요도에 따라 음을 다르게 사용한다거나) 그때가 떠올라 매우 재미있게 읽었다.


'음악 속의 암호' 부분도 흥미로웠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곡 안에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이나 그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숨겨두었던 작곡가들의 이야기. 슈만과 브람스가 이런 식으로 작품 속에 의미를 담았고, 쇼스타코비치 역시 자기 이름을 독일어식으로 표현한 D-S-C-H를 여러 곡에 녹였다. (나 역시 책에 나온 프랑스식 음이름 암호법으로 내 이름을 음렬 변환 해 보았다.)


슈만을 깊이 경모하고 본받았던 브람스 역시 슈만 못지않게 작품 속에 특정한 의미를 숨겨 넣기를 즐겼다. 가장 알려진 것으로는 '브람스의 모토'로 알려진 F-A-E(자유롭지만 고독하게)를 들 수 있다. 이 세 개 음의 동기는 원래 바이올리니스트 요아힘이 자신의 표어로 즐겨 입에 올리곤 했다고 전해진다. 요아힘과 친했던 스승 슈만도 이 세 개 음표의 동기에 의한 'F.A.E 소나타'를 1853년 작곡한 바 있다. (p.98)


살리에리의 진면목도 보았다. 살리에리가 모차르트의 아들부터 베토벤, 슈베르트, 심지어 리스트까지[!] 가르쳤다는 것을 알고 계셨는지? 저자는 모차르트 사후 아내 콘스탄체가 둘째 아들 프란츠 크사버를 살리에리에게 보내 음악 교육을 받도록 했다는 사실부터, 살리에리의 음악적 재능까지를 두루 언급하며 이 음악가에게 붙은 오명의 조각을 하나씩 떼어내 준다. (물론 이 역시 '해석'이기에 소위 '아마데우스식 관점'을 유지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모차르트가 부인 콘스탄체에게 보낸, 오늘날 남아 있는 마지막 편지는 모차르트에 대한 살리에리의 호의와 애정을 분명히 보여준다. "내가 살리에리를 '마술피리' 공연 극장으로 데려갔지. (…) 살리에리는 주의를 집중해 감상했고, 서곡에서부터 마지막 장면까지 한 부분도 빼놓지 않고 '브라보! 아름다워!'를 외쳤어." (p.144)


전반적으로 매우 즐겁게 읽었지만, 알마 말러에 대한 저자의 서술은 약간 가혹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구스타프) 말러뿐 아니라 발터 그로피우스, 클림트 같은 어마어마한 인물과 사랑에 빠졌던 여자이니 그에 대한 뒷말이 무성한 것도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평가가 필요 이상 박한 듯하여. 자유롭게 사랑하고, 틀에 얽매이지 않았던 분방한 알마를 시대가 어떤 식으로든 갉아먹었을 것을 생각하면 그에 대한 추가 조사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피츠제럴드와 젤다가 떠오르기도 한다. 젤다는 피츠제럴드의 아내로 '규정되는' 내내 여러 가지 이유에서 악녀로 불렸지만, 후에 피츠제럴드 못지않은 재능을 소유한 문장가였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재평가되는 중이다.)


알마는 자신의 남편과 연인 들을 한때나마 진정으로 사랑했을까. 그가 죽기 전 작가 엘리어스 카네티에게 했던 말은 충격으로 다가온다. 그는 두 번째 남편인 그로피우스를 회상하며 "그는 진짜 아리아인이었고 인종적으로 나와 맞았던 유일한 남자다. 나와 사랑에 빠진 다른 사람들은 말러처럼 작은 유대인이었다."고 말했다. 유대인 천재 예술가 두 명과 결혼했고 유대인 박해를 피해 미국으로 건너온 여인이 나치 인종주의자와 다름없는 발언을 한 것이다. 이처럼 부박하고 편견에 가득 찬 것으로 밝혀진 그의 정신세계는, 알마에 대해 일말의 공감이라도 간직했던 사람들이 그를 포기할 수밖에 없게 만든 '불편한 진실'이었다. (p.163)


책을 읽으며 레퍼런스가 되는 음악을 찾아 듣는 것도 큰 즐거움 중 하나였다. 이제 나의 최애 중 하나, 스메타나의 '블타바'를 들으러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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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의 기쁨과 슬픔 - 장류진 소설집
장류진 지음 / 창비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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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단편이 왜 이리 불편한지 모르겠다. 소설 속 '나'는 '빛나 언니'의 행동은 물론, 외모와 외모를 가꾸는 성향까지 싸잡아 비난한다. 사적인 사진을 메신저 프로필로 쓰는 것을 한심하게 여기고, 경제 관념이 부족한 것도 조롱한다. 문제는 이것이 소설의 전개를 위한 방편으로써의 '위악'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는 아무래도 소설 속 나와 작가를 분리해서 생각하기 어렵다. 소설에도 윤리라는 것이 있다고 생각하고, 그게 충족되지 않은 작품을 읽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이번에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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