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배정치의 시대 (원제: Give a Man a Fish)』에서 제임스 퍼거슨은 분배의 정치를 세밀한 인류학적 시선으로 그려낸다. 전태일 열사의 ‘근로기준법을 지켜라’는 외침이 점점 더 공해허지는 것은 잉여 노동력이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넘쳐나기 때문일 것이다. 일하지 않고 그냥 소득을 나누어주자고? 저자는 빈자와 비시장적 관계를 무조건적 낭만화를 경계하는 동시에 현실에 발붙인 정치적 상상력을 펼친다. 아프리카에의 분배적 정치경제와 남아공의 연금·보조금제도를 설명하고 기본소득의 철학 및 현실적 기반을 보여준다.
기본소득이 사회에서 저항을 일으키는 이유 중 하나로 저자는 ‘독립’과 ‘자율’이라는 남성 권력의 토대로 상상되는 남성성을 든다. 노동교환이 아닌 분배라는 유령은 수동성과 여성성, 개발과 사회 지원에 관한 정책 담론에서 혐오 대상이 되어버린 ‘의존성’을 환기시키며 일종의 젠더 공포상태를 유발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비시장적 분배 행위는 여성에 대한 폄하와 아주 쉽게 연결되며 경제적 의존은 성인 남성 시민의 온전성에 위협이 된다는 생각은 오랜 족보를 이어왔다.
또한 저자는 케이프타운의 판잣집 거주자들이 자신은 권리가 아닌 집을 원한다고 말했던 실례를 들면서, 분배에 대한 단순하고 직접적인 요구는 미성숙한 종류의 정치로 보이기도 한다고 말한다. 권리에서 나아가 저자는 ‘정당함’이라는 좀더 폭넓은 개념을 분배정치의 핵심을 관통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실증적인 통계와 수치, 그리고 기본소득을 실현할 구체적인 방법이 부재한 도덕성 내세우기가 ‘부자 아이에게 왜 공짜 점심을 먹여야 하느냐’는 비판에 효과적인 프로파간다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저자는 분배의 가치를 복원하기 위해 급진적인 자본주의 비판을 시작하기 위해 ‘누가 생산 시스템을 소유하고 누가 그 과정의 몫에 권리를 갖는가’라고 질문한다. 노동 및 생산 역할 역할로부터 배제된 이른바 ‘룸펜’의 증가를 고려하면 노동자들이라 답할 수 없다. 일찍이 분배와 몫을 중심에 놓을 수 있도록 많은 사상가들은 분배를 ‘기초지대’로, 지구를 “인류 공동의 소유물”(토마스 페인)로 칭해 왔다. 마르크스주의에 수렴하지 않는 다른 상상력의 토대를 원하는 이들에게 이 책을 ‘강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