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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페미니즘
마리아 미스, 반다나 시바 외 지음 / 창비 / 2020년 2월
평점 :
자본주의와 가부장제의 폭력성에 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인지하고 있다. 폭력은 약자를 향한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착취하는 약자들은 자신의 입장에 급급해, 차마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이들을 볼 겨를이 없을 수도 있다. 에코 페미니즘은 그 약자, 환경과 여성을 이어주는 교량이다.
에코 페미니즘을 처음 접한 것은 대학교 교양시간에서였다. 교양 이름은 한국문학과 젠더로,
한국문학에서 각광받지 못하고 젠더권력에서 그 순위가 밀려나는 젠더들의 문학을 읽고 가치를 발굴하는 시간이었다.
'가치를 발굴하'는 표현은 당시 교수님께서 사용하신 표현이다.
새로운 가치를 찾아내는 것이 아닌, 우리가 미처 배우지 못하고 보지못했던 작품의 가치를 알아보는 시간이라고 설명했다.
그 가치를 찾아내는 도구 중 하나가 에코 페미니즘이었다.
에코 페미니즘은 어울리는 단어의 결합처럼 들리지 않는다.
환경보호운동과 여성인권운동이 어떻게 하나의 운동으로 묶일 수 있는가?
두 운동의 접점은 한 없이 작은 면적을 가진 듯 했기 때문이다.
교수님은 자연해방과 여성해방을 하나의 목표로써 추구하는 운동으로 에코 페미니즘을 소개했다. 자연과 여성(*편의상 여성이라 표현하고 있으나, 권력을 쥐지 못한 채 탄압받거나 가시화되지 못한 모든 젠더가 포함된다.)은 모두 개발과 발전, 이상과 미래를 향한다는 명목 아래 그들이 저항할 수 없는 형태의,
혹은 저항하더라도 유의미한 결과를 내지 못하는 형태의 압력을 받아왔다.
즉 에코 페미니즘은 근대의 문명이 자연을 갈취하는 방식이 가부장제의 그것과 닮았다는 착안점에서 시작한다.
인간중심적 사고방식이라는 것은 결국 어떤 결정의 과정에서 우선순위의 존재를 뜻한다.
하나를 택하고 하나를 버리는 과정에서 버려지는 것의 존재는 묵인된다. 이것이 아주 먼 역사로부터 이어져온 인간의 생존방식이었다.
이제야 새로운 방식의 삶을 논의하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는, 인간이 이 폭력적이고 괴로운 방식을 탈피할 수 있는 가능성이 보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새로운 욕심을 가져야 한다. 자본, 권력에 대한 욕심이 아니라 생태계와의 합일, 조화, 자유로운 자급이 가능했던 회귀를 향한 욕심을 가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