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워할 수 없는 괴짜의 사고실험

그리고 그는 비뚤어진 집을 지었다 ㅣ 로버트 A. 하인라인 중단편 전집 5
로버트 A. 하인라인 지음, 김창규 외 옮김 / 아작 / 2023년 4월

미래사 연작을 벗어난 첫 전집이다. 새삼 새롭게 읽을 수 있었다. 

4권동안 익숙하다고 생각한 하인라인이 어디선가 다른 가면들을 쓰고 주저없이 뛰쳐나온다. <마법 주식회사>는 <달을 판 사나이>와 <개 산책도 시켜드립니다>에서 보여주었던 면모도 이따금 보인다. 그리고 진심으로 나는 제닝스 부인의 찻잔이 되고 싶었다. (…) 

이 중에서 기분 좋은 단편은 <그리고 그는 비뚤어진 집을 지었다>로, 나는 이런 사고실험적인 상상의 유쾌함이 좋다. 들어봐. 이러지 않을까? 하고서 왠 괴짜 할아버지가 내 머리맡에서 주절주절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으면, 나는 분명 잠도 자지 않고 귀를 기울이는 못된 어린아이 역할을 맡게 된다. 이 재수 없는 과학자가 오늘 다시 재미있는 생각이 났다며 주절거리는 것에 진절머리 치다가도 귀를 기울이게 되는 건 그런 이유일테다. 

이 작품에 흠이 있다면 부인이 너무 많이 기절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과장 조금 보태서 아메리카 카툰처럼 한페이지에 한 번은 기절하시는 것 같다!

맞아, <성공한 수술>은 이전에 다른 번역으로 읽어본 적 있었다. 제목은 다른 제목으로 번안 되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이쪽이 마음에 든다. 짧은 소설이고 뻔하지만 흔치않은 결말을 맞이한다. 뭘 설명해도 스포일러라 말을 줄일 수 밖에 없어서 아쉽다. 

5권은 하인라인이라는 사람의 단편을 모아둔 인상파 그림 같은 권이다. 그의 유쾌함, 판타지에 끌어들이는 개연성, 인간을 향한 호의 등등. 미래사 연작을 다 읽은 후에 이 5권을 읽으면, 이런 표현이 어울릴지는 모르겠지만, 무슨 주마등을 마주하듯이 예전에 읽었던 이야기가 불쑥불쑥 떠오르곤 한다. 이렇게 전혀 관계없는 이야기와 이야기를 작가라는 분모로 묶어 생각해볼 기회를 주는 것도 전집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분명. 

무엇인지 설명하면 스포일러가 되는- 5권에서 가장 좋아하는 문장으로 마쳐보자. 

”당신과 나와, 내 이웃과, 모든 인간과, 모든 동물과, 모든 생명을 죽일 수 있는 권력을 지닌 존재가 있다면, 그게 한 사람이든 집단이든, 나는 그런 세상에서 행복할 수 없다.“_243p

분명 나도 그렇다! 

당신과 나와, 내 이웃과, 모든 인간과, 모든 동물과, 모든 생명을 죽일 수 있는 권력을 지닌 존재가 있다면, 그게 한 사람이든 집단이든, 나는 그런 세상에서 행복할 수 없다. - P2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