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산책도 시켜드립니다 로버트 A. 하인라인 중단편 전집 2
로버트 A. 하인라인 지음, 고호관 외 옮김 / 아작 / 2023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먼저 말해야한다. 1권을 읽고 와라. 

하인라인 전집 1권을 읽지 않고 2권을 읽은 사람과 상종하지 않겠다. 곰곰히 생각해봤는데 아무래도 그래야할 것 같다. 


물론 2권의 단편들, 모두 훌륭하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데릴라와 우주 건설꾼>은 여성학적인 관점에서 이야기하고 싶은 부분이 조금 있고, <기나긴 불침번>은 재미있게 읽었지만 이런 희생적인 이야기가 앞으로도 나와야 할지에 대해 의문이 있다. 


하지만 아작의 하인라인 전집 1권을, 특히 <달을 판 사나이>를 재미있게 읽은 사람들은 무조건 2권을 읽어야 하고, 2권을 읽기 전에 <달을 판 사나이>를 읽어야만 한다. 난 보름째 달을 보며 어느 할아버지의 삶을 그리워하고 있으니까…. 


아 해리먼, 해리먼… 


2권은 짧은 단편이 무려 12개나 들어가 있으므로 몇개만 뽑아 이야기를 해보자. 


<데릴라와 우주건설꾼>은 조금 유치함이 느껴질 만큼 생각한대로 흘러간 소설이었다. 하인라인이 갖고 있는 여성에 대한 가치관이 크게 엿보이는 소설이다. 여성 또한 훌륭한 기술자, 과학자이며 남성과 다를 것 없다는 (그 시대에 한정해서) 진보적인 생각. 그럼에도 등장하는 여성들은 모두 아름답고 예뻐야 한다는 점이 웃기긴 한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글로리아의 큰 눈에 대해서 이야기 할 때마다 웃었다. 


<우주비행사>를 보면서는 왠지모르게 생택쥐베리의 <야간비행>이 떠올랐다. 결국 사랑하는 부인의 곁으로 되돌아가지 못한 비극의 비행사와는 다르게, 이 둘은 달과 지구를 건너 이윽고 만나는 결말을 맞았지만. 기술의 발전에서 오작교의 낭만성을 찾는 게 이 작가의 매력이라고 느꼈다.


<돌아오니 좋네!>는 우주를 향한 그의 기분 좋은 상상력이 잔뜩 들어가있다. 잠자기 전 머리맡에 수첩을 두고 하나씩 끄적였을 소년의 상상력 같은 내가 슬슬 하인라인을 너무 미화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겠다. 이러다 하인라인에게 따뜻한 코코아 먹이는 상상까지 하겠다. 이야기이다. 


<지구의 푸른 언덕> 은, 이 소설을 보면서 몇번을 울었는지 모르겠다. 정확히는 몇번이고 다시보면서 몇번이고 울었다. 양치기도 우주비행사도 별빛을 헤아리며 운율을 짓는 건 같구나… 

“우리를 낳아준 지구에

마지막 착륙을 위해 기도하네

양털 같은 하늘과

상쾌하고 푸른 지구의 언덕에

우리의 눈길이 머물게 해주오.”_258p


이 외에도 <달의 검은 구덩이>, <여러분 앉아 계시죠>, <개 산책도 시켜드립니다>, <탐조등>, <우주의 시련>, <제국의 논리>등 많은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하나같이 재미있다. 


하지만 내게 가장 훌륭한 단편은 <레퀴엠>이었다. 1권의 <달을 판 사나이>의 후속적인 이야기로-물론, 루나시티 이후 해리먼의 이름은 어디에나 나온다.- 제목 그대로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낭만이 나를 울리곤 한다… 

최근 나왔던 <사이버 펑크 2077 엣지러너>가 후에 떠올랐던 작품이기도 하다. 큰 차이점이 있고, 비슷한 점이라고는 ‘달에 가고 싶다‘는 소망 뿐이긴 하지만, 달이 인간의 이상적 목표지점으로 얼마나 많이 활용되어 왔는지 가늠할 수 있다. 


다들 제발 <달을 판 사나이>와 <레퀴엠> 읽자 제발. 제발… 나 오이도 먹잖아…


우리를 낳아준 지구에
마지막 착륙을 위해 기도하네
양털 같은 하늘과
상쾌하고 푸른 지구의 언덕에
우리의 눈길이 머물게 해주오. - P25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