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은의 가게
이서수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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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살 게 없는 서른일곱이 되어”라는 제목의 프롤로그로 시작하는 소설. 아, 나도 먹고살 거 없이 그 언저리를 머물게 되어 버렸다는 사실을 소설과 함께 마주했다. 마은과는 조금 다른 상황이지만, 그래도 그 막막함과 가장 바닥에서 선택하게 되는 어떠한 것을 나도 알고 있기에. 마음이 아프면서도 마은의 선택이 의아하기도 했다. 하지만 소설을 읽다보면 마은이 왜 ‘장사’라는 선택을 하게 되었는지 저절로 이해하게 된다.
그보다는 서른일곱이나 먹고도 사장이 아니라 아르바이트생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차림 혹은 모습의 마은은, 여전히 어리고 젊은 여성이어서 “사장”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어도 쉬이 무시 당하고 위협 당한다. 마은의 가게 곳곳에는 ‘1인 여성이 운영하는 가게’에 대한 현실이 여실히 드러나는데, “혼자 있으면 괜히 도와주겠다고 접근하는 놈이 있어. 그런 놈을 제일 조심해야해.(230)” 실내포차의 아주머니가 혼자 장사한다는 마은을 걱정하며 던진 한마디가 이 소설에서 쎄했던 부분을 해소해준다. 혼자인 여성은 어디서나 무시 당하고 위협 당하고는 만다. 젊고 어릴수록 더더욱 그러하지만, 그것은 실제 나이가 아닌 사회가 그 여성을 바라보는 나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마은의 가게>는 1인 여성 자영업자의 현실에 대한 르포이기도 하다. 하지만 작가가 하고 싶었던 말은 그런 현실에 대한 이야기만은 아닌 것 같다. 이서수 작가는 어딘가 홀로 서 있는 모든 여성에게, 우리는 이미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고, 이러한 현실을 마주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홀로 겪는 일이 아니라 우리 각자 자신의 자리에서 겪고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한계를 먼저 긋지 않는 게 우리의 유일한 임무(221)”라고, “마음과 몸을 잘 돌보라고.(253)”, 우리는 “대단한 여자(242)”고, “정해진 환경을 모두 잊고 오로지 원하는 것만 보면서 달리(259)”라고 소설 곳곳에서 말한다.
왕비가 용이 되어 나라를 지키겠다고 바다에 묻혔다는 신화에 끌려 그 지역에 자리잡은 지화씨, 누군가를 지키는 광경을 떠올리면 눈물이 난다는 마은. 이 소설은 서로가 서로를 지키는 여성이 끊임없이 나온다. 서로가 서로를 일으키고 그로써 판타지 같긴 하지만 “마은의 가게”는 살아남는다. 이 소설은 여성들에게 서로를 지키는 것이 서로에 대한 의무라고. 작가는 내 손을 잡는다. 내가 당신을 지키고 있어요. 이렇게 들린다. 그래서 마은이 누군가를 지키는 광경을 떠올리면 눈물이 날 것 같은 것이 아닐까. 나조차 눈물이 날 것 같은데.
그러니까 그런 마음은, 케첩과 설탕이 너무 많이 들어가 맛이 없고 버석한 토스트, 설탕이 옆으로 줄줄 흘러내리는 토스트 같은 것이다. 환하게 웃을 수밖에 없는, 그러다가 내 눈물이 줄줄 흐르고 마는. 그래도 지켜주고 싶은 그러한 것. <마은의 가게>는 나에게 그러한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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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여자들의 은밀한 삶
디샤 필리야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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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단편을 읽고 책을 덮고 표지를 다시 확인했다.
그래서 붉었구나. 교회 첨탑을 중심으로 왜 새빨간 색으로 표지를 덮었는지 그제야 깨달았다.
교회 여자들의 ’은밀한‘ 삶에에서 ‘은밀한’의 의미를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고 책을 시작한 것이 오히려 작은 기쁨.

9개의 단편을 읽다보면 정말로 9명의 여성들의 ’은밀한‘ 삶을 화자의 입을 통해 직접 들은 듯한 기분이 든다.

미국인으로서의 흑인의 삶, 흑인이자 여성의 삶, 미국인-흑인-여성의 삶과 그 삶에서 동 떨어질 수 없는 교회.
그러한 미국 사회 구조에서 살아가는 미국인-흑인-여성의 아주 개인적이고 내밀한 빨간 맛 소설이자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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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소설 속에 도롱뇽이 없다면 - 살아 움직이는 캐릭터 만들기
이디스 워튼 지음, 최현지 옮김, 하성란 추천 / 엑스북스(xbooks)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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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쓰기에 대한 참고서

이디스 워튼의 소설 쓰지 방법을 훔쳐보고 싶은 마음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줄거리, 인물, 대화, 배경 등을 살펴보면서 소설쓰기에 대한 방법을 제공할 뿐 아니라
여러 작가들의 작품에 대한 예시를 들면서 쓰는 사람이 자신의 방식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는지 구체적인 조언을 하는 책이라는 생각.

도룡뇽이 없다면?이라는 질문의 끝에는 결국 쓰는 사람이 선택해야 하는 것들을 생각하게 만들어준다.

나에게 가장 와닿았던 것은, 결국 소설은 독자에게 살아숨쉬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쓰는 사람에게 방향성이 되어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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