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의 강
올리버 색스 지음, 양병찬 옮김 / 알마 / 2018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처음만난 올리버 색스의 책 <의식의 강>


작가의 유작이 나에겐 첫번째 책이었다. 정말 이야기를 잘 풀어내는 사람인 듯했다. 과학교양(누군가는 과학책이 교양도서가 될수 있는지 반문했다)도서 이지만, 관련 정보를 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자연스럽게 에세이 형식으로 흘러가서 장르를 넘나드는 느낌이 들었다. 마치 옆집 아저씨가 우연히 만나 어떤 이야기를 해주는 것처럼 에피소드와 전문지식을 적절히 섞어서 소개해 준다. 자신이 직접 경험한 사건들을 통해 과학계에서 일어났었던 문제점도 짚어주었다.


가장 중요하게 다루는 주제는 인간이 가지는 '의식'이 어떤 방식으로 존재하는가 하는 것이다. 




다윈에게 꽃의 의미는?


다윈은 식물에대해 

늘 특별하고 다정한 느낌을 갖고 있었으며, 

식물을 특별히 찬미하기도 했다. 15p


다윈에 대해 떠오르는 이미지는 어떤 것일까. 원숭이? 키워드는 진화론? 나는 다윈에 대해 아는 것이 많지 않았다. 최근에 읽은 흙에 관한 신간도서가 있었는데,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찰스 다윈이 오랜시간동안 지렁이의 분변토에 대해 연구를 했었다는 것이었다. 지렁이의 변을 쌓아올려 관찰해서 그린 그림이 아직 내 머릿속에 남아있다. <의식의강>에서도 다윈을 만나 반가웠다. 식물을 많이 연구했다는 점을 작가는 많이 강조했다. 다윈이 식물 연구를 통해 어떤 즐거움을 갖게 되었는지 알려주었다. 얼마전 내가 기르는 화분에 작은 꽃이 피어나서 기뻤던 내 마음도 오버랩되고...



다윈은 끈끈이 주걱의 잎 하나를 골라, 절반에 칼자국을 내보았다. 그러자 칼 자국이 난 부분이 마치 신경이 절단된 것처럼 불구가 되는 게 아닌가? 그는 그레이에게 쓴 편지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 잎은 척추골절로 하반신이 마비가 된 사람과 비슷했어" -28p

식물은 동물과는 달리 움직임이 빠르지 않다. 끈끈이 주걱이라는 식물의 경우 다른 식물들과 달리 움직임이 빠른편인데 다윈은 이 식물을 연구하면서 인간의 신경을 떠올렸다. 진화의 관점에서 식물을 바라본 것이다. 


다윈을 통해 나의 생물학적 독특성, 생물학적 내력 , 다른 생명형태와의 생물학적 혈연관계를 알게되어 기쁘게 생각했다. 이 지식은 내 마음속에 뿌리를 내림으로써 자연을 내 고향처럼 느끼게 해주고 나 자신만의 고유한 생물학적 의미를 느끼게 해준다. 

동물의 삶은 식물의 삶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인간의 삶은 다른 어떤 동물의 삶보다도 복잡하지만, 모든 생물은 각자 나름의 생물학적 의미를 갖는다. 그리고 이러한 생물학적의미의 기원은, 다윈이 부단한 식물 연구를 통해 꽃의 의미를 통찰한 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나는 아주 오래전 런던의 한 정원에서 그의미를 어렴풋이 깨달았다. _37p

인간이든, 식물이든 동물이든, 작은 지렁이 한마리도, 존재의 의미를 가진다.


스피드

어린시절 속도에 무척 호기심을 느꼈던 나는. 사람을 비롯하여 모든 동식물의 속도에 관심을 기울였다.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속도로 걸었고, 동물들의 움직임은 더욱 그러했다. 

나는 가끔 '동물과 식물의 속도가 과거와 완전히 달라질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의구심을 품었다.


속도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이유가 있다. 어떤 신경질환 관련 환자들은 특정한 증상들이 있었는데, 시각정보가 빨리 들어오거나 늦어지는 등의 일들이 일어났다. 그리고 그에따라 반응하는 운동속도도 달라지는 경우가 있었다. 이 지각와 반응에 대한 속도도 인간의 의식이 연속적인가 불연속적인가를 설명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렇게 이야기는 흥미진진하게 진행이 되었고, 나는 이 부분에서 사람들의 미각도 각기 다르듯, 시각을 지각하는것이 현저하게 많이 차이나는 것을 알면서도 의식하지 않고 지나쳤었음을 인정했다. 사과가 나무에서 떨어지는 것이 당연한 것이지만 그 누군가는 다르게 깊이 생각했듯이.




이처럼 죽음이 임박한 상태의 체험을 임사체험이라고 한다. 임사체험의 전형적 특징은 무력감과 수동성 심지어 이인증(dissociation)이지만, 어떤 임사체험의 경우에는 강렬한 즉각성과 현실성, 그리고 사고, 지각, 반응의 극적인 가속화를 수반함으로써 당사자로 하여금 위험을 성공적으로 회피할 수 있게 해준다. _48p


십여년 전, 자동차 사고장면을 목격했었다. 차에 타고 있었는데, 두차가 충돌하면서 한 차가 날라와서 내가 타고 있는 차의 앞부분을 들이 받았다. 나는 그때 이런식의 임사체험을 경험했는데, 정말 순간적인 충돌이었지만, 슬로우모션을 보는것 같았다. 그래서 굉장히 자세하게 그 순간을 볼수 있었던 것이었다. 아주 짧은 시간이고 생각할 겨를도 없어 보였지만, 아 죽을수도 있겠구나 하는 순간에 나의 시지각이 속도의 변화를 일으킨게 아닐까 하는 ....다 지나간 일이지만 잊혀지지가 않았다. 


어린시절 전기코드로 장난치다가 감전이 되었는데, 그때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감전이 되는 순간 지난 시절이 순식간에 떠오르기도 했으니까. 물론 올리버 색스가 말하는 위의 임사체험은 조금 다른 종류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지각의 속도가 변하는 것을 경험한 경우가 아닐까.


마약에 중독되면 시간에 대한 감각이 달라진다. 몇 마디, 몇 발자국이 상상할 수 없는 시간동안 지속된다는 느낌과 함께 세상이 매우 느려지고 심지어 멈추기까지 한다는 느낌이 든다. (중략) 그러나 외부세계가 실제 느리게 움직이더라도, 이미지와 생각으로 구성된 내부세계는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지나갈 수 있다._53


투렛증후군으로 인한 가속이 그렇게 적응적인 신경학적 재능이라면, 왜 자연선택이 그들을 선호하여 '가속된 존재'들의 수를 대폭늘리지 않았을까. 비교적 느리고, 재미없고, 통상적인 것의 장점은 뭘까. 과도하게 느린것이 불리하다는게 확실하다면 과도하게 빠른것도 문제라는 점은 명심할 필요가 있다._66


'적응적인 신경학적 재능', 그리고 '자연선택의 선호'라는 말이 나에게는 그리 친숙하지는 않았지만, 유전적인 변이에 의한 질병들을 종종 진화의 한 측면으로 바라봤다는 게 재미있었다. 우리는 정상적인 (이 정상적 이라는 말도 늘 의문이 들긴 하지만)범위를 벗어나면 그것이 질병이든 어떤 상태이든 두려워한다. 도태되고, 소외될까봐. 오히려 다르기 때문에 더 나아질 수도 있는 것인가.


지각력-식물과 하등동물의 정신세계


찰스 다윈이 1881년 마지막으로 발간한 책은 '비천한벌레'에 관한 연구결과를 집대성한 것이었다. <지렁이의 활동을 통한 분변토 형성> 지난 수백만년 동안 무수히 많은 지렁이들이 토양을 가꾸어 지구의 얼굴을 바꿔놓았다는 것이다. 


땅의 진동은 지렁이의 머리에 있는 신경세포 집합으로 전달되는데, 다윈은 이 신경들을(뇌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뇌 신경절(cerebral ganglia) 이라고 불렀다. (중략) 다윈이 생각하기에, 반응을 조절하는 능력이 있다는 것은, 일종의 정신이 존재함을 의미했다.


반응을 조절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정신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았다니, 그렇다면 정신은 물리화학적인 측면으로 규정해야한다는 것이다. 유전적인 정보를 가지고 있어서 진동등을 통해 신경전달이 일어나고 전기적인 반응이 전달되고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되면서 지렁이가 움직이는 것이니까 말이다. 


지금은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다윈은 1881년에 지렁이의 신경절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그만큼 다윈이 세밀하게 연구를 했고, 작은 하등동물이라고 해서 하찮게 여기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진화론이 과학적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여부가 어디에 있는지 잘은 모르겠지만 다윈이 정말로 열심히 연구하는 과학자 였다는 것은 맞는 말이다.




제닝스는 1906년 발간한  <하등생물의 행동>에서 짚신벌레나 나팔벌레와 같은 생물들의 민감화와 습관화를 기술했다.(중략)그는 원생동물의 몸집이 너무 작다는 이유로 정신적 속성을 부여하기를 꺼리는 인간들의 태도를 질타했다. _84


1960년대에 기억과 학습의 세포적 기초를 연구하기 시작한 에릭 캔들은 좀 더 단순하고 접근 가능한 신경계를 가진 동물을 물색하던 끝에 거대한 바다달팽이인 군소를 찾아냈다. 군소는 약2만개의 뉴런을 갖고 있고 그 뉴런들은 약 2천개의 뉴련으로 이루어진 10개의 신경절에 분포되어 있다. 군소의 뉴런은 크기가 특히 커서 육안으로 관찰할 수 있는 것도 있으며, 고정된 해부학적 회로에서 서로 연결되어 있다._85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지렁이와 군소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지렁이는 얼마전에 읽은 <흙의시간>이라는 책을 통해서 지렁이분변토를 연구한 다윈의 이야기가 떠올라서 그런것이고, 군소라는 바다달팽이는 두가지 측면에서 접한 경험이 있다. (물론 나는 군소를 직접 본적은 없고, 사진으로만 보았다),


어떤 사람이 돈이없어 죽으려고 바다에 뛰어들었는데,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군소가 둥둥 떠다니는걸 보고 죽지 못하고 군소만 건져와 맛있게 먹고 자살미수에 그쳤다는 이야기가 기억난 것이다. 그리고 다른 한가지는 예전에 천연염색 공부를 하면서 군소가 오래전에 천을 염색하는 염료로 사용되었다는 걸 배운 기억이 나서다. 참 인간들은 다양한게 군소를 이용하고 있었다. 군소의 뉴런이 크기가 커서 육안으로도 관찰할수 있을 정도라니, 인간의 측면에 있어서 군소는 정말 소중한 동물인 듯하다.^^;;;



우리가 몰랐던 프로이트-청년 신경학자



모든 사람들은 프로이트를 정신분석학의 아버지로 알고 있지만, 그가 1876년부터 1896년 까지 무려 20년 동안 주로 신경학자 겸 해부학자로 살았음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나도 몰랐던 사실이다. 누군가에 대해 그 삶에 대해 자세하게 알아야 그 사람의 말과 행동 그리고 과학자라면 연구내용도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다르게 가치를 평가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윈이든 프로이트 이든, 어떻게 평생을 살았는지 알지 못하면 그가 어떤 마음으로 연구를 하면서 살았는지 이해와 공감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프로이트는 잭슨을 뛰어 넘어 이렇게 주장했다. '뇌 안에는 자율적이고 분리 가능한 중추나 기능이 없고 인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시스템이 존재할 뿐이다._98


'시스템'이라는 말이 작가가 강조하고 싶은 키워드다. 뇌는 시스템과 같다는 것. 그래서 신경망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이다. 서로 연결되어서 영향을 미치는 것.


1893년 프로이트는 히스테리에 관한 기질적 설명과 완전히 결별했다. 히스테리 마비의 병터는 신경계에서 완전히 독립되어 있음에 틀림없다. 왜냐하면 히스테리마비와 그 밖의 히스테리 소견들은 마치 해부학이 존재하지 않거나 해부학을 무시하는 것처럼 행동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어떤 의미에서 과감한 방향전환과 돌파의 순간이었다._102

그러나 오늘날의 관점에서 볼때, 모든것이 연결되었다 는 명료한 계시, 즉 프로이트 앞에 스스로 모습을 드러낸 '뇌와 정신의 완벽한 작동모델을 파악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그리고 프로이트 자신도 불과 몇달 후 이렇게썼다. "나는 심리학에서 부화하는 비전을 봤던 나의 정신상태를 더이상 이해할 수가 없다"_104


'이해할 수가 없다'. 스스로를 이해할 수가 없다고 솔직하게 말할수 있는 사람이었다니, 놀라웠다. 우리는 어떤 사실이 알고 싶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알고 싶어도 알수가 없을때가 있다. 그럴때 마음이 괴롭고 답답함을 느끼는데, 프로이트도 자신의 생각이 맞는지 여부를 알수 있는 방법이 없어 답답했던것  아닐까.


 그에게 기억이란, 본질적으로 역동적이고 변화무쌍하고 평생동안 재조직 되는 과정이었다. 기억의 힘은 정체성 형성의 핵심이며, 개인으로서의 지속성을 보장한다. 그러나 기억은 변화하기 마련이며, 프로이트만큼 '기억의 복구 잠재력' '기억의 지속적인 개정' '기억의 재범주화'에 민감했던  사람은 없었다._107


오류를 범하기 쉬운 '기억'


우리가 소중하게 품고 있는 기억 중 일부가, 전혀 일어나지 않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일어난 일에 관한 것일수도 있음을 깨닫는 다면 참담한 기분이 들 것이다. 진정 나만의 것으로 보이는 열광과 충동 중 상당 부분이 실은(나에게 의식적 무의식 적으로 강력한 영향력을 미친 후 잊힌) 타인의 제안에서 비롯되었을 수도 있다._120


표절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서, 올리버는 자신이 직접 경험한 몇가지 일을 이야기 한다. 그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서 기억이라는 것이 얼마나 오류가 많은지를 알게 된 것이다. 나는 이야기 한적이 없는데, 누군가는 내가 한 말이라고 한다. 분명히 내가 생각해서 한 말인데, 다른사람이 먼저한 이야기라고 한다. 많이들 경험하는 일이다. 유명한 사건이 기억난다. ''기억이 안납니다''. 그때는 몰랐었고,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이제는 알것같다. 정말로 기억이 없는것이다. 자신에게 일어난 모든 시간의 모든일을 모두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므로 우리는 겸손해질 필요가 있다. 그리고 기록은 정말 중요하다.


우리의 정신이나 뇌속에 기억의 진실성을 확인하는 메커니즘은 없는 것 같다. 우리는 역사적 진실에 직접 접근할 수 없으며, 진실에 대한 느낌이나 주장은 감각과 상상력에 동일하게 의존한다. 헬렌켈러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뇌에 직접 전달하거나 기록할 방법도 없으며 고도의 주관적 방법으로 여과하여 재구성할 수밖에 없다. _133


인간의 기억은 오류를 범할 수 있고 취약하며 불완전 하지만, 굉장히 유연하고 창의적이다._134

기억의 오류로 창의적인 인간이 되었다니. ^^;;; 


모방과 창조


어린이들은 기본적으로 지식과 이해, 정신적 자양분과 자극을 갈망한다. 따라서 어른들은 그들에게 이래라 저래라 간섭하거나 동기부여를 한답시고 나설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모든 창의적 활동이 그러하듯, 놀이는 그 자체가 깊은 즐거움을 선사하는 활동이기 때문이다._143


아이들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지않아야 한다~!! 꼭 실천해야겠다. 나역시도 약간은 방임적인 부모덕분에 즐겁게 유년시절을 보냈던것 같다. 공부하는것도 즐거웠고 책읽는것도 좋았다. 공부가 즐거웠던 이유는 단 한번도 부모님이 공부하라는 말을 하지 않으셔서 그런것 같다. 정말로 단 한번도 공부하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숙제하라는 말도 들어본 적이 없다.학원가라는 말도 ....학원에 가기 싫다고 하면 바로 가지말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진정한 독창성은 '기억과 차용'에서 '동화와 통합'의 수준으로 도약하는 잠복기를 통해 탄생하며 이 과정에 관여하는 핵심요인은 심오하고 의미있고 능동적이고 개인적인 몰입이다. _155


창의성이란 독창적 아이디어를 탄생시키는 매우 독특하고 이례적인 생리 상태이며, 정교한 뇌영상화 장치를 이용해 뇌를 촬영할 수 있다면 무수한 뉴런 집단들의 연결과 동기화(synchronization)를 통해 광범위하게 활성화 되어 있는 뇌 사진을 얻을 수 있다 는게 나의 지론이다.

나는 글을 쓸때 때때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오르는 생각들이 저절로 체계가 잡히고, 즉석에서 적절한 단어들로 자신을 포장하는 것을 느낀다. 나는 그럴 때마다 나의 성격과 신경증을 상당부분 우회하거나 초월할 수 있다고 느낀다. 그 상태의 나는 내가 아닌 동시에 나의 가장 내밀한 부분이며 최상의 부분임에 틀림없다._161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오르는 생각들, 그 생각들을 놓치지 않고 잘 따라가면 최상의 나를 만날수 있다니. 경험에 의한 결론이 아닐까. 많은 사람들이 열심히 하면, 혹은 부단히 노력하면 정상에 오를수 있다는 말을 한다. 하지만 스스로 그 일을 해내는 사람은 많지 않다. 작가는 죽기 직전까지 아마도 자신의 책, 자신의 일을 사랑하지 않았을까. 최상의 자신을 만나고 돌아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항상성 유지


코끼리가 됐든 원생동물이 됐든 내부환경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 만큼 

생물의 생존과 독립에 필수적인 것은 없다. 


편두통은 뚜렷한 기저질환이 없으면서도 질병의 본질적인 특징을 축소판으로 보여준다 .


다세포 생물(특히 동물과 인간)의 항상성을 보장하려면 

좀 더 복잡한 모니터링 시스템이 요구된다. 


자율신경계의 두 부분이 적절한 조화를 이룰 때 우리는 편안하거나 정상이라고 느끼게 된다. 


나는 여전히 갑작스럽고 압도적인 수면 발작을 겪었지만, 억지로 일을 하며 내 자서전의 교정쇄를 수정했다. (설사 문장 중간에서 잠이 들어 머리가 책상을 쿵하고 들이받더라도 나의 손은 연필을 놓치지 않았다.) 글쓰기는 나의 즐거움이었으며, 만약 그게 없었더라면 색전술 이후의 나날들을 견디기가 매우 어려웠을 것이다._172


항상성의 관점에서 편두통을 풀어내는 것이 흥미로웠다. 나도 종종 두통이 나는 것을 경험하는데, 직감적으로 몸이 뭔가 호소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편안하게 좀 쉬면서 누워있으면 자연스럽게 회복이 되기로 하고, 바쁘거나 할때는 진통제를 먹기도 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편두통으로 고민하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을것 같았다. 뭔가 몸이 안좋은 것. 쉬어야하는 신호. 그냥 핑계로 하는 말이 아닌 것이다. 병원에 가서 검사를 해봐도 원인이 잘 안나온다고 하소연하는 지인들이 있었는데, 뭐 내가 뭔가 해줄수는 없지만, 비타민과 휴식을 권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비타민을 너무 맹신하는 것은 아닌가 싶지만, 플라시보 인지는 몰라도 피곤할때 얼른 챙겨먹으면 나아지는 경험을 종종 한다.


꼭 약을 먹고 치료를 받아야 몸의 균형이 맞아지는 것은 아닌것 같다. 몸이 스스로 제자리를 찾아갈 수 있도록 여유를 가지고 쉬는 것이 맞다.


의식의 강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는 이렇게 말했다. 

'시간은 나를 이루고 있는 본질이다. 

시간은 강물이어서 나를 휩쓸어 가지만 내가 곧 강이다" 


우리의 인식, 사고, 의식의 냐용은 시간 속에서 확장되며, 우리의 운동과 행동 또한 그러하다. 우리는 시간 속에서 살며 시간을 조직하므로 우리는 철두철미한 시간적 존재다. 그러나 우리의 삶의 터전인 동시에 방편인 시간은 보르헤스의 강처럼 연속적일까 아니면 실에 꿴 구슬처럼 일련의 불연속적인 순간들에 가까울까?_175


2003년에 발표한 <의식의 체계>라는 종합적 논문에서, 크릭과 코흐는 운동지각의 신경상관자, 시각의 연속성이 지각되거나 구성되는 과정, 더 나아가 의식 자체의 외견상 연속성을 분석하여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시지각은 순간순간 불연속적으로 일어나며, 시각의 의식적 인식이란 일련의 정지된 스냅숏에 동작을 입히는 것을 말한다" _191


의식이 연속적인지 불연속적인지에 대해 고민을 한것 같다. (평범한 사람들은 하지 않는 고민이지만) 


그러므로 의식의 밑바탕에 깔린 지각의 순간은 단순한 물리적 순간이 아니라, 본질적으로 우리의 자아를 구성하는 개인적인 순간들이다. 그것들은 궁극적으로 프루스트적 이미지를 형성한다. 그 자체는 사진술을 떠올리게 하고, 보르헤스의 강물처럼 서로 맞물려 흘러가지만, 우리는 전적으로 순간들의 집합체로 구성되어 있다._198

암점-과학계에 비일비재한 망각과 무시

위어 미쳴, 바빈스키, 레온티에프와 자포로제츠의 저술은 역사적 또는 문화적암점에 빠져버렸다. 그것은 조지오웰이 말하는 기억구멍이었다. 나는 범상치 않고 심지어 기이하기까지 한 환각지에 관한 스토리를 종합적으로 정리하면서, "지금껏 환자들엑 그런 말을 들어본 적이 단 한번도 없어요"라는 내 주치의의 말에 연민을 느꼈다._211


자신이 직접 경험한 사건들이 있기에, 과학 안에서도 서로 놓치고 마는 부분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다윈이 "대상을 더욱 잘 설명하라, 할 수 있는 데까지"라고 한말을 기억하고 책의 첫 챕터에서 작가가 명시한 것처럼. 올리버 자신은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들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한 사람이었다. 


그렇게 할 수 없는 자신의 주치의에 대해 분노보다는 연민의 감정을 느꼈다니. 어떤 측면의 연민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 암점에 대해서, 과학을 맹신하지 않고 조심히 살피며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모든 연구하는 사람들이 완벽하게 자신의 연구를 수행하면 좋겠지만,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다면 내 스스로도 자신을 맹신하지 않아야 하고 남을 대할 때도 무턱대고 맹신하지 않아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그것이 나와 타인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어야 하고, 올리버처럼 연민의 감정이야 하지 않을까.


우리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받아들이려면, 뭔가를 순간적으로 파악하거나 알아듣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며, 우리의 마음이 그것을 수용하여 간직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 자신으로 하여금 새로운 아이디어에 맞닥뜨리도록 허용해야 한다. _220


가벼운 에세이 형식의 글이지만, 신경과학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가 없다면 책을 읽어나가는게 쉽지 않을것 같다. 하지만 분명히(그나마) 쉽게 쓰여진 책이고,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있어서 재미있게 읽을수 있을것 같다. 나역시 신나게 읽었고, 중간중간 메모해 가면서 읽었다. 열심히 메모한 덕분에 서평도 쓸수 있었다. 


한권의 책을 읽는다는 것은, 한 사람을 온전히 이해하는 것 만큼 어려운 일일 수도 있다. 그래서 더 꼼꼼이 여러번 읽어야 하고, 때로는 메모해가며 여러번 생각해 가면서 읽어야 하는 것이다. 

<의식의 강>을 읽어보니 올리버색스의 다른 저서들도 읽어보면 좋을것 같다.



알마출판사 서평이벤트로 제공받은 책을 읽고 작성한 글입니다~감사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