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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환마법실천 ㅣ 지혜를 품은 책 10
프란츠 바르돈 지음, 정은주.박영호 옮김 / 좋은글방 / 2010년 11월
평점 :
품절
수영을 배울 때 일이다.
맥주병이었던 나는 물속에서 하는 발차기가 보기보다 힘들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킥판을 잡고 발차기만 한달을 하면서 근육에 힘이 생기고 몸이 점점 튼튼해 지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처음에 의도했던 것은 "날씬"해지는 것이었지만, 날씬해진다기 보다는 허리와 다리, 어깨가 강해지고 있는 것을 느꼈고 기분좋은 느낌이었다. 날씬해지는 것 보다 훨씬 더.
시간이 지나고 킥판을 놓고 겨우 물에 뜨는 정도가 되었다. 초보자인 나는 물 속에 들어가면 가슴이 먹먹했다. 일어나면 발이 닿는 깊이의 물이었지만, 아주 천천히 앞으로 나가는 내 몸으로써는 심연이었다. 호흡이 딸릴 때는 고독감이 엄습했다.
"소환"이라는 말은 그 말의 의미만 대강 알고 있을 때였다. 수영 연습 할 때마다 느끼는 그 가슴이 먹먹해지는 고독감이 수영에 익숙해지면 해결될 것 같았다. 매일 새벽 수영을 다녔다. 오후로는 수영 동영상을 보면서 수영선수들의 몸에 내 몸을 덧입혀 연습을 했다.
성질 급한 나는 까마득한 그 시간을 그냥 기다리기 어려웠다.
"자 오늘부터 물의 정령 운디나의 소환이다! 나에게 수영을 가르쳐라.^-^"
조금 쑥쓰러운 기분이었지만 이것은 물에 떠서 앞으로 나가고 싶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귀가 뾰족하고 푸른빛이 감도는 은빛 비늘로 뒤덮이고 키가 조금 작은 편인 인어를 상상했다. 인어는 날캄한 눈매로 수영을 가는 나를 지켜보고 수영 연습을 할 때 내 주변에 물살을 일으켰다. 그리고 그 물살과 하나가 되도록 했다. 앞으로 쭉 나가는 속도감과 함께, 그 상상속의 존재와 친구가 되었다.
대부분의 스타일을 맛뵈기 하고, 물에 뜨는 정도가 되고 나서 수영 선생님이 바뀌었다. 원래 수영 선생님은 거의 손목만 잡고 다 가르쳤었는데.... 타인과 스킨십을 그닥 즐기지 않는 나로써는 바뀐 선생님의 열의가 조금 부담스럽기도 하고,(멋진 훈남이었지만 몸이 닿는 것은 싫여~) 열정이 조금 식어 새벽마다 시간을 비워 가족들에게 폐가 되는 것을 이기지 못하고 그만두었다.
둘째 아이가 유치원이라도 다니게 되면, 오전반으로 다시 해볼 생각이다.
책 이야기를 해볼까,
"소환"이라는 말을 들으면 먼저 드는 것은 이 나의 작고 우스운 상상의 "소환"이다.
책을 읽어 보니, 대략 제대로 한 것 같다. (내 힘으로 소환을 했다는 뜻이 아닙니당~ 오해마시길...)
상상속의 정령은 나에게 피의 서명을 강요하지도 않았고, 나를 지배하려고 하지도 않았다. 기꺼이 나의 짧은 열정에 화답해주었고, 내 몸 속과 몸 바깥에서 흐르는 물을 더 깊이 느낄 수 있는 매개체가 되어 주었다. 나에게 원하는 것이 있었다면, "걍 좀 잘해보지?" 정도였달까. 내면에서 나오는 수없는 잔소리들이, 발이 닿는 심연에서의 고독감을 완전히 해소해주었다. 가끔은 시끄럽기까지 했다. (스스로 에게 이야기 하는 자아를 만들어 낸 것일까? 자아 분열? ^^)
그리고, 그때는 상상이었지만 그녀의 모습은 나의 기억속에 남아있다.
그녀는 실제로 존재했던 것인가? 나에게는 당연하다.
이 책에서도 그렇게 당연히 존재하는 것들에 대한 내용이 펼쳐진다. 단, 완전히 실재하는 것임을 믿을 수 있을 정도로 생생한 하늘과 별, 그리고 미지의 차원의 존재에 대한 르포이다. 그 존재들은 대개 어떤 기능들을 가지고 있어 신의 섭리를 입고 있는 방문자에게 유용한 기술을 가르쳐 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상이나 거짓으로 치부하고 말 것들이다. 그러나 뜻 있는 사람들, 영적인 성숙과, 저 너머의 잡힐듯 잡히지 않는 지혜와 지식을 갈구하는 사람들은 누구라도 눈이 번쩍 뜨일 수 있을 것이다.
저자인 바르돈은 영혼육의 성장과 지혜를 "공유"하고자 한다. 대단한 용기와 확신의 힘이 말 한마디 한마디에 느껴진다. 토씨 하나라도 진실이 아니라면 와르르 무너져 내릴 세계인 것이다.
이 책의 저자인 마법사는 뜻있는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의 "개인적인"세계를 우주의 크기로 확장해 초자아를 만나기를 바란다. 사람들이 모두 신의 섭리를 이해하고, 스스로 신의 섭리 자체가 되기를 바란다. 판타지 만화 등에서 악마와 피의 계약을 맺고 엄청난 힘을 부리는 "기술"만 존재하는 소환을 말하고 있지 않다. 스스로 돕는자를 돕는 진실된 인간의 소환을 말하고 있다. 직접 가본 길을 말하며, 그 길 도처에 있는 함정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소환마법"을 실천할 수 있는 근육을 만드는 것은 바르돈의 전편인 "헤르메스학입문"에서 해야 한다.
어느 정도 근육에 힘이 올라 킥판을 놓을 수 있게 되었을 때 내 앞을 가로막을 심연과 고독. 발목을 잡아 끌 함정들을 피하기 위해 "소환마법"이 필요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