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시모츠마 이야기 - 양키 소녀와 로리타 소녀
타케모토 노바라 지음, 기린 옮김 / 도서출판두드림 / 2005년 9월
평점 :
품절
로리타, 그것은 무엇입니까? 라고 묻는 다면 모모코는,
"로리타, 그것은 일본의 독자적인 스트리트 패션입니다. 그러나 제게 있어서의 로리타는 패션인 동시에 더 나아가, 흔들림 없는 절대적인 가치로 존재하는 거예요. 프릴이 가득 달린 블라우스에 코르셋으로 허리를 잔뜩 조여매고, 듬뿍 받쳐 입은 파니에 위로 스커트를 입고는 속세를 완전히 벗어난 듯한 헤드드레스를 머리에 쓰는 것, -그것이 바로 로코코에 몸을 바친 제 자신의 선서랍니다. "
라고, 책에서와 같이 말할 것이다. '적어도 모모코에게만은 해당하는 이야기겠지'라고 생각할지 모르는 사람이 몇 있겠지만, 그것은 그렇게 오래되진 않았지만, 나름대로 로리타에 대해 많이 접해오던 나에게도 해당하는 이야기였다. 덕분에 나는, 지루하지 않게, 관심있게 이 책을 읽을 수 있었다.
모모코와 이치코, 이 둘의 사랑스러운 이야기는 '류가사키 모모코'의 못난 아버지가 팔던 베르사체 '짝퉁' 에서부터 시작된다-라고 한다면 조금은 우스꽝스럽지 않을 수가 없다. '시모츠마이야기'는 모모코와 이치코의 우정이 차츰차츰 쌓여가는 그 둘의 이야기이다.
모모코는 나와 조금은 비슷한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였다. 결국 사람은 '각자의 삶을 살아간다, 혼자인 것이다. '라고 생각하는 점에서. 사회 시간에는 자주독립정신의 훌륭함을 가르치면서 어째서 국어나 도덕시간에는 사람인 이라는 글자는 두 사람이 서로 기대어 어쩌구-라는 대목에서는 웃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동의하긴 마찬가지였다. 살다보면 가끔 앞 뒤가 맞지 않는 모순된 대목이 많이 있기 마련인데, 모모코가 훌륭히도 딱 꼬집어서 얘기해준 기분이랄까.
사람들은 언제부터인가 자기 자신보다도 타인의 눈을 의 의식해왔던 것 같다. 그랬던 게 언제부터였을까. 이것은 다시 생각해볼 필요도 없이 명백히 우스운 일이다. 사실, 그건 나라고 고 별반 다르지 않다. 언제부터 [1인칭 주인공]시점이 아닌 [3인칭 관찰자]시점으로 자기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던 건지. 그렇지만 아무리 이렇게 말한들 분명, "눈에 띄는 그런 이상한 차림만 하지 않는다면"이라고 말하는 이들은 분명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렇게 계속 생각하고 있다면 그 사람은 절대 주인공이 될 수 없는 것이다. 주변인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그렇지 않기를 원한다면, 적어도 자신을 주인공으로 만들 줄 아는, 우리의, 아니 나의 '모모코' 처럼 그 정도의 패기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면에서 나는 모모코를 칭찬해주고 싶다. 물론 모모코는 그에 대해 응당 그래야 한다고 하면서 미소 지을지 모르겠다.
사람들에게는 각자의 [가치관]이라는 것이 있다. '가치관'이 있다는 것은 모두 같은데, 사람은 모두들 대인관계에서 약간의 오류를 범하기 마련이다. 타인의 '무언가'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 또는 무시해버리기 다반사다. 모모코는 누구나 범하기 쉬운 그런 오류를 지적해주고 있다. 그러나 그녀는 강요하지 않는다. 다만, 자신이 그것-'로리타'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만을 말해줄 뿐이다.
모모코는 재혼하려는 어머니가 울음을 터뜨리며 모모코에게 물음을 던지는 것을 멋지게 되받아친다. 뜻하지 않은 행운을 만났을 때 혼자 편안하게 살아보고 싶다는 게 그렇게 나쁜 것이냐고. 욕심이 없는 것과는 다르다고. 나는 '가장 인간적인 말일지도 모르겠어!'라고 생각했다. 사실 인간적이니 어쩌니 하는 것도 조금은 이중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 인간적이다-라고 말하는 것은 일단 그 무엇도 될 수 있다. 보통은 인간적이라는 말은 타인을 위해 배려하거나- 또는 그 이상의 것을 말하고 인간적이지 않다[非인간적이다]라고 한다면 그 반대의 것을 말하기 일쑤이다. 그러나 모모코는 자신이 이끌리는 대로, 그렇게 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가끔 뜻하지 않은 행운을 만났을 때에 혼자서 잘 살아보겠다고 생각하는 것도 잠시, 그것이 나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그것은 가장 자연스러운 것인것이다. 세간의 눈초리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그저 자신에게 있어 가장 '나'답게 살아가는 것. 그것이다.
전자도 모모코이지만, 이런 후자도 모모코이다. 모모코는 위기에 처한 이치코를 구해주기 위해 자신이 사랑해 마지않는 [BABY,THE STARS SHINE BRIGHT]의 드레스를 혹사시키고 만다. 이치코는 모모코에게 있어서 '로리타'만큼 이나 소중한 친구였던 것이다. 모모코는 외로움이라거나, 그런 것은 전혀 몰랐다. 그렇지만 이치코를 만난 뒤는 달라진다. 그렇지만 모모코가 이치코를 친구로 삼는 것은, 단지 외로움을 채우기 위함- 그런 유치하고도 시시껄렁한 이유가 아니다. 단지 친구이기에. 나는 혹시라도 내가 혼자있는 게 싫어서 그런 식으로 친구를 사귀어 본 적은 없었는지 되돌아보게 된다. 나도 모모코와 이치코처럼, 서로를 다 이해해 주지는 못하지만 그런 친구가 하나쯤은 있는지 생각하게 된다.
나에게 있어서 로리타는- 언제나 변하지 않는 사랑스러움이다. 물론 작가도 누구도 강요하지 않았지만, 나는 이 책을 읽은 뒤, 로리타를 더더욱 사랑해 마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모모코, 이치코는 앞으로도 나에게 있어서 멋진 친구의 표본이 될 것 같은 기분이다.
그리고 나는, 다른 사람과 다른 나만의 길을 계속 걸어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