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군의 맛
명지현 지음 / 현대문학 / 2012년 10월
평점 :
품절


근래 새로운 소설을 읽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험을 떠나듯 나는 이 <교군의 맛>이란 소설을 선택해서 읽었다. 사전에 이 책의 저자에 대한인지도 전혀 없었고 제목도 낯선 느낌이 이었지만 읽어보니 왠지 계속 읽어지는 묘하 매력이 느껴지는 소설이었다. 유명작가의 글맛 못지않게 맛깔 잘 써내려간 문체를 읽으면서 새로운 이름의 맛나고 영양가 있는 음식을 찾은 느낌 있었다. 출판업계에 늘 유명작가 몇 명의 책만 쭉~쭉 잘 팔리고 출간되어가는 건 좀 그렇다. 그 분들 책을 읽으면서 나에게 피와 살이 되긴 했지만 때론 그냥 전작과 비슷한 느낌과 간단한 작가의 생각 등이 정리된 책을 돈 주고 사서 읽기 아깝다 싶은 책들도 많이 출간 되는 느낌이 들었다. 문학이 다양하고 폭넓은 발전이 없다는 느낌을 독자로써 안타까웠다.

소설의 주요 배경인 교군 몸종 신분 이였지만 뛰어난 음식 솜씨로 교군의 주인마님 자리까지 꿰어 찬다. 그녀의 양달 <배미란>과 또 그녀의 양딸의 딸<손김이> 를 이르는 3대의 이야기가 나온다.

이 소설은 왠지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듯한 느낌도 든다. <콘크리트 더미에 함부로 버려진 사체는 꿈쩍하지 않았다. 다만 흙바닥으로 퍼져 나가는 끈끈한 피만 어떤 생명체처럼 홀로 묵묵히 움직였다. 붉은 피는 여기저기 흩어진 닭고기와 감자조각을 뭉글뭉글 잠식해갔다. 그 속도는 느렸고 곧 멈출 테지만 분명 움직이고 있었다. 흙더미에 나뒹굴던 음식 조각들은 이내 붉고 끈끈한 색에 잠겨버렸다. 맵게 조려진 작은 덩어리들은 원래 붉은 색이기도 했다.-14페이지>

<국수를 뽑을 때면 매번 듣는 얘기라 일꾼들은 별말 없이 고명을 준비했다. 미나리를 데쳐 소금 간을 하고 샛노란 계란지단을 썰고, 이 여사의 가르침을 받아 적는 당번도 귀만 쫑긋 세울 뿐 공책을 꺼내지는 않았다. “돈만 생기면 양놈들 감자 껍질 벗기는 칼을 사고 인천까지 찾아가 화교들한테서 대나무 찜통을 사들였어. 내 또래 애들은 얼굴에 찍어 바르는 코드분이나 꽃무늬 치마를 산다고 들떠들데 나는 새우 그려진 접시, 자개로 무늬를 넣은 구절판이 탐나더라. 지금도 예쁜 보시기만 보면 갖고 싶어 가슴이 둥당거려.”-페이지 312>

왠지 드라마나 영화로 나올 것 같다. 이왕 나올꺼면 제대로 잘 만들어져서 이 이 소설처럼 맛깔나게 잘 표현된 작품으로 재탄생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독서광 울언니 에게 이 책을 추천해 줘야겠다. 이 소설의 저자 명지현 작가의 다음 작품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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