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구를 들어선다. 바에도, 2층에도 토요일은 한산하다.
일요일의 학교가 무거울 정도로 조용하듯, 토요일의 직장 근처도 별반 다를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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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스파게티를 먹는 것은 처음이었다.
햄버거나 우동과는 달리 스파게티는 많은 절차가 필요하다.
수저를 들고 젓가락으로 면을 돌돌 말아쥔 후 남은 왼손의 숟가락에 반쯤 받쳐
입 안으로 미끄러지듯 넣는다. 일본 사람들처럼 후루룩- 하고 먹는, 맛있는 소리내기는
어불성설이거니와 소스를 입가에 진뜩 묻히는 것도 스스로에게나, 타인에게나
그다지 보여주고 싶은 모습을 아닐 것이다.
오더가 나올 때까지 묵묵히 나는 가지고 온 단편집을 읽으며 힐끗 주변을 관찰한다. 
근처 일민 미술관에서 전시회를 열고 있을 지 모를 나이 지긋한 사람 몇몇과
식사는 이런 데서 한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는 커플 한 쌍,
그리고 개운하지 못한 수다를 가슴에 끌어안고, 브런치라도 즐기러 온 모양인 
女女 친구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젊은 아가씨가 테이블 위의 오더 번호를 보고 주문한 음식을
가져다 주었다. 저런 얼굴로 오후까지 일한다면 필시 중간에 먹은 점심이 체할 것 같다
서비스의 서투름과 좋고나쁨을 떠나서, 무엇인가 쩔쩔매고 있는 듯한 그 표정은 안쓰럽기
짝이 없다. 홀에 있는 직원들에게 '표정관리 메뉴얼'이라도 만들어야 하는 것은 아닌지..
하긴 뭐, 아무래도 상관없다.
예의 알고 있던 그 절차대로 면을 휘감고 숟갈에 받쳐 쨉싸게 입 안으로 넣는다.
질겅질겅- 면이 알맞게 잘 익었다.
맛으로 따지자면 '나쁘지 않은걸'과 '그럭저럭이다'의 중간 정도
( 그렇다면 둘 사이의 차이점은 대체 무어란 말인가?! )
때마침 골라온 닥터 페퍼는 '시앗이'가 덜 된 심드렁한 차가움에
소스는 정직한 주방장이 만들어 낸 결말이 예상되는 맛이었다.
일전에 비슷한 자리에서 샐러드 바의 왕새우를 먹었던 기억이 났다.
한참을 정신없이 이야기와 함께 섞어 씹다가 새우수염이 목에 걸려 한동안 고생이 심했다.
그릇 안에 새우는 한 개. 머리와 꼬리를 분해하고 껍질을 그대로 감싼 몸통만을 씹는다. 
앞에 자랑스레 '해물'이라는 단어가 붙었던 메뉴는 그 사라진 새우 때문에
그 시점부터 평범한 '크림 스파게티'로 전락하고 만다.

12시가 넘자 2층 홀은 점점 차기 시작한다. 소리가 끓어오르듯 시끄러워진다.
한 여성이 크고 활달하게 웃는다. 아이는 엄마에게 음식이 맵다는 투정을 부린다.
바 근처에서 식판이 떨어진다.
이 쯤 되면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책의 글자들을 가까스로 머리에 쑤셔넣게 되고 만다.


식사를 마칠 즈음 내 또래의 남성이 건너 테이블에 착석한다.
한참이 지났는데도 더이상 1층에서 올라오는 동행인이 없는 듯 보인다.
눈빛은 흔들리고 신문과 테이블 사이를 오락가락 한다. 부자연스럽다. 여기가 아무리
캐주얼한 레스토랑일지라도 20대 후반의 한국인 남성 한 명에게 이 곳은 바깥 날씨만큼이나
쌀쌀하고 황망한 곳이다.
예의 그 긴장한 웨이트리스를 통해 음식이 서빙되었다. 신문을 두 번 접고는 수저를 든다.
스파게티를 씹는다. 왠지 맛있어 보이지 않는다. 급히 들지는 않지만 벌써부터 쫓기는 듯한
자세가 심상치 않다. 그게 또 나는 불편해진다.
그가 오기 전까지의 내 모습도 틀림없이 마찬가지였겠지.
다 먹을 때까지 건투를 비네. 라고 이야기해주고 떠나고도 싶다. 하지만,



질겅질겅-
그는 혼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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