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헤세의 게으름의 기술
헤르만 헤세 지음, 유영미 옮김 / 뜨인돌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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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의 게으름의 기술》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내가 '쉬는 법'을 잊고 살았다는 것이었다. 늘 뭔가를 해야 마음이 놓이고, 쉬는 시간에도 괜히 시간을 허비하는 것 같아 불안했던 나에게 이 책은 잠시 멈춰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책에서 말하는 게으름은 내가 생각했던 나태함과는 전혀 달랐다. 세상의 속도에 휩쓸리지 않고 내 호흡대로 살아가는 태도, 아무 목적 없이 하늘을 바라보고 꽃을 들여다보고 음악을 듣는 시간을 소중하게 여기는 삶이었다. 특히 "기차가 작은 역에 멈추면 이름도 모르는 그곳에 내려 숲 가장자리에 누워 구름을 바라보고 싶다"는 문장을 읽는데, 괜히 마음이 먹먹해졌다. 나도 언젠가는 그렇게 아무 이유 없이 하루를 보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오래 남은 부분은 백일홍 이야기였다. 꽃이 시들어가는 모습에서도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헤세의 시선이 참 따뜻하게 느껴졌다. 나는 늘 가장 예쁘게 피어 있는 순간만 아름답다고 생각했는데, 헤세는 사라져 가는 순간까지도 사랑스럽다고 말한다. 그 문장을 읽고 나니 사람도, 시간도, 계절도 모두 그런 게 아닐까 싶었다.

읽는 내내 마음이 차분해지는 책이었다. 큰 위로나 해결책을 주는 책은 아니지만, 조용히 곁에 앉아 "조금 천천히 가도 괜찮아."라고 말해주는 친구 같은 느낌이었다. 그래서 한 번에 다 읽기보다 책상이나 침대 머리맡에 두고 마음이 복잡한 날 아무 페이지나 펼쳐 읽고 싶은 책이 되었다.

이 책을 덮고 나서는 당장 무언가를 바꾸기보다, 오늘은 퇴근길에 하늘을 한 번 올려다보고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천천히 걸어가고 싶어졌다. 책 한 권이 사람의 속도를 조금 늦춰줄 수도 있다는 걸 오랜만에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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