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가 전부는 아니지만 - 새로운 맛으로 자신의 멋을 만든 여성들
김나영.이은솔 지음, 조희숙 외 대담 / 북스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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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순간에는 눈 앞의 길이 선명하게 보이다가도, 갑자기 새벽의 자유로처럼 뿌옇게 안개가 껴서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날들이 있다. 남들이 파놓은 우물을 따라 내려가면 좁고 쉽고 안전한데, 나는 그저 커다란 땅을 여기저기 파고만 있는 기분이다. 남이 잘해놓은 작품을 보다가 내가 해놓은 작품을 보고는 아이고, 소중하고 못생긴 내 감자, 하고 가여워하다가 그래도 내가 아니면 누가 이 감자를 계속 들여다봐주겠나 싶은 것이다. 그래도 답답하면 들고 있던 삽을 잠시 내팽겨쳐놓고 바닥에 드러누웠다가, 잠시 남이 훌륭하게 파놓은 자리를 들여다본다. 아, 내가 파던 길이 잘못된 길은 아니구나. 그저 남들보다 조금 더 큰 그릇을 파느라 채우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 뿐이구나. 그런 생각이 들고 나면 조금은 마음이 편안해진다.

<요리가 전부는 아니지만>을 읽다보면 훌륭해보이는 다른 사람의 길도 처음부터 또렷한 것은 아니었다는 것, 그리고 많은 시간을 들여 계속 정진하여 결국은 자신만의 분야를 만든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내 감자가 유난히 쪼글쪼글해보이는 날 읽기 좋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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