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국화 고갯길 권정생 문학 그림책 7
권정생 지음, 이지연 그림 / 창비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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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읽기]
향기로 위로를 건네는 그림책

<들국화 고갯길>
이지연 그림.
권정생 글.
창비. 2020.

여기에 한 마리 노란 황소가 있습니다.
등에 회색 짐을 가득 싣고도, 무엇이 신나는지 입가에는 미소를 한가득 지으면서 딸랑딸랑 워낭소리를 내며 앞으로 나아갑니다.
하늘에서는 마침 들국화가 흩날리고 있습니다.

황소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요?
왜 웃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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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할머니 소는 세상을 따뜻한 시선으로 대하는 권정생 선생님과 닮았습니다.

권정생 선생님은 평생 교회 종지기로 살다 돌아가셨죠. 자신이 맡은 일에 대해 소중히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며 남탓하지 않는 늙은 할머니 소는 권정생 선생님의 삶에 대한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는 듯했습니다.

이지연 작가님은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면서 공간이 품은 역사를 그림으로 풀어낸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이야기를 그림으로 표현할 때 마을 풍경을 배경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작은 고추잠자리를 비롯해 동물들의 눈과 표정은 선명하게 표현하고, 사람들은 눈코입을 비롯해 표정이 하나도 없다는 점이 특이했습니다. 아마도 사람들도 배경으로 그린 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표정은 없지만 다양한 삶의 모습을 그림으로 재현해주고 있습니다. 고추를 말리는 아줌마, 공기놀이 하는 아이들, 밭가는 아저씨, 잠시 앉아 휴식을 취하는 농부, 무거운 짐을 디고 지고 가는 아줌마, 감을 따는 아저씨, 밥을 짓는 아줌마 등등 농촌이라는 공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을 풍경으로 보여 주어 숨은그림을 찾는 듯한 재미도 줍니다.

이지연 작가님은 강조하고 싶은 내용이 있을 때에는 카메라를 한껏 당겨 줌인한 방식으로 소의 표정까지 섬세하게 잡아 그려줍니다. 그러면서도 같은 대상을 카메라를 줌 아웃해 보여줌으로써 소의 심정으로 쑥 들어갔다가 소를 관찰하는 입장으로 멀리 물러나도록 안내합니다.

<들국화 고갯길>은 제목에서부터 향기가 납니다. 제목도 아름답지만 표지에 흩날리며 은은하게 새겨진 꽃과 마지막 장면에서 다양한 빛깔로 온세상에 퍼지는 들국화는 아름답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작품을 읽으면서 여운이 깊게 남는 것은 마지막 구절을 잘 표현해 낸 이지연 그림 작가의 힘이 크다는 생각이 듭니다. 황톳길을 연상시키는 제목은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판화로 새긴듯한 느낌을 줍니다. 제목의 글씨도 기울여져 있어 그 자체로 고갯길을 보여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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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책친구들에게 책을 읽어주기 전 표지를 보더니 이야기 합니다.
소의 코를 뚫어서 코뚜레가 너무 아플 것 같고, 짐이 무거울 것 같다고요.
읽어주니 꼬마 황소가 귀엽고, 들국화 언덕이 예쁘다고 했어요.

어른책친구들은 책을 보고 각자 어릴 때 고향에서 아버지와 또는 할아버지, 할머니와 직접 소를 끌어본 추억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또, 어릴 때 코뚜레를 하는 장면을 목격해 가슴이 아프기도 했다네요.

저는 책을 읽는 내내 엄마 생각이 났습니다.
평생 묵묵하게 자식들을 키워내며 여러 일을 감당하시는 엄마. 당신에게 지워진 많은 무게를 생각하니 죄송하고, 감사한 마음입니다. 이제 제게도 엄마처럼 지워진 삶의 무게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제 주변의 좋은 사람들과 함께라면 웃으면서 한발한발 나아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 힘들 때에는 꼬마 황소가 말했듯 잠시 눈을 들어 하늘도 보고 산도 보고 마음의 여유를 찾아보렵니다. 그러다 보면 주변의 향기로 기운을 얻을 수 있으리라 기대해 봅니다. 또, 제게 지워진 워낭 소리를 노래 삼아 힘차게 한발한발 내딛어 보렵니다.

코로나로 인해 지치고 힘든 삶을 살아왔을 분들에게 향기 가득한 이 책을 전해주고 싶네요.
다가오는 소의 해를 기대하며 소들의 이야기를 함께 읽어보는 건 어떨까요?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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