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카지노에서 투자를 배웠다
최성락 지음 / 페이퍼로드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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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저자는 경제학 교수로서 카지노 뿐만 아니라 갖가지 투자는 거의 다 해 본, 보통의 범위를 넘어서는 사람이다. ‘이재‘에 상당히 밝다고 할 수 있다. 어느 정도냐면 대학원생일 때 용돈벌이로 카지노를 다녔을 정도였다. 카지노를 이길 수 있다는 망상에 빠져 전 재산을 카지노에 적선하는 사람도 부지기수인 판에 이것만 봐도 대단하다고 할 수 있다. 이 뿐 아니라 비트코인 버블이 일어나기 2년 전인 2015년에 비트코인을 상당량 매수했고, 가장 최근에는 강남 부동산이 폭등하기 직전 매입하기도 했다.

나는 주식 투자(투기)와 도박은 상당한 관련이 있다고 보는 사람으로서 몇몇의 카지노 책들을 읽고 있고, 이 책은 그 중의 하나이다. 이 책에서 인상 깊었던 부분은 ‘도박사의 파산‘ 개념, 마틴게일 등 베팅 방법, 저자가 겪었던 투자 심리 등이다.

도박사의 파산은 도박을 할 때 플레이 시간이 길면 길수록 플레이어는 파산할 가능성이 높다는 개념이다. 그래프로 그려보면 수직 축에 윗부분은 플레이어가 딴 돈이고, 밑부분은 잃은 돈이며, 수평축은 시간이 된다. 그래프는 시간이 지날 수록 진폭이 커지는 싸인 그래프가 된다. 다시 말하면 도박을 하면 따고 잃는 게 반복되는데 시간이 지날 수록 베팅 액수가 커지게 되고, 어느 순간 플레이어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잃게 되면 파산한다는 개념이다. 돈이 무한정 있는 카지노와 달리 플레이어는 한정된 자금을 가지고 있으므로 시간이 지날 수록 불리한 것이다.

‘카지노 시크릿‘의 저자 진킴은 이것을 방지하기 위해 목표액을 잘게 나누고, 그 목표액을 달성할 때마다 즉각 테이블을 떠나라고 조언한다. 즉 도박사의 파산을 피하려면 목표액을 정하고 따는 순간 게임을 중지하여야 한다. 주식 투자에서도 똑같이 적용할 수 있고, 목표액이나 목표 수익률을 설정하는 사람들도 많다. 다만 본인은 ˝손절은 짧게, 이익은 길게˝를 표방하는 추세추종가로서 이 같은 목표액 설정은 금기이다. 잘 달리는 말을 멈춰서게 할 수는 없는 법이다. 도박의 경우 바카라나 다이사이 홀짝에서 장패가 나왔으면 끝까지 가야한다.

앞에서 장패 이야기를 했는데, 저자는 이것에 정확히 반대로 베팅하는 평균회귀파이다. 저자는 예를 들어 다이사이를 할 때 ‘대‘가 4번 연속나왔으면, 그 다음부터 ‘소‘에 베팅하는 것이다. 처음에 1만원, 졌으면 그 다음에 2만원, 또 졌으면 그 다음에 4만원... 이렇게 베팅액을 두 배로 늘려나갔다.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마틴게일 베팅법인데, 카사노바도 애용했을만큼 유명한 베팅법이다. 전 세계 모든 카지노는 이것을 방지하기 위해 베팅 한도를 정해두고 있다. 한도가 없다면 마틴게일 베팅을 통해 언젠가 플레이어가 반드시 이기기 때문이다. 다만 외국의 카지노는 최저 베팅액과 최고 베팅액의 간격(이것을 디퍼런스라고 한다)을 어느 정도 넓게 해주어 마틴게일 베팅의 기회가 많은 반면, 강원랜드는 최고 베팅액을 30만원으로 제한하여 기회가 5번 밖에 없는 세계 최악의 디퍼런스를 자랑한다. 플레이어에게 극히 불리한 카지노라고 할 수 있다. 저자가 더 이상 강원랜드를 가지 않게 된 이유 중 하나도 이것이다.

이러한 마틴게일 베팅은 카지노에선 좋은 베팅이다. 그러나 주식투자에서는 반드시 반마팅게일 베팅으로 가야한다. 마틴게일 베팅은 주식에서 물렸을 때 하는 물타기와 유사하다. 주변에서 물타기하다 잘 된 케이스를 봤나? 주식에서 물타기는 패망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반드시 반마팅게일, 즉 불타기를 해야 한다. 도박에선 파로리 베팅이 있다.(1-2-4 지거나 세 번 연속 이겼으면 1로 복귀). 물렸을 때 신속하게 손절하고, 이익이 날 때 불타기한다. 추세추종자로서 지긋지긋하게 들어왔지만 실전에서는 너무나도 실행하기가 어렵다. 손실회피 본능이 너무나도 강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나 또한 수양이 많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투자 심리이다. 투자는 고통의 연속이다. 글을 쓰고 있는 본인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저자는 말한다. 남들에게 카지노에서 용돈벌이 했다고 말하면 다들 여유롭고 즐기며 했을 것이라고 추정하지만, 본인이 해 온 돈벌이 중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들이었다고. 상상 한 번 해보라. 만 원으로 시작해서 마틴게일로 베팅하는데 운이 안 좋아 7번 연속진 상황에서 128만원 베팅하는 상황을. 즐거울 수가 없는 상황이다. 큰 금액을 다루려면 그만한 배짱(gut)도 필수이다. 작은 돈에도 벌벌 떠는 사람은 결코 큰 돈을 벌 수 없다. 큰 돈을 벌려면 큰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개인적으로 도박과 투자는 한 끗차이라고 생각한다. 수학의 확률도 도박에서 파생하지 않았는가. 확률을 다룬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는 크게 다르지 않다. 투자의 길은 멀고도 험하다. 부단히 경험하고 공부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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