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삶은 PK로 이루어져 있지 ㅣ 시스타북스 Seestarbooks 18
최진영 지음 / 스타북스 / 2021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수능 현대문학 중에서도 현대시 파트 지문에서 볼 만한 시집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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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이상학적이고 기괴하고 파괴적이고 허무주의에 걸쳐 있으면서도 초현실주의 , 실존주의적인 면모도 깔려 있는 그런 시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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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분히 현대시 사조의 특징인 모더니즘 영향도 많이 받아서인지, 혹은 10년 전 떠난 문인 협회의 반향이 여전히 그러한지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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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읽었던 신춘문예당선시집 스타일과 그 트렌드가 크게 달라지지 않았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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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이런 암울한 분위기에 이런 형식으로 써야 한다는 굴레 속에 멈춰 있는 글 같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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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 협회나 신춘문예 측에서 더 다양한 상상력을 인정하고 보여주었다면, 어떤 시집이 탄생했을까 하고 기대되는 지점이 분명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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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테면, 문학 세계와 문학하는 이들은 꼭 가난에 시달려야 하는가. 반드시 어두워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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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적으로 기괴하고 일부러 파괴적이어야만 하는가와 같은 질서 없는 물음들이 내내 마음 속에서 둥둥 떠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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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시인이 시집 초반에서 근원적으로 갖는 질문과 동일선상에서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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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시집 중간 부분 쯤에서 시인은 여기에 더이상 물음을 갖지 않고, 순응하는 자세에 머무르면서 끝까지 일관적인 어조로 작품은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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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다소 아쉬운 마음을 유발하는 것도 사실이었다. 풍요롭고 따뜻하고 사랑이 넘치며, 누구나 이상적으로 꿈꾸는 세계는 어째서 신춘문예 작품과 걸맞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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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 세대가 만든 틀에 갇히고 굴복해야만 그것은 '시'로, 또 하나의 '작품'으로 인정 받을 수 있는가, 문학의 역할은 정말 이것이 전부인가 여전히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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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와 괴테의 아픈 작품도 울림을 주지만, 동심의 세계 속에서 반짝이는 진리를 전하는 생텍쥐페리의 작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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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하고 포용력이 돋보이는 톨스토이의 문학 세계도 그 나름의 가치가 있다. 이처럼 우리 문학에 다양성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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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기성 세대에서 아직 보여주지 못 한 다양성을 시인이 보여줄 수 있을까, 혹은 그 지평을 열어 줄 수 있을까 기대하는 마음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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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의구심을 품는 마음 속에 가능성의 여지는 있는 셈이니까, 그 실마리나 희망의 단서라도 찾고 싶은 마음이었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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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우리 각자는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게 합당하고, 문인이라면 스스로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다루는 것에 대해 이견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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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저자의 삶을 진솔하게 반영한 점은 높이 사고 싶다. 다만 시인이 재기한 문제의식이 도중에 흔들리거나 소멸했다는 지점에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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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더 꺼내고 싶은 이야기도 있어 보이는데, 이런 한계에 갇혀 그것이 나올 듯 말 듯 아슬아슬한 지점들이 군데군데 보여서 읽는 내가 다 조마조마할 지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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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필자인 내가 느낀 바와 같은 감각을 시인이 느끼고, 신춘 문예에 대해 비판한 글은 차라리 통쾌하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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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에서 이런 시가 생소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용기와 솔직함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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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여전히 시인의 글 보다도 다양성을 수용하기 힘든 그 틀에 차마 못 마땅한 부분이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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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 중 다행이라고 느꼈던 건, 그래도 시 안에서 시인의 생명력이 숨 쉬고 있다는 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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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랄한 비판 정신과 반항 정신이 살아 있어, 글 안에서도 시인의 청아하고 반짝이는 영혼을 느낄 수 있었고, 차기작이 기대가 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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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의 시들 중에서 2할 쯤은 깨어있고자 노력한 글쓴이의 에너지와 활력이 전해졌다. 숭고한 정신 또한 살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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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더불어, 빈부 격차가 날로 심각해지는 자본주의의 이면을 날카롭게 비판하고자 하는 시도도 돋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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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조커>를 시집으로 만들면, 이런 분위기가 나지 않을까 싶은 그런 시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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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한 권을 읽으면서 머리 속에서 수많은 얼굴들의 잔상이 필름처럼 스쳐갔다. 어둠 속에서조차 꼭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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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먹지도 자지도 못 하고 써내려 갔을, 차마 달래지지 못한 혼들이 위로를 찾아 헤매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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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테면, 이상 시 , 기형도 시 , 김영하 소설, 곽정은 에세이 같은 문학 뿐만 아니라 초창기 영화사에서 보여주는 초현실주의 작품들, 에도가와 란포의 <란포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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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치콕의 영화들, 김기덕 감독님의 <빈 집> 같은 영화를 비롯해서 , 자우림 김윤아 노래들도 어렵지 않게 떠오른다. 한마디로 어둡고 침울하고 본능에 충실하며 직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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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창작이라는 특징이 그러하듯, 누군가가 누군가로부터 의식하지 못 하는 사이에 영향을 받고, 또 서로 영감을 부여하고 주고 받는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여기에 대해 따로 덧붙일 말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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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그 혼란스러움 속에서 시인이 지키고자 한, 시집 전체의 톤앤매너가 전체적으로 일관성 있고, 페르소나 역시 통일성이 있다는 점에서 작품을 위해 상당히 집중한 흔적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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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의 고통에 비할 만한 이런 창작의 고통의 어려움도 다 이러한 완성도를 빚어내는 작업에서 상당 부분 비롯되는 게 아닐까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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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난관을 잘 극복해 낸 점에서 소소하게나마 응원의 말을 보태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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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시인의 시 중에서 가장 내 마음을 울렸던 작품은 <좋은 시>라는 제목의 시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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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을 대하는 사람들에게서 가장 진정성 있어 보일 때가 바로 자기 반성과 겸손함이 묻어날 때가 아닐까 싶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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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관과 태도에서 기성 시인조차 배울 점이 많다고 느낀 부분이었다. 물론 이미 잘 알려진 거장이라면 단연 이런 기본은 탑재하신 분들이 대부분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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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첫 시집이라 완성도나 내용 면에서 습작 분위기를 면하기 어렵지만, 그럼에도 차기작이 기대가 되는 건, 저자의 시를 대하는 태도가 빛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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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참 오랜만이다. 중고등학교 때, 평생 몫의 시를 다 읽고 써버린 탓일까. 아니면 시와 시인의 무게를 알게 되었길 때문일까. 어쩌면 둘 다 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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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신을 해 본 적은 없지만, 마치 사진을 찍 듯, 뇌에 문신처럼 새겨진 글이 쉽사리 떠나지 않는 게 공포스럽게 느껴질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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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여전히 시집을 열면 다소 무거운 마음이 드는 건 사실이지만, 모더니즘 작품들을 즐겨 보는 내게, <구직 사이트> 같은 시는 신선하고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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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를 반으로 해체해서, 앞 구절과 뒷 구절이 묘하게 대구를 이루는데 그게 참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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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비되는 두 구절을 통해 행간이 전하고 싶은 의미가 충분히 전달 되었고, 카타르시스 또한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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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대중이 읽는다면 난해하다고 느낄 수 있는 작품들이 있었지만, 현대시나 모더니즘 작품을 즐겨 감상하는 분들이라면 꽤나 흥미롭게 읽을 만한 작품들도 다수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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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아직은 초심자만이 가질 수 있는 혼돈이 묻어나지만, 시를 향한 열정과 현대 사회의 이면을 왜곡되지 않고 정면에서 바라보며 문학에 담으려는 시도가 엿보이는 시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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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시인을 애정하는 마음으로 느낀 점 그대로를 다소 가감 없이 표현한 면이 없지 않은데, 모두 저자에게 건강한 자양분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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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젊은 시인을 응원하고 지지를 보내주었던 기성 시인의 글과, 완성도 면에서 다소 아쉬움이 있는 시집이지만, 도전정신과 패기를 높게 사고 따뜻하게 껴안고 수용하고자 했던 문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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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시인이 전하고자 했던 시에 담긴 메시지의 가치를 이해하고 펴내준 출판사에 작가님을 대신해서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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