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마음이 흐르는 대로

마음이 흐르는 대로ｌ마이리뷰

삶의 의미를 찾는 일은, INTP인 내겐 늘 즐겁고 신선한 일이다. 그래서 꾸준히 철학책과 심리학 책을 가까이 하고 있고, 대부분의 철학서들은 늘 내게 만족스러울 만한 지혜를 가져다 준다.

이 책은 에세이지만, 삶이 흔들릴 때 우리가 바라봐야 할 단 한 가지가 무엇인지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어, 철학 에세이라고 봐도 무방하겠다 싶어서 철학적인 관점으로 나름의 고민과 해석을 덧붙여가며 읽어내려 갔다.

특히 이 책이 준 선물이라면, “삶의 질은 건강이나 돈으로 채워지는 게 아니라, 부끄럽고 고통스러운 순간을 경험한 후에, 거기서 무엇을 얻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문구였다.

이 책은 한국인 최초 존스홉킨스 소아정신과 교수이자, 미국 의사 국가고시 상위 3% 성적으로 통과한 수재인 저자가 마흔 한 살 생일 전날 갑자기 운전 중에 신경매개저혈압에 걸린 이야기로 시작한다.

자율신경계 장애 중 하나로, 체온, 맥박, 혈압 등을 조절하는 기능이 고장나서 정상적인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병으로 완치가 불가능한 병이라고 한다. 운전할 기력이 없어 매일 택시 뒷자리에 누워 출퇴근하며 기를 쓰고 버텼다는 저자의 이야기로,

17년간 힘들어도 포기 없이 삶을 극복해 왔기에 패배를 받아들이기 힘들었다고 한다. 그러던 중 유명한 병실 유튜버의 이야기를 듣다가, 병을 삶의 일부로 기꺼이 받아들이기로 한 스토리를 담고 있다.

지금의 삶에 만족하고 탄탄대로를 걷고 있는 사람들보다는, 삶이 흔들릴 때 우리가 바라봐야 할 단 한가지를 간절히 찾고 싶은 분들에게 더 와닿을 만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처음엔 양장본에 명작 같은 고급스러운 디자인까지! 왠지 모를 분위기에서 당연히 외국인 저자의 책이라고 생각했는데,

한국인 특성상 치열하게 살아온 점에서나, 번아웃을 호소하는 많은 직장인들이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경우도 많이 봐서인지 남 일처럼 느껴지지 않아서 더욱 공감이 갔다.

특히 "진심이 향하는 길로 걸어가세요. 그 길이 당신 삶의 정답이니까요.”라는 문장을 보다가, 문득 드라마 <도깨비> 명대사 중 가장 좋아했던 말이 생각났다.

생명을 다해, 이승에서 저승으로 가는 길목에서, 많은 이들이 도깨비(공유)를 마지막으로 스쳐가는데, 그때 어떤 이는 고백한다. 꿈에서 정답을 알려준대로 찍지 않고 제 힘으로 시험 문제를 풀었다고 말이다.

그때 도깨비(공유)는 잘 했다며 다독여주듯이 말한다. “너의 삶은 너의 선택만이 정답이다.”

“후회 없이 살자”는 것이 인생 모토인 나로서는 이 대사가 너무 좋아서, 평소라면 시간이 아까워서 딱 한 번 아껴 보는게 끝인데도, 4화에 등장하는 공유의 연기를 몇 번이나 돌려 봤는지 모르겠다.

이 책은 마치 그 문장을 에세이로 만들면 이런 작품이 나오겠다 싶은 그런 스토리다. 아예 똑같지는 않지만,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글에 빙의하다시피 읽었고, 그 안에서 위로도 받고 용기도 얻었다.

KBS <아침마당>, <세바시>, <신사임당> 화제의 강의, 유튜브 누적 조회수 100만 회를 찍고,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가 된 책이라기에, 유튜브에 들어가 '신사임당 지나영'이라고 검색했더니 몇 개의 영상 중에 이미 본 영상도 있었다.

나는 가끔 외부 현상보다 내부 세계에 지나치게 집중한 나머지, 얼굴 형태로 사람을 구별하거나 인식하는 일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있는데, 작가님이 워낙 독특한 자켓을 입고 나오셔서 썸네일을 보자 마자 바로 알아보고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짧은 영상이지만, 똑부러지는 작가님의 인터뷰를 듣고 처음 뵈었을 때는, 이런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을 거라곤 상상도 못 했는데, 같은 영상이라도 다른 관점에서 보면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올 것 같아서 영상들도 정주행하게 되었다.

그간 어렵게 쌓아 올린 시간들과 그것을 내려 놓는 일도 쉽지 않았겠지만, 작가로서 고백하기 어려웠을 이야기 속에 담긴 솔직함이 경이롭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용기에 고마운 마음도 함께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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