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주 죽고 싶었고, 가끔 정말 살고 싶었다 - 조현병을 이겨낸 심리학자가 전하는 삶의 찬가
아른힐 레우벵 지음, 손희주 옮김 / 생각정원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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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봤을 땐, 각박한 세상에 지친 젊은 친구들을 위로하는 대중적인 책인 줄 알았는데, 엄청 마이너하고 색깔이 짙고 내용의 무게 또한 상당하다. 미술작품으로 비유하자면, 뭉크의 <절규>보다, 고흐의 <자화상>에 가까운 책이다.


강렬한 문장에 이끌려 읽게 되었는데, 책장을 펼치니 더욱 쇼킹하고 충격적인 현실이 펼쳐졌다. 이 책을 통해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겪는 고통은 상상했던 아픔의 강도를 초월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상처와 치부를 온전히 글에 내맡긴 저자의 용기와 솔직하고 내밀한 기록은 더욱 소중하게 다가온다.


대부분의 요양보호시설과 마찬가지로, 가장 따뜻한 사랑과 온정으로 가득해야 할 병동에서 환자들을 굉장히 이성적인 말투와 태도로 대한다는 걸 깨닫고 마음이 아팠다. 치료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 그것이 현재 의료 시스템의 한계라는 걸 인지하면서도 정작 필요한 건 그런 게 아니라는 걸 되내이는 부분이 참 가슴 아팠다. 이러한 문제로 인해 환자들은 더욱 혼자서 시름시름 앓다가 무너져가는 걸 상상하면 끔찍하기까지 하다.


감정을 통제하기 어려운 상황에 이를 때, 이성적인 전략을 세울 수 없는 그들에게 철저한 독립을 강요받는 현실은 더욱 냉철하기만 하다. 이러한 빈틈이 좀더 세상에 알려져야 하고 근본적인 해결책도 만들어졌으면 하는데, 가장 어려운 도입부를 저자가 해냈다고 생각한다. 기술의 발전은 나날이 진보를 거듭해 가지만, 다소 형식적인 진료로 사각지대에서 결코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하는 의료 체계는 전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 역시 자본주의의 한계는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묘사가 생생하고 진솔해서 내면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 섬세하게 느껴볼 수 있는 책이다. 때문에 같은 아픔을 겪는 분들께 따뜻한 공감을 줄 뿐만 아니라, 조현병을 연구하는 분들과 치료를 돕는 실무자들도 진정으로 그들에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 돌이켜보게 만드는 책이다. 아는 것과 깨닫는 것은 명백히 다른 영역이다.


마음의 병을 겪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도 자신을 책으로 드러낸다는 것에 대해서 상당한 심리적 부담을 느끼기 마련인데, 조현병을 이겨낸 심리학자가 쓰는 책이라니, 지금이 아니라면 그 언제라도 세상에 커다란 반향을 불러 일으킬 것 같은 책이다.


이 글을 보고 있으면 고흐가 떠오른다. 네덜란드 시절에 어두운 색채로 비참한 주제를 특징적으로 다루었고, 생전에는 극히 소수에게만 평가되었던 당대의 마이너한 예술 세계의 거장, 고흐의 <자화상>이 결국엔 세상에 널리 알려졌듯이 저자의 글 또한 그렇게 될 것을 믿는다.


참으로 그 용기가 대단하고, 실로 아름답고 감동적이다.

자세한 글은 네이버 블로그에서 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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