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베라는 남자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최민우 옮김 / 다산책방 / 201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오베라는 남자.
무슨 말부터 시작할까. 
이야기는 오베가 언제나처럼 마을을 꼼꼼히 시찰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분리수거부터 불법주차까지 오베는 무엇 하나 놓치는 법이 없다. 물론 독설과 불평불만도 그의 시찰에선 빠지지 않는다.
하지만 오베에게는 오늘 꼭 해야만 하는 중요한 일이 있다. 바로 자살하는 것. 
얼마 전 그의 삶의 목적이자 삶의 이유였던 그의 아내가 죽었다. 오베는 그래서  죽기로 한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 그의 계획을 방해하는 사람들이 있었으니.
나사가 하나 빠진 것 같은 키다리 남자와 시끄럽고 지나치게 당당한 외국인 여자. 아직 말도 제대로 못하는 꼬마 여자애 둘까지. 오베는 이 이웃들이 전혀 반갑지 않다.

이쯤되면 대충 그 다음 이야기는 상상이 가능할 거라고 본다. 그래도 이 소설이 여전히 독자들의 눈길을 끌고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이 소설이 오베라는 남자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소설의 근간을 이루는 것은 오베의 현재보다는 오베의 과거다. 새로온 이웃들과의 불협화음 중간 중간 오베가 거쳐온 오늘의 오베가 있기까지 있었던 일들이 하나씩 펼쳐진다. 어린 시절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그의 영웅이었던 아버지가 돌아가신 일. 아버지의 직장이자 자신의 첫 직장에서 쫓겨난 일. 그렇게 무채색 같던 오베의 삶이 기차에서 우연히 그녀를 만나며 인생의 색깔을 다시 찾게 된다.

 

그는 철도 회사에서 5년 동안 일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기차를 탔다가 처음으로 그녀를 보았다. 아버지가 죽고 난 이후 처음 웃은 게 바로 그날이었다. 인생이 다시는 전과 같지 않게 되었다.

 

사람들은 오베가 세상을 흑백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색깔이었다. 그녀는 오베가 볼 수 있는 색깔의 전부였다.

 

 

 

사람들은 오베가 세상을 흑백으로 본다고 했고 오베는 무채색의 사람이라고 했지만, 오베는 사실 누구보다 많은 색깔로 이루어진 남자였다. 그리고 그녀는 오베의 내면에서 그걸 보았던 것이다.

(그리고 세 살배기 나사닌 역시 오베에게서 그 색깔들을 알아본다.

 

“걔가 보기엔 당신이 제일 재미있는 사람인 거예요. 그래서 맨날 당신을 컬러로 그리는 거고요.”

그녀가 마지막으로 말하면서 가리킨 형상은 그림 한가운데에 있었다. 종이 위의 다른 것들은 모두 검)정 크레용으로 그렸는데, 가운데의 형상만 색색이 폭발하고 있었다. 노랑과 빨강과 파랑과 녹색과 오렌지와 보라색이 난리를 쳤다.

 

 

“아무도 안 볼 때 당신의 내면은 춤을 추고 있어요, 오베. 그리고 저는 그 점 때문에 언제까지고 당신을 사랑할 거예요. 당신이 그걸 좋아하건 좋아하지 않건 간에.”

 

 

오베라는 남자는 어떤 남자인가.

오베라는 남자는 괴팍하지도 남의 일에 관심 없지도 냉정하지도 않다. 오히려 오베는 누구보다 따뜻하고 불의를 그냥 지나치치 못하는 남자다. 사람들이 오베를 보는 방식은 단면적인 것일 뿐이다. 그저 오베는 자신이 배운대로, 자신이 생각하는 대로, 자신의 삶의 방식을 지키며 살아왔을 뿐인데. 

 

오히려 흰 와이셔츠로 대변되는 사람들과 사회가 오베에게 가져다 준 그 고통들과 오베에게 안긴 상실들. 오베는 담담히 그 고통과 상실들을 안고 살아간다. 그녀를 위해 그 흰 와이셔츠의 사내들과 싸웠지만 오베는 그들을 이길 수 없었다. 

 

 

하지만 오베는 시비 따위를 거는 게 아니었다. 그저 옳은 건 옳은 것이라고 생각할 뿐이다. 그게 그렇게 잘못된 태도란 말인가?  


 

그들은 언제나 돌아온다. 그들이 소냐에게 그랬던것처럼. 그들이 언제나 그랬던것처럼. 조항들과 서류들을 들고. 하얀셔츠의 남자들이 언제나 이긴다. 오베같은 남자는 언제나 소냐같은 사람을 잃는다. 아무도 그에게 그녀를 되돌려주지못한다.

 

 

오베는 흰 와이셔츠의 사내들에게서 이길 수 없음을 알 수 있었다. 그녀는 더 이상 그들과 싸우느라 오베가 인생을 낭비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하지만 오베는 마지막으로 르네를 위해 그들과 싸운다. 그리고 오베는 흰 와이셔츠의 사내들에게 이긴다. 그런 오베의 곁에는 그의 이웃들이 있었다. 그가 달가워하지 않았던 이웃들이.

 

누군가는 오베의 삶을 완성시킨 것은 그녀라고, 외로운 오베를 더 이상 혼자가 아니게 한 것은 그의 이웃들이라고 할지도 모른다.  나는 오히려 그 반대가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이젠 우리 주변에 더 이상 오베같은 남자는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어쩌면 아직 내가 주변의 많은 오베들을 아직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을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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