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에 이름 붙이기 - 마음의 혼란을 언어의 질서로 꿰매는 감정 사전
존 케닉 지음, 황유원 옮김 / 윌북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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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들은 절대 우리를 제대로 대변해주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어떻게든 시도해봐야만 한다. 다행히도 언어의 팔레트는 무한대로 확장이 가능하다. 만일 우리가 원한다면, 우리는 그런 공백을 메울 새로운 언어적 체계를 만들어낼 수 있다.

언어에서는 모든 게 가능하다. 즉 번역 불가능한 감정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정의하지 못할 만큼 모호한 슬픔은 없다. 우리는 그저 그 일을 하기만 하면 된다.

이 책은 사전이자 모든 것에 대한 한 편의 시다.”

_ <슬픔에 이름 붙이기> 존 케닉


우리는 늘 조급하다.
우리 안의 단어가 사라질까봐.
어느샌가 단어가 가진 것들은 모두 사라지고 단어의 공허한 휘광만 남을 때가 있다.
그럼 그 단어는 뭘 위한 단어지.

이 책 <슬픔에 이름 붙이기>는 감정의 사전이자 시집이다. 절대 언어로 정의내려지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던 것들을 담대하면서도 섬세하게 정의내리고 있다. 단어들은 동의를 구하지 않았음에도 일방적이거나 강압적이지 않다. 우리의 감정들에 앞서지도 뒤따르지도 않고 나란히 있을 뿐이다.

누군가의 알지 못할 슬픔이란 수천 년동안 어딘가에 놓여 있는 돌멩이 같다는 김소연 시인의 말처럼, 아무도 없는 바닷가에서 이 책을 쓴 존 케닉은 때론 한낮에 때론 해질녘 노을 아래 슬픔의 돌멩이들을 주웠을 뿐이라는 생각을 했다.

우리는 보고도 몰랐던 돌멩이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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