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농담이(아니)야 리:플레이
이은용 지음 / 제철소 / 2023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책. 그렇다. 우리는 농담이 아니다. 하지만 그럴 듯한 농담으로 보이지 않는다면 세상은 우리를 바라보지 않는다. 그 굳건한 문을 두드렸던 작가의 분투가 담긴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경우 없는 세계
백온유 지음 / 창비 / 202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창비 출판사가 제공한 가제본을 읽고 쓰는 서평단 리뷰입니다.




백온유 작가의 세 번째 장편소설 <경우 없는 세계>는 가출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이 책은 제목부터 흥미로운데, <경우 없는 세계>의 '경우'라는 단어가 중의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소설 속의 '경우'는 사전적 의미의 경우도 되지만, 주인공 '인수'에게 많은 영향을 미쳤고 미치고 있는 인물인 '경우'를 뜻하기도 한다.


주인공 인수는 청소년기에 가출한 전적이 있는 30대 독신 남성이다. 가출 시기에 있었던 '그 사건' 이후, 인수는 언제나 추위에 둘러싸여 살아가고 있다. 어느 날 인수는 차량 자해공갈을 일삼는 '이호'라는 아이를 발견하게 되고, 이호에게서 과거의 자신을 겹쳐 본다. 결국 인수는 이호에게 자신의 집을 쉼터로 내주고 그 과정에서 온기를 느끼게 된다.


여기까지의 설명을 들어서는 인수와 이호의 이야기가 소설의 중심 내용일 것 같지만, <경우 없는 세계>는 기본적으로 인수가 가출팸 시절을 회상하는 회상 소설이다. 성연, 경우, 지민 등 인수가 집을 나와 만나게 되는 또래 아이들은 각자 저마다의 사연이 있다. 가족 관계, 경제 형편 등등 이들은 뭣하나 겹치는 게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일한 공통 분모가 있다. 바로 가정의 아늑함을 느끼지 못해 집을 나왔다는 점이다.


형태는 저마다 다르나 이들은 가정폭력의 피해자들이다. 가해자가 피해자가 되고,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고, 돌고 도는 끝없는 가정폭력의 굴레를 백온유 작가는 생생하게 그려낸다. 마음이 힘들어 중간중간 책을 덮으며 읽어야 했다. 그렇지만 그 생생한 묘사 덕분에 인수라는 인물에게 더 공감할 수 있었다. 만약 인수를 현실에서 만났더라면 나는 그의 위축된 모습 같은 것들을 견딜 수 없고 이해할 수 없었을 것이다.


가출팸 인원 중 인수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두 사람은 '성연'과 '경우'이다. 성연과 경우는 극과 극의 인물들이다. 성연은 어머니와 할머니의 사랑을 여전히 받고 있지만 새아버지와의 갈등으로 집을 나온 상태고 도덕적 결함이 있는 인물이다. 반면 경우는, 보육원에서 자라 온전히 자신만을 향한 애정을 받은 적이 없지만 누구에게나 싹싹하고 열심히 자신의 인생을 개척해나가는 인물이다. 혼자서는 타인들에게 무시당하고 경멸받기 일쑤인 인수는, 성연과 함께 있을 때는 어깨가 올라가고 경우와 함께 있을 때는 사람들의 다정함과 친절함을 느낀다. 인수는 도덕적 해이(성연의 영향)와 도덕적으로 살아야 한다는 불안감(경우의 영향)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하며, 두 사람에게 의지하는 한편 두 사람을 시기하기도 한다. 이런 다면적인 모습 때문에 인수가 주변에 있을 법한 인물로 느껴졌다.


스포일러라 자세히 말할 수 없지만 인수는 스무 살을 앞둔 겨울, '그 사건'을 겪게 된다. '그 사건'을 기점으로 가출팸은 해산되고, 무죄 판결을 받은 인수는 부모가 있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영영 그들을 떠난다. 그렇게 십여 년이 흘러 현재의 인수가 된 것이다. 그랬으면서도 여전히 자신이 돌아오기를 바라는 상상 속의 부모님을 원하는, 서른이 넘은 지금도 종종 부모의 집 주변을 맴도는 인수의 모습이 안쓰러웠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인수의 걱정을 간섭으로 느껴 화를 내고 떠난 이호가 인수의 집으로 돌아온다. 인수는 자신에게 다정하게 대해 주었던 경우를 떠올린다. 더 이상 이 세상에 없는, 어쩌면 자신이 알고 있는 모습이 전부가 아니었을지 모르는 경우를. 인수는 성연을 선택하는 대신 경우를 선택했다. 그리고 경우 없는 세상에서, 인수는 처음으로 용기를 내 이호에게 다가간다. 지금보다는 따뜻한 삶이 자신들을 기다리길 기대하며.


<경우 없는 세계>는 어쩌면 우리가 길가를 거닐다 속으로 욕을 하며 (우리는 그들을 불량하고 불편하게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지나쳤던 아이들을 위한 소설이다. 소설은 말하고 있다. 한 번만이라도 좋으니, 그 아이들을 경멸하지 않는 시선으로 바라봐 달라고. 그 아이들은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칭찬과 친절 한 줌에도 가슴이 일렁이는 아이들이라고. 각양각색의 모든 어린이와 청소년이 존중받는 사회를 바라며 서평을 마친다.


#백온유 #경우없는세계 #당신의경우 #창비 #창비서평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